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한 벌에 9,057시간’…연극 ‘라크리마’ 한국 초연

영국 왕실 웨딩드레스 제작 통해 화려한 패션산업 이면의 노동 현실 조명
파리·알랑송·뭄바이 잇는 글로벌 생산구조…장인정신과 노동의 가치 질문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10월 2~3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

TIN뉴스 | 기사입력 2026/09/03 [17:21]

▲ ‘웨딩드레스 한 벌에 9,057시간’…연극 ‘라크리마’ 한국 초연  © TIN뉴스

 

화려한 오트쿠튀르 웨딩드레스 한 벌 뒤에 숨겨진 수천 시간의 노동과 장인들의 눈물을 조명한 프랑스 연극 ‘라크리마(LACRIMA)’가 국내 관객을 만난다.

 

성남문화재단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Théâtre national de Strasbourg, TnS)의 ‘라크리마’를 오는 10월 2일과 3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 초연으로 선보인다.

 

‘라크리마’는 영국 왕실의 웨딩드레스 제작이라는 가상의 사건을 통해 패션산업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노동과 글로벌 생산구조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작품 제목 ‘Lacrima’는 라틴어로 ‘눈물’을 뜻하며, 드레스에 수놓인 진주와 이를 만들어내는 노동자들의 눈물을 중의적으로 담아냈다.

 

이야기는 영국 공주의 결혼식을 8개월 앞두고 파리의 유명 오트쿠튀르 하우스에 극비리에 웨딩드레스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완벽한 드레스 한 벌을 완성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의 패션하우스와 알랑송의 레이스 공방, 인도 뭄바이의 자수 공방이 하나의 생산망으로 연결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드레스 한 벌에 투입되는 압도적인 노동의 양이다. 작품 속 웨딩드레스가 완성되기까지 8개월 동안 총 9,057시간의 노동이 투입된다. 작품은 화려한 결과물에 가려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옷을 만드는 사람들의 시간’에 시선을 돌린다. 

 

 

무대는 패션의 글로벌 생산구조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파리와 알랑송, 뭄바이라는 서로 다른 세 공간을 무대 위 스크린의 3분할 화면으로 동시에 펼쳐 보이며, 시차를 두고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패션산업의 생산 시스템을 보여준다. 프랑스어와 영어, 타밀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와 영상이 교차하면서 서로 다른 국가에 있는 노동자들이 하나의 드레스를 위해 연결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작품의 극작과 연출은 베트남계 프랑스인 연출가 캐롤린 기엘라 응우옌(Caroline Guiela Nguyen)이 맡았다. 이주와 기억, 사회구조 속 개인의 삶을 집단적 서사로 풀어내는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온 그는 실제 조사와 허구를 결합해 패션산업을 움직이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무대 전면으로 끌어낸다.

 

‘라크리마’는 단순히 패션산업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파리의 재봉사와 알랑송의 레이스 장인, 뭄바이의 자수 노동자들이 지닌 숙련된 기술과 장인정신을 함께 조명하며 ‘아름다움은 누구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그 대가는 누가 치르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024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작품은 이후 아비뇽페스티벌을 비롯해 파리 오데옹극장, 영국 런던 바비컨 센터 등 세계 주요 무대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이번 공연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마련된 한국 초연이다.

 

공연은 10월 2일 오후 7시 30분과 3일 오후 2시 두 차례 진행된다. 러닝타임은 175분이며 14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티켓 가격은 R석 9만원, S석 7만원, A석 5만원이다. 프랑스어로 공연되며 일부 장면에서는 영어와 타밀어, 프랑스 수어가 사용되고 한글 자막이 제공된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 ‘웨딩드레스 한 벌에 9,057시간’…연극 ‘라크리마’ 한국 초연     ©TIN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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