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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심상보 교수
카피! Copy!
카피! Copy!
기사입력: 2015/10/08 [19:15]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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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뉴스

카피는 복사본이다. 복사는 ‘어떤 것’을 똑같이 만든 것이다. 이때 ‘어떤 것’은 원본, 오리지널이다. 복사본이라고 규정하려면 원본이 어떤 것인지 주장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본은 복사본이 있어야 원본임을 주장할 수 있다. 원본도 어떤 것에 복사본이다. 사람이 만든 것 중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예술은 자연의 복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럼 처음부터 원본은 없는 것인가?


디자인이라는 말은 데생에서 왔다. 데생은 대상을 그리는 것이다. ‘그리다’는 ‘기억하다’와 같은 말이다. 디자인은 기억하는 대상을 그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이미 대상이 있다는 것을 가정해야 함으로 디자인은 절대로 새로울 수가 없다?


‘디자인은 대상이 있는 것이니 오리지널을 규정할 수 없다?’라고 한다면 현재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수많은 새로운 도구들의 창의적 가치를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누군가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하고 본다면 그 사람은 미친 사람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그리는 것이 디자인이다. 그럼 디자이너는 미친 사람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하는 능력이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아는 것을 근거로 알지 못하는 나머지 부분을 추측하는 능력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더라도 세상에 있는 것을 근거로 다르게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디자인 능력이다. 디자이너의 평가는 ‘얼마나 자유롭게, 다르게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이다. 다시 말하면 ‘얼마나 자기 생각에 미쳐 있느냐’가 디자이너의 ‘창작능력’이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이 디자이너가 자신의 창작능력을 발휘하여 만든 제품인지 카피 제품인지 규정할 수 있을까? 어떤 기준으로 원본과 복사본을 규정할 수 있을까? 기준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춰야 한다. 새로운 것에 보편적인 기준을 들이데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다른 상품이 색깔이 같으면 카피다? 모양이 50% 이상 같으면 카피다? 무게가 같으면 카피다?’라고 규정 할 수 없다.

과거에도 카피 문제는 많았지만 현재는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심각한 카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상품의 다양성과 매체의 발달은 유사상품에 대한 의혹제기가 늘어나게 했다. 이런 카피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특히 유행이 생명인 패션디자인의 카피 문제를 법원의 판결로 심판하는 것은 사후약방문이다. 그럼 어떻게 카피를 판단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카피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피라고 생각하면 카피가 확실하다. 디자인을 카피한 사람은 사회적 비판을 받아 마땅하며 더 이상 디자인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일부 사람들이 카피라고 생각하면 카피가 확실하다. 디자인을 카피한 사람은 사회적 비판을 받고 디자인을 할 수 없어야 한다. 극소수의 전문가들이 카피라고 생각하면 카피가 확실하다. 디자인을 카피한 사람은 디자인을 그만 두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디자인을 그만두지 않는다. 자기가 가장 잘 알게 뻔한데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디자이너가 아니라 사기꾼이다. 자기를 속이는 비열한 사기꾼!


카피를 피하는 기준은 없다. 그런 기준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 창작의 세계다. 디자이너는 창작활동의 결과물을 대중에게 제안하고, 제안을 받아들인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직업이다. 그런데 우리는 창작이 가능한 나라에서 살고 있을까? 돈만 벌면 모든 것이 용인되는 세상에서 카피는 걸리지만 않으면 상관없는, 그런 것이 되었다.


만약 누군가 카피라고 질타를 하더라도 남들 다하는 카피라고 자신을 합리화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어린 디자이너들이 배운다. 지금까지 동대문 시장과 국내 브랜드들이 그렇게 했었다고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그것이 정당했다고 우기지 좀 마라. 우리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기성세대의 전철을 밟아 엉망진창이 되었으면 좋겠나?


옷장사해서 돈 많이 벌었으면 됐지 않나? 그러니 디자이너라고, 브랜드라고 우기지는 마라. 어린 디자이너들이 디자이너의 뜻을 헷갈려 한다. 디자이너는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대중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성인군자는 아니더라도 떳떳해야 디자이너이지 않겠나?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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