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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심상보 교수
6가지 이야기
<심상보 칼럼> 6가지 이야기
기사입력: 2017/01/06 [10:19]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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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뉴스

1. 대기업과 패션

 

패션사업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규모를 유지해야하는 대기업에는 적당치 않은 사업이다. 예측은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과 유사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때 가능한데 패션의 속성은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근본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대기업에서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카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상품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것은 판단의 범위를 뛰어넘는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 대규모 패션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계획이 실패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항상 실패하는 시즌이 있기 마련이고, 여러 개의 브랜드를 소유한다면 그 중에 한 두개는 실패할 수 있다. 실패할 것을 예측하고 실패를 대체 할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새로운 것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패션기업들은 실패에 인색하다. 한시즌만 실패하면 디자이너를 내보내고, 한해만 이익을 내지 못하면 브랜드를 정리한다. 패션브랜드는 기계적인 도구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과 함께 숨쉬는 생물(生物)이다. 때문에 오늘까지의 결과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


만약, 두 번에 성공과 한번의 실패를 한 세트로 계획한다면 대기업도 패션을 할 수 있지만 당장에 나타나는 기록에 대해서 부화뇌동하고 예측된 성장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결국 패션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2. 패션의 본질과 유통

 

패션은 항상 새로워야 한다. 유니클로의 히트 상품 ‘히트텍’은 패션이라고 할 수 없다. 의생활과 관련된 모든 것을 패션이라고 할 수 없으며, 유행을 타고 끊임없이 변화하여 소비자가 새롭다고 생각하는 것만이 패션이다. 그러므로 패션브랜드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일을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항상 같은 스타일의 옷을 팔고 있는 브랜드는 의류 브랜드는 될 수 있지만 패션 브랜드는 아니다. 그래서 패션브랜드는 새로운 형태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패션계에서 전문가들의 새로운 제안은 변화하는 유통 채널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채널의 다양성과 대응 방법이 패션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소비자들은 많은 정보를 접하고 욕구를 느끼지만, 다양한 채널은 정보전달의 수단이며 거래 방법의 변화일 뿐이지 패션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새로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미지가 생성되고 전달되는 방식은 이전과 다르지만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패션은 결국 유행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무엇’이다.


현재의 쇼셜커뮤니티는 패션의 본질인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하고, 남이 만들어 놓은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만들고, 비슷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유통 하는 가짜 브랜드를 매우 신속히 폭로하여 존립할 수 없게 한다.

 

3. 유통의 변화에 따른 패션 시스템의 변화

 

유통의 변화가 패션 시스템을 변화 시킬 여지는 있다. 지금까지 패션업계는 대형 유통망을 이용한 대량 생산, 대량 공급으로 비용대비 효용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었으며 구매한계를 뛰어넘어 유통물량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증가 방식은 한계가 있다.


비슷한 형태의 저질 제품은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소비자의 흥미를 잃는다. 소비자가 좀더 재미있고,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될 것 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현대사회의 대량의 정보는 정보의 다양성보다 정보의 명확성에 효용이 있다. 소비자는 다양한 채널에서 자신의 구매할 제품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소비자의 순간적인 판단에 초점을 둔 현장 홍보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정보를 전달하는 모바일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진다.

 

세일을 몇% 한다고 붙여 놓아도 소비자는 그 앞에서 모바일로 가격을 확인한다. 사실 이렇게 실시간 정보가 많은 시대는 세일 정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에도 브랜드들은 가격경쟁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


소비자는 이제 개인이 원하는 상품을 스스로 찾고 공급자를 선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순간적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결정의 순간에도 욕구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대형 유통망 대신 개인적인 유통망이 개인 간의 거래를 만들기 시작하면 이제 대형 유통망의 역할은 변화한다.


대형 유통망이 유통하는 제품은 대량 생산, 대량 공급되는 생활 필수품들이다. 이것은 문화를 주도하는 패션의 영역은 아니다. 패션은 순간적인 소비자의 욕구 변화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김치찌개를 먹겠다고 식당을 찾았으나 옆 테이블에서 먹는 된장찌개를 보고 메뉴를 바꿨다고 나쁘거나 이상하지 않다.


