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하이서울쇼룸(HiSeoul Showroom)이 예술 전시를 기점으로 한 새로운 패션산업 모델을 선보인다. 단순한 브랜드 지원을 넘어 콘텐츠(IP)–상품 기획–유통–마케팅을 하나의 구조로 엮은 공공 주도형 비즈니스 실험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이서울쇼룸은 배우이자 미술작가로 활동 중인 박신양 작가의 개인전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과 연계한 ‘2026 하이서울쇼룸 아트콜라보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실질적인 매출 창출과 브랜드 확장을 동시에 노린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된 11개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여했다.
참여 브랜드는 드마크, 리지, 몽담, 세인트메리, 앨리스마샤, 얼반에디션, 에트왈, 와이쏘씨리얼즈, 위시바이하케이, 커넥트엑스, 플레이백으로, 각 브랜드는 박신양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로 재해석한 협업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를 ‘유통 채널’로 설계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전시 자체를 하나의 유통 채널이자 마케팅 허브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콜라보 제품은 3월 6일부터 5월 1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2관에서 열리는 박신양 작가 개인전 기간에 맞춰 공개되며, 전시 관람객을 실구매 고객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갖췄다.
전시 기간 동안 협업 굿즈는 세종문화회관 굿즈샵을 통해 판매되며, 하이서울쇼룸 패션마켓 팝업, 오프닝 플로어 패션쇼 등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확장된다. 온라인에서는 W컨셉 하이서울쇼룸 기획전을 통해 판매가 시작되고, 이후 각 브랜드 자사몰로 이어지는 중·장기 판매 구조가 설계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시도를 ‘공공 플랫폼이 전시 IP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만든 사례’로 평가한다. 통상 전시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기 쉬운 것과 달리, 하이서울쇼룸은 전시 IP를 기반으로 상품 기획부터 온·오프라인 유통, 콘텐츠 마케팅까지 연결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매출과 브랜드 자산 축적으로 이어지도록 구조화했다.
전시 IP의 힘…‘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
이번 산업적 실험의 중심에는 박신양 작가의 개인전 ‘박신양의 전시쑈: 제4의 벽’이 있다. 이 전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한국 최초의 연극적 전시로, 10여 년간 스크린을 떠났던 ‘국민배우’ 박신양이 배우이자 화가로서 40년의 정체성을 집약한 두 번째 개인전이다.
전시장 전체는 박신양 화가의 가상의 작업실로 구성된다. 모티브는 ‘호두까기 인형’에서 차용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정령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으로, 관객을 하나의 서사 속으로 끌어들이는 영화적 장치가 전시 전반에 적용됐다.
관람객은 박 작가의 작업실로 초대돼,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다른 시공간에 진입한 듯한 무대를 경험한다. ‘당나귀’ 시리즈를 비롯한 회화 작품을 감상하던 중, 그림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와 함께 배우들이 등장하며, 이들은 화가의 붓과 물감에서 태어난 정령처럼 움직인다. 회화·연극·공간이 결합된 다층적 감각의 전시 경험이 구현되는 순간이다.
박신양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미술감독·무대감독·연출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평면 회화를 4차원의 연극 무대로 확장한다. ‘사과’, ‘키릴’, ‘투우사’, ‘거북이’, ‘움직임 연구’, ‘쓰러지는 사람’ 등 작품에 담긴 고민과 실험은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2023년 첫 개인전에서 연극 개념인 ‘제4의 벽’을 회화에 접목한 박신양 작가는 당시 언론으로부터 “국내에서 유례없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실험이 한층 진화한 형태로 제시된다.
산업이 주목하는 이유
박신양 화가는 2023년 mM아트센터 초대전에서 유료 관객 3만 명을 기록하며, 첫 개인전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후 오사카한국문화원 초대 특별전, 인천아트쇼 초대전 등으로 활동을 확장하며 콘텐츠 파급력이 검증된 아티스트 IP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전시 IP가 하이서울쇼룸의 유통·마케팅 구조와 결합하면서, 업계에서는 전시가 하나의 산업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하이서울쇼룸 운영사 제이케이디자인랩 홍재희 대표는 “이번 아트콜라보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단순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IP를 활용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며 “공공 플랫폼이 산업의 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서울쇼룸은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전시·공연·미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 IP와의 협업을 확대해, 서울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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