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건국대 심상보 교수
등산복과 장례식
등산복과 장례식
기사입력: 2014/02/11 [16:50]  최종편집: TIN 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TIN 뉴스
▲   세빌로 거리  © TIN 뉴스



요즘 외국사람들이 한국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은 등산복이라고 한다.


유명 관광지에서 화려한 등산복을 입은 무리는 무조건 한국사람이라고 하는데, 이번 해외출장 중에 들린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도 등산복 차림의 한국 관광객을 여러 번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아웃도어 시장은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급성장하였다. 국민소득이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하기에 적당한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했고, 산이 많고 계절 구별이 뚜렷한 우리나라 날씨도 한 몫을 하였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아웃도어룩이라고 말하는 의복과 등산복은 차이가 있다.


등산복이 아웃도어의 부류에 속하기는 하지만 아웃도어는 야외에서 활동 할 때 입는 옷의 총칭이고 등산복은 그야말로 산에 갈 때 입는 옷이다.


우리가 등산복이라고 부르는 복장은 어느 정도 장비를 갖추어야 하는 클라이밍 복장에 가깝다.


해외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인 관광객의 등산복은 기능성을 갖춘 전문 산악인의 복장이다.


산을 보기 힘든 파리에서 전문 산악인 복장을 한 무리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등산복은 조난을 대비해서 강렬한 색상 대비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빈티지한 컬러의 옛 도시에서는 눈에 잘 띄기도 한다.


우리는 왜 등산복에 집착하는가?


등산복의 확산에 영향을 준 기본적인 시장 상황은 앞에 설명한 것과 같다. 하지만 한국사람이 이렇게까지 등산복에 집착하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등산복의 유행을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를 것은 등골브레이커다.


한참 동안 노스페이스의 고가 제품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어 이 것을 사줘야 하는 부모님의 등골이 휜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비싼 캐나다구스를 사주고 애들이 입다 버린 놀스는 아버지가 입는다고 한다. 입어보니 너무 따뜻해서 아버지도 아웃도어의 매니아가 되었다?!


아이들이 놀스를 사달라고 때 쓰는 것과 지금 캐몽을 찾아 헤매는 것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우리의 습성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등산복의 가격은 기능성이 높아지면 올라가게 된다. ‘남들이 이정도 가격의 옷을 입으니까 나도 이정도 가격의 옷을 입겠다’는 최고가격 경쟁은 브랜드가 필요 이상의 기능을 갖춘 등산복을 계속 출시하게 만들었다.


지금 한국 사람들이 입고 있는 등산복은 엄홍길대장이 히말라야를 정복할 때 입은 옷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등산복을 많이 입어서 등산복이 발전한다면 이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따라쟁이 한국소비자의 몰개성은 패션을 하는 사람으로써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두다 그러니까 상관없다는 의식과, 편리함을 최고로 생각하는 마인드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산복을 입는 것이다. 우리의 생활에서 가장 격식을 갖춰야 하는 결혼식과 장례식에서도 어렵지 않게 등산복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초대 받았다면 최고로 격식을 갖춘 복장으로 결혼 당사자를 빛내 주어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최고의 격식을 갖춘 옷이 아니라 최고로 뛰어난 기능을 갖춘 옷을 입고 나타나는 분들이 있다.


결혼식을 그렇게 높은 곳에서 하는 것도 아닌데…



▲   Henry Poole & Co 라는 세빌로 거리에 있는 가게 내부     © TIN 뉴스



이번 해외 출장에서 런던 세빌로(savile row) 거리에 양복점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몇 백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가게에서 대를 이어 양복을 만들고 있는 테일러들을 만났다.


그들은 영국 정치가나 귀족들이 공식행사에 입는 옷을 자신의 가게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자랑한다.


그곳에서 첨단 장비와 패션 트랜드를 주도하는 새로운 것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번뜩이는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충실한 기본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때와 장소, 경우에 맞는 중요한 복장은 오랫동안 변함이 없이 격식을 갖추고 있다.


격식을 갖춘 옷을 입고 격식을 갖춘 자리에 참가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면 때와 장소를 무시한 옷을 입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완벽한 기본이 잡힌 곳에서만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갖춰진 형식 없이 편안함을 위하여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것이 새로운 변화나 혁신이 아니다. 그냥 엉망진창이다.


등산복은 히말라야에서, 캐나다구스는 남극에서, 그리고 장례식장에서는 엄숙한 복장으로 폼나게 살아보자.


세빌로 거리에 위치한 위대한 천재 디자이너 맥퀸의 매장을 보면서 세비로의 전통과 격식이 맥퀸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 맥퀸 가게     © TIN 뉴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등산복과 장례식 관련기사목록
광고
포토뉴스
블랭크블랑, 런던 감성 2번째 컬렉션
1/6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