패션은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제안되고 선택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간다. 패션 브랜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가 접할 다양한 채널에 정체성을 정확히 드러내는 이미지를 유통시키고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뿐이다.

 

4. 디자이너

 

디자이너가 필요 없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무식한 사람들이 많다. 물론 모든 옷을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가 만들 필요는 없다.


의류 제품 중에 상당히 많은 아이템은 생필품에 해당한다. 생필품은 창작성보다는 익숙한 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도 있지만 분명 창작을 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디자이너와는 구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에이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창작을 남에 손으로 하는 예술가를 상상할 수 있는가?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브랜드 디자이너는 기업의 요구에 의해서 남의 아이디어를 빌려 매출을 예측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패션계에서는 크리에이터를 찾을 수 없다.

 

최소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창작을 하는 디자이너가 필요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패션 기업에서는 생필품도, 패션도 아닌 어정쩡한 제품 만들면서 패션은 안 된다고 유통 탓만 한다. 이런 기업에 디자이너 명함을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디자이너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디자이너는 기업 탓을 하기 보다는 진짜 디자인을 하고 욕을 먹던, 찬사를 받던, 결과를 즐길 각오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디자이너라면!

 

5. 국가의 수준과 패션 브랜드

 

사람의 수준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돈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나라의 수준도 경제 규모로 따질 수는 없다. 유럽에 선진국이 많은 이유는 그들의 문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수준이 국가의 수준이다. 문화의 수준을 가늠할 현대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브랜드다. 우리가 사용하는 브랜드는 문화를 배경으로 한 선진국의 브랜드이거나 그 아류들이다. 결국 브랜드가 국가의 수준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오리지널이라고 인정받는 브랜드가 나와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브랜드 없는 돈 많은 나라의 졸부들은 제대로 누릴 줄 모르고 이상한 짓만 한다. 문화는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오리지널을 베끼고 있는 나라는 오리지널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문화적 식민지와 같다. 우리나라에 로컬 패션브랜드가 사라져 버린다면 최소한 패션에 대해서는 우리는 식민지다.


나라의 수준을 논할 의미도 없다. 패션식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터를 존중하는 사회 풍토가 필요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어이없는 상황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희망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6. 맞춤의 시대

 

시대의 변화는 명확하다. 소비자는 대량 생산된 저급한 제품을 재미 삼아 소비하던 시절을 지나 윤리적이나 본인의 정체성, 집단의 이익을 위해 소비를 한다.


구매를 확정한 이유가 구매 대상의 물질적인 가치에 있지 않고 구매를 하게 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가 자신의 가치와 얼마나 부합 하는가에 초점이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개인 요구에 대한 맞춤이 가능한 기술적인 발전이 있었다. SNS는 개인간의 정보공유를 넘어 제품의 소비를 가능하게 하였다.


이제 개인들이 만든 제품을 개인 소비자들이 개별 오더를 하고, 개인판매자는 오더를 모아 생산이 가능한 시대로 향하고 있다. 이젠 거대한 매장이나 화려한 전시공간은 더 이상 필요 없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려줄 이미지와 브랜드의 가치를 증명할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개인의 요구를 만족시켜줄 공급자를 찾는 맞춤의 시대가 오고 있다.


맞춤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개인의 신체 사이즈를 맞춰주는 전통적인 개념의 맞춤이다.


이 방법은 객관적인 훌륭한 디자인이 존재하며 제품의 가치를 보장한다. 사이즈 맞춤은 전통적인 가치를 갖고 반 맞춤의 방식(made to measure)으로 확대될 것이다.


또 하나의 맞춤은 디자인 맞춤이다. 자기가 원하는 디자인을 요구하는 디자인 맞춤은 대중의 디자인 소비 수준이 올라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의 제품은 해당하지 않지만 품질을 우선하는 기본 디자인의 제품군에서는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할 디자인 맞춤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대량 생산 제품과 다른 새로운 제품에 대한 요구는 계속 커질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제품 디자인을 주도하고 있는 콜라보도 계속 될 것이다.

 

기존의 브랜드가 새로운 아이템을 발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협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브랜드 자체의 정체성이 없다면 의미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브랜드에서 진행한 현재까지의 협업은 의미 없다.


아무쪼록 2017년에는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브랜드가 나타나길 언제나처럼 기다린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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