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패션아트의 선구자 금기숙 작가  © TIN뉴스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이 한국 패션아트의 선구자 금기숙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기증특별전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을 개최한다. 전시는 3월 15일(월요일 휴관)까지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과 1층 로비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금기숙 작가는 한국에서 ‘패션아트’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국제적으로 확산시킨 1세대 작가로 의상을 ‘입는 예술(Art to Wear)’이자 공간을 구성하는 조형 예술로 확장하며, 패션과 공예, 미술의 경계를 허물어왔다. 1990년대 초 ‘미술의상’을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며 와이어, 구슬, 노방, 스팽글, 폐소재 등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한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금기숙 작가가 40여 년 동안 패션과 미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 온 ‘패션아트(Fashion Art)’의 창작 여정을 집대성한다. 완성된 작품들은 한 벌의 의상 형태에서 대형 공간 설치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확장과 상생, 깨달음의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 보인다.

 

▲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작가 기증특별전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 포스터  © TIN뉴스

 

한국의 패션아트는 1960년대 미국의 ‘Art to Wear’ 운동에서 출발해, 복식을 착용 여부를 넘어선 예술 표현으로 확장해 온 흐름이다. 이 개념은 1980년대 중반 한국에 ‘미술의상’으로 소개된 이후 의상을 중심으로 퍼포먼스·무대의상·일러스트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포괄하는 장르로 재정립되어 발전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22년 故 유리지 작가 기증전에 이어 서울공예박물관 개관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대규모 기증특별전으로, 금기숙 작가는 총 55건 56점, 약 13억 1천만 원 상당의 작품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초기 패션아트 실험작부터 대표적인 와이어 드레스와 한복 조형 작품은 물론 최근의 업사이클링 작업, 아카이브 자료 등이 포함된다. 이번 기증은 작가 개인의 예술 세계를 넘어, 한국 현대 공예사에서 패션아트가 차지하는 위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전시는 총 5부로 구성되어 한 줄 한 줄 와이어를 엮어 빛과 선,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형상화하며 ‘의상에서 조형으로’, ‘조형에서 공간으로’ 확장해 온 금기숙 작가의 40여 년에 걸친 창작 여정과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 1부 ‘Dreaming(꿈꾸고) 금기숙 작가 백매(2024) 철사, 비즈  © TIN뉴스

 

1부 ‘Dreaming(꿈꾸고)’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손의 감각에서 출발한 작업의 원형을 금기숙 작가의 자전적 언어로 소개한다. 까만 밤하늘에 흰색의 와이어 드레스를 설치하여 실을 꿰던 놀이가 와이어와 구슬을 엮는 패션아트로 이어진 창작의 출발점이었음을 시사한다.

 

▲ 2부 ‘Dancing(춤추며)’ 금기숙 작가 진사 연화 청자 드레스(1995), 노방  © TIN뉴스

 

2부 ‘Dancing(춤추며)’에서는 와이어, 구슬, 노방 등 비전통적 재료를 활용한 대표적인 패션아트 작품들을 통해, ‘의상이 조형으로’, ‘조형이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양한 표정의 드레스와 재킷, 부조와 설치 작업이 그림자와 어우러져 마치 춤을 추듯 배치되어 금기숙 작가만의 패션아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 3부 ‘Enlightening(깨닫는)’ 금기숙 작가 오래된 이야기 - 보라빛 직령(2020) 철사, 비즈  © TIN뉴스

 

3부 ‘Enlightening(깨닫는)’은 한복의 선과 색, 흔들림과 여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소개한다. 여인의 저고리와 당의, 직령, 사대부의 학창의까지 전통 복식에서 발견되는 한국적 미감을 조명한다.

 

▲ 4부 ‘아카이브’ 금기숙 작가의 드로잉, 작업 노트, 스티치 작업  © TIN뉴스

 

4부 ‘아카이브’에서는 패션아트가 단순히 예술적 의상 제작을 넘어 퍼포먼스, 무대, 이미지까지 포함된다는 확장적 개념을 확인할 수 있는 섹션으로, 금기숙 작가의 드로잉, 작업 노트, 스티치 작업 등을 통해 작가의 사유 과정과 다양한 디자인 연구·디자인 활동을 소개한다.

 

▲ 5부 ‘공간을 향한’ 금기숙 작가 Drops of Love(2018)  © TIN뉴스

 

5부 ‘공간을 향한’에서는 유람선, 건축물의 로비 공간 등으로 확장된 금기숙 작가의 설치 작업을 전시한다. 이를 통해 패션아트가 신체를 넘어 공간과 환경을 구성하는 공공 조형으로 나아가는 흐름을 보여준다.

 

▲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피켓 요원 의상’  © TIN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피켓 요원 의상’을 다시 선보인다. ‘눈꽃 요정’으로 불린 이 의상은 한복의 구조와 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한국 패션아트가 국가적 문화 아이콘으로 인식되는 계기를 마련한 상징적인 작품이다.

 

또한,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적 조형 언어가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시각화되고 기억되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의미도 지닌다.

 

금기숙 작가의 작업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돼 1월 6일(화)부터 3월 12일(목)까지 총 16회의 워크숍과 1회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되며, 이 중 워크숍 8회는 금기숙 작가가 직접 참여한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며, 매 회차 진행 1주일 전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yeyak.seoul.go.kr)에서 신청을 받는다.

 

▲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작가 기증특별전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  © TIN뉴스

 

1월에는 전시 아카이브 섹션에 소개된 작가의 손바느질 스티치를 모티브로, 손의 감각과 축적된 시간을 체험할 수 있는 ‘Dreaming Stitch 가방 만들기 워크숍’을 운영한다. 작가의 초기 작업과 ‘꿰매는 행위’에 담긴 사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2~3월에는 작가의 물방울 연작을 모티브로 한 ‘빛으로 맺힌 물방울-무드등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한다. 철사와 비즈가 만들어내는 빛과 선의 조형 언어를 일상 속 오브제로 확장해, 패션아트가 공간과 환경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기획했다.

 

또한 1월 17일(토)에는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금기숙 작가가 직접 전시 작품과 창작의 여정, 기증의 의미를 관객과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 금기숙 작가의 아트웍 카드와 유리문진 세트로 구성한 ‘빛의 유리’  © TIN뉴스

 

아울러 박물관 가게에서는 이번 전시와 연계한 아트상품 3종도 선보인다. 금기숙 작가의 아트웍 카드와 유리문진 세트로 구성한 ‘빛의 유리’, 작가의 상징인 비즈로 장식한 ‘무빙 북마크’, 작품의 와이어 구조를 모티브로 한 ‘플로우 백’이 출시돼 전시의 여운을 이어간다.

 

금기숙 작가는 “기증은 단순히 작품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창작의 시간과 사유를 다음 세대에 건네는 가치 있는 선택”으로 정의하며, “이번 기증이 공예·패션 분야 작가들의 창작물이 공공 자산으로 공유되는 기부 문화 확산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기증된 작품들이 체계적으로 연구·보존되어 한국 공예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가교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 서울공예박물관, 금기숙 작가 기증특별전 ‘Dancing, Dreaming, Enlightening’  © TIN뉴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패션과 공예,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지평을 연 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시민과 함께 나누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기증을 통해 축적된 공예 자산을 기반으로 한국 공예의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작가와 장인들이 공공의 문화유산 형성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기숙 작가는 한국패션문화협회 회장, 국제패션아트연맹(IFAA) 초대 회장을 역임하며 ‘패션아트’의 장르 안착과 국제교류 및 세계화를 이끌었고, 오늘날까지도 연구와 창작을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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