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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심상보 교수
창피하다
창피하다
기사입력: 2013/12/17 [20:10]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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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뉴스
클나다구스, 엠나다구스, 빈나다구스…
이젠 브랜드까지 대놓고 짝퉁을 만들어내다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짝퉁 천국 중국에서 조차 한국의 캐나다구스 모방 사태를 조롱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니 해외 나가기도 창피하다.

개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막무가내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밑도 끝도 없는 아전인수식 자기합리화인가? 내편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고집스런 소집단주의인가?
우리나라의 카피문제는 이번 캐나다구스의 카피문제만은 아니다. 사회전체에서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면서 이전부터 계속 있어 왔던 문제다.

캐나다구스의 카피문제는 캐나다구스의 로고와펜이 명확하게 부각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구별을 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카피는 이전에도 국내 패션브랜드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똑같이 베꼈냐, 조금 바꿔서 베꼈냐는 차이 밖에는 없는 카피제품을 모든 국내브랜드에서 항상 볼 수 있다.
지금 캐나다구스 카피문제로 온나라가 시끌벅적 하지만 정작 판매되는 제품은 바로 그 캐나다구스 카피제품일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소비자들은 해외브랜드 카피제품을 선호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눈에 익은 것에 호감이 있다. 패션제품도 보던 상품에 호감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광고도 하고 협찬도 하는 것이다.
카피하는 제품들은 이미 외국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상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한국에서 한 브랜드만 카피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눈에 많이 띄고, 이런 카피제품을 기억하는 일반 소비자는 그 상품에 호감이 생기게 된다.

패션계가 불황이다보니 브랜드들은 확실한 판매주도상품이 필요했을 것이다.
작년에 캐나다구스가 가장 주목 받았던 아웃도어 제품이었으니 모든 브랜드는 캐나다구스를 카피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매우 흡사하게, 하지만 법적하자가 없는 정도를 찾아서…
그리고 캐나다구스 카피 제품은 잘 팔릴 것이다.

그럼 법적 하자가 없으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비슷한 일은 계속 생길 것이다. 그리고 경영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돈은 벌었잖아!”
우리나라에서 모든 자기 합리화의 마지막 판단 기준이 “돈은 벌었잖아!”가 되어버린 것 같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카피분쟁을 삼성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코리아구스의 카피 문제는 문제가 아닐 수 밖에 없다.

일반 소비자가 카피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고 오리지널인 것처럼 판매한다면 속아서 물건을 산 소비자 문제는 아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메이커의 도덕성 문제다. 지금 우리나라는 도덕성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패션계에 대해서는 말이다.
패션업이 대기업의 주요 사업이 되면서 기업의 회계논리로만 운영되는 브랜드 사업은 카피를 부추길 수 밖에 없다.

패션은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새로운 제품의 성공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기대가 없이 불가능하다.
패션에서 잘 팔리는 데이터를 원한다면 그건 카피를 하자는 얘기와 같은 얘기다.
카피는 도둑질이며 사기다. 우리사회가 돈만 벌면 된다는 강력한 이념과 거대 조직이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우리의 잘못된 생각을 그냥 무마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5년 전쯤인가 패션 컬렉션이 소비를 조장한다고 컬렉션을 하지 말라고 의견을 피력하던 칼럼이 기억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으면 패션제품에 대한 욕구가 생기지 않을 것이고 그럼 당연히 소비는 줄어들 테니까. 하지만 사람들의 미의 추구는 본성이라고 하지 않는가. 본성을 뒤집을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해외 컬렉션을 베껴서 판매를 해주니 그들은 오리지널 브랜드가 있는 명품의 나라가 되고 우리는 카피한 제품이나 사입는 패션 식민지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도 괜찮은 브랜드 몇 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카피로 괜찮은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으니 진짜 디자인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브랜드 기획자들은 국내 브랜드들이 올해 캐나다구스를 많이 카피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카피한 제품이 제일 잘 팔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걸 못하게 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양심이나 자존심 뭐 이런게 아닐까 싶다.

양심과 자존심을 팔아 돈을 벌어도 돈만 벌면 땡큐인 세상에서 우리의 자손들이 살기를 원하나?
디자인 카피 문제는 엄청난 한국 사회의 문제다. 얼마나 창피한지, 그렇게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비양심적인지, 우리가 얼마나 창피한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아이패션 의류기술센터 수석연구원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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