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방부 산하 선정 위원회는 미국의 섬유 교육 및 개발 중심지였던 노스캐롤라이나 주 벨몬트의 개스턴 칼리지(Gaston College)에 국방부의 아홉 번째 차세대 제조혁신 연구소 MII(Next Manufacturing Innovation Institute·이하 ‘MII’) ‘퓨처텍스(futureTEX)’ 설립을 승인했다.
그리고 8월 10일 조셉 주얼(Joseph Jewell) 국방부 과학기술 담당 차관보는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방부의 제조기술 프로그램 ‘맨테크(ManTech)’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우리는 전투원들의 군복, 낙하산, 위장복에 사용되는 섬유 자체를 혁신해 더 나은 성능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는 최전선에 있는 우리 전투원들의 생존율 향상, 보호력 강화, 그리고 전투력 증대를 의미한다”며, futureTEX 설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셉 주얼 차관보는 해외 생산으로 국가 안보와 공급망 전반에 걸쳐 용납할 수 없는 취약점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직물이나 섬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거나 혁신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섬유는 전투원의 삶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우리는 더 나은 성능의 소재와 미국에서 이러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해외에서 첨단 섬유·직물 제조가 이루어져 왔으며, 우리는 이를 바꿀 것이다. 혁신적인 섬유·직물 MII는 첨단 자동화 및 로봇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유형의 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억지력(한 쪽이 공격하려 해도 상대방의 반격이 두려워 공격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을 재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맨테크(Manufacturing Technology Program)’는 1956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드러난 산업 격차를 해소코자 설립됐다. 특히 전쟁 승리에 필요한 무기와 장비를 군에 공급하는 데 필요한 첨단 미국 생산 능력과 제조 공정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육·해·공군, 국방군수청 그리고 국방부 장관실이 운영하는 개별 투자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구성 요소는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자체적인 조직별 프로세스, 임무 및 절차를 주도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통합된 목표 아래 운영되고 있다.
이후 국방부는 2012년부터 미국 전역에 제조 혁신 연구소(Manufacturing Innovation Institutes)를 지원하고 있다. 각 연구소는 항공우주 및 생명공학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군사 및 제조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된 민관 협력 체제를 갖추고 있다. “美 국방섬유제조업 잠재적 해외 의존도와 취약점에 노출되다”
미국 국방 섬유 및 전투복 제조업은 ‘베리 수정안(Berry Amendment)’이라는 강력한 법적 규제에 따라, 국방부(DoD) 조달 물량의 100%를 미국 국내산 원자재와 노동력으로 충당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군용 의류·및 섬유 시장은 외견상 해외 생산 의존도가 극히 낮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와 국내 제조 인프라의 약화로 인해 일부 기초 원자재나 부품, 하위 공급망에서의 잠재적 해외 의존도(Vulnerability)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생산 비중은 약 98~100%다. 미국 국방부와 국방물자조달청(DLA)는 군용 유니폼, 방탄복, 군화 등 섬유 기반 군수품을 미국 기업으로부터 조달한다. 연간 시장 규모는 약 18억~20억 달러(약 2조4,851억 원~2조7,610억 원), 약 8,000개 이상의 독립 품목(사이즈 포함 시 3만~5만 개 라인)이 전량 미국 내에서 생산·가공된다.
따라서 해외 생산 비중은 0%에 근접한다. 미국 내 일반 의류시장의 90% 이상이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군방섬유는 법에 따라 해외 아웃소싱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처럼 미국 국방섬유의 100% 자급 체제를 지탱하는 연방법(10 U.S.C. 2533a)은 핵심은 ‘전 공정의 국산화’다. 방적·제직공정부터 최종 봉제, 검사, 단추나 지퍼 같은 부자재 조달까지 모든 생산 단계가 미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 ▲소액 계약 즉 ‘15만~25만 달러 미만’ ▲미국 내에서 구할 수 없는 원자재(국내 비가용성 결정) ▲해외 영해 내 함정에서의 긴급 조달 또는 전투 작전 중 긴급 공수가 필요한 경우는 해외 조달이 허용된다.
그럼에도 잠재적 해외 의존도와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100%에 가까운 국산화가 이루어졌으나, 미국 국방부와 학계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적 해외 의존 리스크가 지적되고 있다.
