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섬유패션산업은 소비시장 회복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생산이 동반 감소하며 제조업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섬과 면방 등 업스트림의 어려움이 지속된 가운데 직물과 일부 패션제품에서는 회복 신호가 나타나 업종별 온도차가 뚜렷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관련 단체 및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집계한 ‘2026년 1분기 섬유패션산업 동향’에 따르면 1~3월 국내 섬유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25억400만달러, 수입은 0.3% 증가한 64억2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섬유류 무역수지는 39억21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수출액 감소폭보다 물량 감소가 더욱 컸다. 1분기 섬유류 수출물량은 45만6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줄어든 반면 수출단가는 ㎏당 5.49달러로 5.5% 상승했다. 수출단가 개선이 물량 감소를 일부 상쇄한 셈이다.
품목별로는 섬유원료 수출이 2억4700만달러로 1.4%, 직물이 10억5600만달러로 7.2% 각각 감소했다. 반면 섬유사는 2억2400만달러로 1.8%, 섬유패션제품은 9억7700만달러로 4.9% 증가했다. 특히 가방 수출은 1억2500만달러로 35.7% 늘었다. 보고서는 글로벌 소비 회복 지연과 가격 경쟁 심화로 중간재 성격이 강한 원료·직물 수출이 감소한 반면 중국과 홍콩 등 일부 시장의 발주 회복과 수출단가 개선이 섬유사·패션제품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두드러졌다. 대중국 수출은 4억3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했으며 홍콩도 22.5% 늘어난 78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최대 수출시장인 베트남은 4억5300만달러로 4.8% 감소했고 미국은 3억1800만달러로 4.2%, 일본은 1억5300만달러로 1.1% 줄었다.
수입에서는 완제품 비중이 더욱 확대됐다. 1분기 섬유패션제품 수입은 54억5200만달러로 1.0% 증가했고 직물도 5억1400만달러로 4.2% 늘었다. 반면 섬유원료는 19.6%, 섬유사는 8.8% 감소했다. 패션제품 가운데 의류와 신발 수입은 각각 0.8%, 3.3% 감소했지만 가방은 8.5%, 기타 섬유제품은 8.3% 증가했다.
중국산 섬유류 수입 증가세도 이어졌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5억9000만달러로 8.6% 증가한 반면 베트남은 14억400만달러로 10.2% 감소했다. 프랑스와 일본은 각각 16.7%, 11.9% 증가했다.
생산·출하 동반 감소…화섬 부진 두드러져
국내 생산현장의 회복세도 제한적이었다. 1분기 섬유패션산업 생산지수는 78.9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출하지수는 78.5로 1.6%, 재고지수는 76.5로 1.3% 각각 줄었으며 가동률지수 역시 93.3으로 4.2% 하락했다.
특히 화섬산업의 어려움이 컸다. 1분기 화섬 생산량은 15만75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고 출하량도 15만8700톤으로 3.9% 줄었다. 중국산 저가제품과의 경쟁과 전방산업 수요 부진, 가동률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재고량은 18만8000톤으로 12.7% 감소했다.
면방 역시 저가 수입 면사와의 경쟁과 보수적인 재고 운용 등의 영향으로 생산지수가 1.3%, 출하지수가 0.5% 감소했다.
반면 직물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1분기 직물 생산지수는 103.8로 2.6% 증가했고 출하지수도 114.4로 4.9% 상승했다. 다만 재고지수 역시 4.9% 증가한 102.9를 기록해 생산 확대가 실질적인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직물 수출 환경에서는 중동지역의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1분기 UAE로의 직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3% 감소한 2200만달러에 그쳤고 사우디아라비아도 43.8% 줄었다. 보고서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해상물류 불안, 국제유가 변동성, 글로벌 의류 소비 둔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염색가공업계 역시 원사와 염료, 조제, 에너지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해외 경쟁국과의 가격 경쟁이 겹치며 어려움이 지속됐다. 특히 폴리에스터 염색가공 업체의 평균 가동률은 60% 수준에 머물렀다. 원가가 상승해도 중국·베트남 등 대체 공급처와의 경쟁 때문에 이를 가공료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조업과 달리 패션 소비는 회복
생산현장의 부진과 달리 국내 패션 소비에서는 비교적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났다.
1분기 국내 의류 소매판매액은 17조47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5조3509억원으로 4.5% 늘었다. 3월 한 달 의류 소매판매액은 6조3937억원으로 6.5%, 온라인 거래액은 2조440억원으로 7.1% 증가했다.
신발·가방 시장도 1분기 소매판매액이 3조9844억원으로 2.3%,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조5043억원으로 1.9% 각각 증가했다. 다만 신발·가방 생산과 출하가 각각 3.6%, 0.6% 증가한 가운데 재고지수가 26.1% 급증해 재고 부담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도 흐름은 엇갈렸다. 경기지역 섬유류 수출은 1분기 4억1393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섬유원료(-18.7%), 섬유사(-13.0%), 편직물(-4.9%), 섬유제품(-7.3%) 등 전 품목이 부진했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지역 섬유류 수출은 3억1500만달러로 12.5% 증가했다. 고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과 산업용·기능성 소재 수요 확대 등이 수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지역에서는 범용 의류용 화섬에서 국방·첨단산업용 특수섬유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 기업들이 아라미드 로봇 외피와 ‘노멜트(No-melt)·노드립(No-drip)’ 전투복 소재 등을 선보이는 한편 나노섬유를 활용한 IT 융합 소재 개발에도 나서면서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종합하면 올해 1분기 섬유패션산업은 ‘내수 회복과 제조·수출 부진’이라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의류 소비와 온라인 거래가 증가하고 일부 완제품 수출도 개선됐지만, 원료·직물 등 소재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가격 경쟁, 원가 상승 등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중동지역을 둘러싼 물류 불확실성이 동시에 제조기업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어 향후 국내 섬유산업의 회복 여부는 단순한 물량 확대보다 고부가가치·기능성 소재 전환과 수출시장 다변화에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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