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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림 디자이너
Waldes Zipper
[패션칼럼] Waldes Zipper(왈데스 지퍼)
디자이너 이학림 칼럼
기사입력: 2018/05/09 [09:50]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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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 디자이너 Tim Coppens와 파트너쉽을 구성해 선보인 언더아머 스포츠웨어     © TIN뉴스

 

패션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지퍼는 어쩌면 아주 작은 부분 혹은 그 이하의 지분을 차지하는데 그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어떤 실루엣이, 어떤 컬러가,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는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어떤 지퍼가 유행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퍼는 단순히 옷을 열고 닫는 기능적인 목적 외에도, 의외로 큰 존재감을 갖는 디테일이며 “패션의 완성은 얼굴 신발”이라는 표현처럼, 멋진 옷을 완벽하게 해주는 것은 어쩌면 지퍼일 지도 모른다. 평범한 듯하지만 멋진 지퍼 하나만으로 아우라를 풍기는 옷을 본 적이 없는지?

 

패션에 샤넬이니 구찌니 디올 같은 브랜드가 있듯이 지퍼에도 엄연히 브랜드가 존재한다. 아마 YKK(Yoshida Kōgyō Kabushiki gaisha, 요시다공업주식회사)는 우리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  흔히 지퍼의 알파이자 오메가처럼 통용되는 YKK(Yoshida Kōgyō Kabushiki gaisha)  © TIN뉴스

 

흔히 지퍼의 알파이자 오메가처럼 통용되는 이름인 YKK이지만, 사실 지퍼는 1851년 Elias Howe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고, 이후 1893년에 Whitcomb Judson에 의해 현재와 유사한 방식이 고안되어 1913년 미국의 Talon, Inc.가 시장에 내놓았고, 이후 타이어로 유명한 Goodrich사와의 협업에 의해 크게 대중화 되었다.

 

▲  지퍼는 1851년 Elias Howe가 개발, 1893년에 Whitcomb Judson에 의해 현재 방식으로 고안됐다. © TIN뉴스

 

호사가들끼리 세계 3대 시계 브랜드를 뽑고 세계 10대 미남미녀를 뽑듯이, 지퍼에도 세계 3대 브랜드가 존재한다. 세계 지퍼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의 YKK, 스위스의 Riri, 이탈리아의 Lampo가 바로 그 빅 3로,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들 대다수가 이 브랜드들의 지퍼를 사용하고 있으며 각각의 지퍼 브랜드들은 자기들만의 역사와 독자적인 기술력 및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지퍼 브랜드는 의외로 많다. 지퍼를 개발했고 이름까지 달았던 Talon, Inc 역시 여전히 지퍼를 생산하고 있으며, 위의 빅3 외에도 Raccagni, Coats Industrial(브랜드명 Opti) 등의 하이엔드 지퍼 브랜드들부터 Talon이나 Ideal 등 생각보다 훨씬 많은 “근본 있는” 브랜드들까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브랜드들이 자기들의 역사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 주로 군납용 지퍼를 생산하던 왈데스(Waldes) 지퍼는 “빈티지 지퍼”의 길을 고집한다.  © TIN뉴스

 

그 중에서 재미있는 브랜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왈데스(Waldes) 지퍼이다.

 

왈데스 지퍼는 1930년대 미국의 많은 작은 지퍼 회사들 중 하나였던 회사로, 주로 군납용 지퍼를 생산하던 업체였다. 딱히 큰 존재감 없던 왈데스 지퍼는 1990년대에, 일본의 Asahi Fastener(아사히 파스너주식회사)에 의해 인수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왈데스는 이후 수많은 새롭고 실험적이며 하이테크 지퍼들이 계속해서 개발되는 와중에, 스스로 “빈티지 지퍼”의 길을 고집하게 된다. 즉, 실제로 1930년대부터 왈데스가 만들어 왔던 군용 지퍼들과 당시에 생산되었던 지퍼 디자인을 그대로 복각해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했던 것이다.

 

▲ 왈데스는 30여명의 장인들이 지퍼의 모든 공정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 TIN뉴스

 

그에 한술 더 떠,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지퍼에 불어 넣게 되는데, 이미 대량생산이 기본인 지퍼시장에서 왈데스는 30여명의 장인들이 지퍼의 모든 공정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퍼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한 명의 담당자가 생산하는 공정으로 인해 자연스레 하루에 생산되는 지퍼의 양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지퍼의 가격 역시 비싸질 수밖에 없음에도 고집스럽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빈티지 지퍼”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왈데스 지퍼가 보여주는 고집은 일종의 울림을 준다고 생각한다. 세계의 패션산업은 언젠가 이후로 유니클로와 자라(Zara)로 대표되는, 이른바 S.P.A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소비지향적인 패스트 패션에 휘청거리고 있다.

 

가치보다는 소비가, 패션보다는 스타일이 우선되는 현대 사회에서 어쩌면 “장인”이라는 표현은 마치 이케아(Ikea) 가구에 맞서는 “도자기 명인”같이 지루하고 따분한 뉘앙스를 주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른바 “개성”이라는 미명 하에, 미디어가 떠들어 대는 그 개성이라는 것이 결국은 모두가 또 똑같아 보이게 되어 버리는 것이 작금의 “패션”이지는 않은가? “베트멍”이 새로운 패션의 해답이라고 말해진 이후 반년도 되지 않아 모두가 베트멍으로 도배가 되어버리는 이 시대에서 하나하나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 왈데스 지퍼가 갖는 의미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구태에 불과할는지?

 

▲ 왈데스 지퍼는 미래 사회를 보여 주는 영화에서 빈티지한 의상을 입은 주인공들과 같은 존재다.     © TIN뉴스

 

미래 사회를 보여 주는 영화들을 보면 미래 사회는 다음과 같이 그려지곤 한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알약 하나만 먹어도 하루 종일 배고프지 않고, 활동에 최적화 된 흰색 옷을 입고 있으며 기계의 발달로 굳이 걷거나 불필요한 행동조차 할 필요가 없다. 이른바 불필요함을 모두 제거한 극단의 미니멀리즘 사회.

 

재미있는 것은 그런 영화마다 주인공은 “빈민촌”으로 대변되는 곳에서 카우보이같이 불필요한 장식이 잔뜩 달린 빈티지한 의상에 폼나(지만 아무 쓸 데 없)는 모자에 무겁고 비효율적인 낡은 부츠를 신고 건강에 그렇게 안 좋다는 담배를(그것도 시가를) 물고 연기를 후 뿜으면서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왈데스 지퍼는 그런 존재인 지도 모르겠다.

 

▲ 20CFBB CHIEF 디자이너 이학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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