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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다음번 산업혁명은 어디서부터 시작될 것인가
다음번 산업혁명은 어디서부터 시작될 것인가
김성민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 / 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기사입력: 2018/04/03 [09:36]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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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0년에 프랑스 화가 Villemard가 그린 ‘2000년의 최신 패션’(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 TIN뉴스

 

 

▲  김성민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 / 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TIN뉴스

몇 년 전부터 온 나라가 4차 산업혁명 열풍에 휩싸여있다. 심지어 4차를 건너뛰어 5차가 온다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철학적인 의미에서의 혁명이란 “계급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것이 맞다.


4차 산업혁명 임박설도 “기술의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다”는 논리에 기초한 것인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산업혁명을 사회혁명과 같은 선에서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말에 증기기관이 인력에 의존하던 기계들에 거의 무한한 동력을 제공하게 되면서 일어났고,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중반에 전기를 동력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화학, 기계 공업 등의 주도로 일어났으며,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중반에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을 통해 일어났다는 구분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각 시기의 공통점은 전대미문의 기술이 나타나 주변 산업들을 규합하여 혁명을 완수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엄청난 것 같지만 상상도 기반 지식이 있을 때 가능한 법, 그야말로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그 이상의 것”이 나타나는 것이 우주의 섭리이다.


1899년 미국의 특허청장 찰스 듀엘은 “세상에 더 이상 발명될 것은 없다”며 특허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어처구니없는 말이지만 지금도 그런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더 이상 발명될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요즘 ‘핫’ 한 기술들에 의해 4차 산업혁명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닐까?


듣기만 해도 가슴 벅찬 인공지능, 빅데이터, 휴머노이드 로봇, 사물인터넷, 전기자동차, 화성탐사 우주선 등의 ‘최첨단’ 기술 중 어느 것도 21세기에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아니다. 이들의 등장은 대중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으며 3차 산업 혁명기를 통해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미래를 혁명적으로 바꿀 충격적인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류 역사에 4차 산업혁명의 획을 그으려면 적어도 양자 컴퓨팅, 반중력, 순간 이동, 사물 검색 기술 정도는 필요하다. 그날이 오면 모니터에서 모래시계 아이콘이 사라질 것이고, 주말을 달나라에서 보내게 될 것이며, 주문과 동시에 물건이 배달되고, TV 리모컨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  패션테크놀로지의 구성요소   © TIN뉴스


“지금도 TV리모컨에 붙여두면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태그가 있다”고 반박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리모컨은 안 보인다는 것에 주목하자.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어울리는 기술이라면 “잃어버린 TV 리모컨은 소파 뒤에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


미래학자인 뉴욕시립대의 미치오 카쿠 교수는 저서인 ‘불가능은 없다’에서 ‘영구기관’과 ‘과거로의 여행’ 이외에는 스타워즈의 광선검, 스타트랙의 순간이동 장치, 해리포터의 투명망토와 같은 그 어떤 상상도 물리 법칙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주장한다.


이것은 절대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과학 기술의 혁명이란 늘 상상 못했거나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기술에 의해 무방비 상태로 맞이하게 되는 것이지 조금씩 발전해온 기술을 기초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차 산업혁명기의 폭발적 기술 발전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돌파구로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도출된 것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예측 가능한 점진적인 기술 발전이 느닷없이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낙관은 곤란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어디서 어떤 식으로 시작될 것인지 상상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견도 있지만 대체로 4차 혁명 시대의 화두는 3차 혁명을 통해 확립된 대량 생산 체제가 진화한 개인별 맞춤 생산 체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최신 디지털 생산 기술을 총동원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효율이 너무 낮아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자컴퓨팅, 나노 기계 같은 혁신적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개인별  맞춤 생산의 효과가 가장 큰 산업 분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류의 필수품인 ‘옷’이다. 역시 의류학과 교수니까 잘 나가다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복 분야야 말로 인간의 끝없는 요구에 부응하려는 온갖 첨단 기술의 격전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옷이라고 하면 대개 화려한 패션쇼를 떠올리지만 옷의 본질은 역시 외부 환경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기능을 가진 옷이라도 아름답지 않다면 가치가 없는 법. 기능과 미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값싸게 만들어야 하는 옷은 첨단 기술에게도 벅찬 상대이다.

 

▲  전통적인 봉제공장과 미국의 스타트업 Sewbo에서 개발 중인 봉제 로봇(www.sewbo.com)   © TIN뉴스


자동으로 옷을 만드는 기계를 백년 동안 상상해왔지만 아직도 옷은 숙련공 이외에 그 어떤 기계로도 만들 수 없다. 옷에 대한 인간의 기대수준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기 때문에 20년 넘게 이어져온 스마트 의복 분야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제품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인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옷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기술을 동원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영원한 블루 오션이다. 여기에 개인 맞춤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진다면 분명 다음 산업혁명은 18세기에 그랬듯이 의류산업 분야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의류산업을 바탕으로 국가 발전을 이룩했던 우리나라가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이 되어 다시 한 번 세계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좋겠지만 옷 만들기와 같은 기본기에도 더욱 충실해야할 때다.


김성민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

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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