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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심상보 교수
2020년을 맞은 우리나라 패션산업
<칼럼>2020년을 맞은 우리나라 패션산업
심상보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기사입력: 2020/01/16 [09:53]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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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우리나라 브랜드가 최고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오리지널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세계가 인정하는 자체 기술로 제작되어야 한다.  © TIN뉴스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배경이 된 2019년이 지나고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배경인 2020년이 되었다.

 

로봇이 득실대고, 행성사이를 오가는 우주선을 쉽게 볼 수는 없지만 미래 영화와 같이 202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된 문명을 가지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발전은 기계가 사람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생각을 대신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그다지 변하지 않은 분야가 패션산업이다. 1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은 계속 발전하였지만 패션제품은 재봉틀의 발명이후 현재까지도 특별한 발전이 없었다.

 

하지만 패션산업의 특성은 많이 변했다. 소수의 사람을 위해 일하던 전문가는 대중을 위한 디자이너가 되었고, 더욱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는 대형 메이커들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패션 소비시장도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패션은 의복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생활용품에 반영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패션산업은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 패션시장의 규모는 해마다 증가했는데 우리나라 패션산업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 최악의 상황이다. 만약 다른 산업처럼 기술의 발전이 패션산업에 영향을 주었다면 우리나라의 패션산업은 현재보다 훨씬 활성화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패션제품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며, 패션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한 정보력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우리나라의 패션산업은 최악의 상황이 되었을까?

 

오늘날 전 세계 패션시장, 넓게는 생활용품시장은 희한한 디자인이나 쓰임을 알 수 없는 특이한 디자인, 또는 필요 이상의 수공이 들어간 높은 가격의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현재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대이며 새로운 소비자의 시대다.

 

새로운 소비자는 주관적인 가치를 소비의 기준으로 한다. 그들은 실용적이고 편리한 제품을 원한다. 즐겁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으며, 다시 되팔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한 제품을 원한다. 그리고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원한다.

 

이런 제품들은 정체성이 뚜렷하거나 시그니처 아이템이 확실한 브랜드의 제품이고, 자신만에 제작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다.

 

스스로 최고라고 주장하는 우리나라 제품들은 대부분 소비자들이 인정한 카테고리 최고의 브랜드가 이미 있다. 최고의 제품과 버금가는 최고의 품질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 주장의 근거가 다른 나라 소재나 기술이다.

 

우리나라 브랜드가 최고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오리지널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나 세계가 인정하는 자체 기술로 제작되어야 한다.

 

얼마 전 우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원천기술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경우에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는지 경험했다.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자재의 상당부분은 다른 나라 제품이다.

 

특히 국내외 소비자가 인정하는 자재들 중에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품질의 제품이 있더라도 B급 취급을 받아 오리지널 제품을 쓸 수 없을 경우에만 사용한다.

 

흔히 사용하는 ‘YKK’ 지퍼도 대체할 제품이 없고 아웃도어 제품에 사용되는 기능성 소재도 이미 확고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고어텍스’를 대체할 제품이 없다. 소비자는 똑같은 제품이 아니라 오리지날을 원한다. 제품의 품질이 비슷하거나 설사 더 좋다 하더라도 오리지널이 있는 이상 소비자는 B급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브랜드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모자라거나 품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카테고리에서 소비자가 최고라고 인정할 만한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에 묻어서 인지도를 올려도 오리지널이 되진 않는다. 최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아무리 광고를 해도 소비자는 속지 않는다. 현재의 소비자는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선택한다. 그래서 진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진짜 브랜드만이 소비자에게 계속 선택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패션계에서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가 나타나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하다. 하지만 ‘룰루레몬’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오리지널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진정한 가치를 원하는 현재의 소비자는 과장된 제품이나, 환경을 무시한 브랜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브랜드를 원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진짜를 원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는 진짜를 만들기에 충분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싼 인건비로 해외 제품의 생산기지가 되었던 시절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정부가 해외 제품의 수입을 막고 있는 동안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장사할 수 있는 시절도 지나갔다. 이제 해외 제품 생산 대행 사업도 개발도상국에게 넘겨줘야 한다.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가야할 방향은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카테고리에 오리지널을 만드는 것뿐이다. 개발도상국 시절에 통하던 고집을 버리고 나보다 뛰어난 다른 기업과 협력하여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사진 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야심차게 오픈한 ‘삐에로쑈핑’을 1년 반여만인 2019년 12월 철수했다. <사진 우> 2017년 매출만 8조4200억원이 넘는 일본의 쇼핑점 ‘돈키호테’ 20년 넘는 장기 불황 속에서도 28년 연속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다. © TIN뉴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차별화된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새로운 카테고리의 오리지널 제품을 만드는 바탕이 될 것이다. 삐에로 분장을 한 돈키호테를 다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 심상보 건국대 교수  ©TIN뉴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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