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건국대 심상보 교수
진짜 만들기
진짜 만들기
기사입력: 2016/01/11 [09:48]  최종편집: TIN 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TIN 뉴스
▲  Bike Polo를 모티브로 한 HOSER 브랜드(hoserstore.com) 티셔츠  © TIN 뉴스

 

 

2015년 패션계에 시끄러운 이야기는 카피였다. 카피를 하면 안 된다! 어디까지가 카피냐! 카피의 법적 해결방법은 무엇이냐! 이런 얘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별로 흥미롭지도 않다. 카피는 진짜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므로 진짜가 무엇인지 알면 카피는 자연히 밝혀지지 않을까? 그러면 진짜는 무엇일까?


우리가 입는 옷은 ‘포멀’과 ‘캐주얼’로 나눌 수 있다. 포멀은 격식을 갖춰 입어야 하는 서양 예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진짜 포멀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사실 포멀은 전통을 배경으로 한 격식을 갖춘 옷이므로 우리에게 포멀은 전통 한복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서양복을 입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입는 대부분의 서양복은 포멀이 아니라 캐주얼이다. 그럼 진짜 캐주얼은 무엇일까?


캐주얼은 ‘우연한’이라는 뜻의 캐주얼(라틴어: casŭális)이라는 단어에서 왔다. 캐주얼을 의복의 명칭으로 사용한 것은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군인들이 전투하지 않고 쉴 때 입는 옷을 캐주얼 이라고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래서 미국식 캐주얼은 티셔츠에 청바지가 기본이고 라이더재킷이 캐주얼의 대표적인 아우터가 되었다. 그런데 미국 캐주얼과 다른 유럽식 캐주얼도 있다. 유럽에서는 포멀의 격식을 무시한 자유로운 코디의 복장을 캐주얼이라고 한다. 현재 트레디셔널 캐주얼이라고 부르는 복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에 가깝다.


그런데 유럽식 캐주얼은 캐주얼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이전에도 있었던 복장이다. 스포츠웨어가 바로 캐주얼의 기원이다. 스포츠는 신을 위한 제식의 일종으로 시작되었지만 점차적으로 사냥, 팀 경기 등 전쟁 수행을 위한 수련의 목적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영국의 근대 귀족들은 대륙의 귀족들과 달리 자신의 농장을 말을 타고 직접 돌아보는 활동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이러한 활동성은 다양한 스포츠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즉 스포츠웨어는 말을 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승마를 위해서는 복장이 활동적이어야 한다. 포멀의 대표적인 복장인 모닝코트의 뒷판에 두개의 단추가 있는 이유도 승마를 위해서 앞자락을 고정한 프록코트(frock coat)에서 유래했다.


19세기 들어 사냥을 즐기는 귀족들은 승마에 더욱 편리하도록 재킷의 길이를 줄였다. 이렇게 탄생한 재킷은 현재 캐주얼 재킷과 유사한 형태이며 이것을 스포츠코트(Sport coat)라 불렀다. 사실 의복의 발전과 승마는 매우 오랜 역사적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현대복장이 카프탄 형식에서 재킷과 바지로 발전한 이유와 테일러링(tailoring)의 발전은 승마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투력 향상을 위해 행해지던 승마경기는 19세기에 들어서 스포츠로 발전하였다. 대표적인 승마경기는 폴로다.


폴로 선수들은 경기 중에 나풀거리는 카라가 경기에 방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핀으로 고정했다 이것이 유래가 된 다운버튼 셔츠가 폴로셔츠가 되었다.


현재 우리가 폴로셔츠라는 부르는 피케셔츠는 원래 프랑스 테니스 선수인 ‘르네 라코스테’ 고안한 디자인이다. 이걸 자기 것으로 만든 브랜드 ‘폴로’는 정말 대단한 장사꾼이다. 이 대단한 폴로의 상징이 승마경기를 하고 있는 폴로선수의 자수다.


캐주얼은 스포츠웨어이고, 스포츠웨어는 승마와 관련 있고, 특히 폴로는 말을 이용한 스포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유럽식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폴로는 ‘폴로’를 상징으로 삼았다.

 

퍼팩트한 선택이다. 장사꾼의 나라 미국의 대단한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를 한국의 장사꾼도 알아봤다. 그러나 왜 폴로가 승마경기인 폴로를 브랜드명으로 선택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 모습 그대로 이름도 비슷하게 만들고 심볼도 말과 비슷한 자세로 타야 하는 자전거를 선택했다. 그것도 아주 트래디셔널한 것으로…


이 브랜드는 골프복도 만들었고, 아웃도어도 만들었다. 한때 자전거복도 만들었다. 패션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진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야 다양한 시도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정착될 수 있다.


동아시아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우리나라가 유럽식 캐주얼의 진짜가 될리 만무하며, 진짜가 될 수 없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시도한 카테고리가 진짜가 될 수 없다.


2014년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이 박살나기 시작하자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트래킹웨어나 바이크웨어를 만들었다. 아웃도어가 기능성 의류이니까 기능성을 살린 전문복으로 아웃도어 소비자를 잡아두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웃도어를 구매한 사람들이 에베레스트나 남극에 가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아웃도어를 전문복으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캐주얼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아웃도어를 입고 전 세계의 관광지를 누비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아웃도어 말고는 입을 만한 캐주얼을 제안하지 못한 브랜드의 책임도 있다.

 

진짜 캐주얼이 무엇인지 고민 한다면 아웃도어의 열풍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환경과 생활문화에 어울리는 캐주얼을 만드는 진짜 브랜드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돈만 좀 있는 나라다. 잘 살려면 폼 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폼은 ‘옷빨’이다. 상황에 맞춰 잘 입을 수 있는 좋은 브랜드가 많은 나라가 잘사는 나라다. 패션강국 중에 후진국이 있는가? 이제 우리도 진짜를 만들자! 그럼 카피는 자연히 사라진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광고
포토뉴스
섹시미 돋보여줄 파티룩 언더웨어
1/8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