첫째, ‘하위 공급망(Tier-3, Tier-4)의 원자재 리스크’다. 고기능성 전투복에 들어가는 특수화학물질, 합성섬유 기초 소재(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의 원료)나 특수 염료 중 미국 내 생산이 중단되어 간접적으로 해외(특히 아시아권)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둘째, ‘국내 제조 인프라의 약화’다. 미국의 일반 섬유의류산업이 대거 해외(방글라데시, 베트남 등)로 이전하면서 국방섬유만을 생산하는 국내 공장들의 자동화 수준이 낮고 숙련 노동자가 부족해지는 기반 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셋째, ‘전시 증산 능력 한계’다. 평시에는 18억 달러(약 2조4,851억 원) 규모를 지급하지만 전면전 발발 시 단기간에 전투복과 방탄복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는 국내 제조 인프라(Ramp-up rate)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취약점을 해결코자 미국 정부는 국방생산법(DPA) Title III 자금을 투입해 Burlington Industries 같은 국내 섬유 기업의 설비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방 고등 섬유 혁신 연구소(AFFOA) 등을 통해 제조 공정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여, 해외 의존도를 원천 차단하고 국내 공급망 탄력성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아울러 6월 5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HASS)는 베리 수정안의 ‘미국산 100% 구매’ 규정을 강화하기 위한 보고 요건이 포함된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 DAA)’를 통과시켰다. 미군의 예산 편성 및 권한 부여를 담당하는 하원 국방수권법안에는 국방부 산하 부서들이 섬유·의류에 대한 베리 수정안 및 ‘미국산 구매’ 요건을 준수하도록 하는 중요한 보고 요건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군사위원회는 국방부에 베리 수정안에 따른 ▲면제 사용 현황 평가 ▲공급업체 검증 및 검사 관행 평가 ▲국내 국방섬유산업 기반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위한 계약 전략 조정 방안 검토 등의 보고 요건을 이행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소액 구매 예외 한도를 15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축소하는 방안의 타당성 평가(섬유제품에 한함) ▲난연성 섬유 생산 능력 및 내구성 검토 그리고 ▲베리 수정안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육군 근무복에 대한 검토 등이다.
※ 국방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1950년 9월 한국 전쟁 발발 직후 국가안보와 전쟁물자 생산 강화를 위해 제정됐다. 국방생산법은 ▲Title I(우선권 및 할당) ▲Title III(생산능력 및 공급 확충) ▲Title VII(일반조항)의 세 가지 주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타이틀은 대통령에게 서로 다른 유형의 권한을 부여한다.
이 중 우리가 눈여겨볼 건 ‘Title III(생산능력 및 공급 확충)’다. 대통령이 국가방위 목적의 산업기반 생산능력과 공급확대를 위해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행정부는 이 권한을 통해 민간 기업에 대출 보증, 직접 대출, 선구매(commitments) 계약, 보조금 지급, 생산설비 설치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장 논리로는 단기 수익성이 낮아 생산하기 어려운 필수 물자의 생산을 장려하고,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생산 확대가 가능하도록 산업기반을 육성한다. 주로 국방부가 이 권한을 위임받아 운영하나, 필요에 따라 에너지부, 상무부 등 다른 부처에도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관련 지원 활동은 연방의회가 DPA 자금에 배정하는 예산을 통해 재정적으로 지원된다. ‘퓨처텍스(FutureTEX)’, 10년간 4억8,000만 달러 예산 투입
‘퓨처텍스(FutureTEX)’로 명명한 이 프로젝트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가 사업을 총괄하고, 조지아 공과대학교, 드렉셀 대학교, 매사추세츠 로웰 대학교, 그리고 비영리 단체인 산업봉제혁신센터(Industrial Sewing and Innovation Center(ISAIC))가 창립 파트너로 참여한다.
퓨처텍스는 첫 해에 3,600만 달러(496억6,200만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향후 10년간 4억8,000만 달러(6,654억7,2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예정이다. 국방섬유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국내 섬유 경쟁력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차원의 조정, 인프라 및 기술 역량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혁신적인 고성능 섬유 개발을 신속하게 가속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해 미국의 섬유 공급망, 국가 안보 및 경제 확장, 민첩한 인력 양성을 통해 미국의 국가 안보 및 경제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한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퓨처텍스는 섬유제조업과 첨단기술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인력개발과 시설 장비 현대화를 통해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조지아공과대학교는 국방산업 지원을 위해 미국 내 섬유제조업의 현대화를 목표로 참여한다.
특히 조지아공과대학교 재료과학 및 공학부의 순다레산 자야라만(Sundaresan Jayaraman) 교수와 박성미(Sungmee Park) 교수가 이 프로젝트를 이끌 예정이다. 이들은 미국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디지털 인프라 및 기타 신흥 기술을 활용해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우선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의 첫 번째 목표는 개스턴 컬리지와 협력해 퓨처텍스의 행정감독을 맡을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는 것이다. 신설될 연구소는 노스캐롤라이나 벨몬트에 위치한 개스턴컬리지 킴브렐 캠퍼스에 위치하며, 노스캐롤라이나, 필라델피아, 매사추세츠, 조지아에 각 허브를 둔다.
퓨처텍스의 최고 전략 파트너십 책임자이자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윌슨 섬유대학(Wilson College of Textiles)의 프라카시 찬드 코차르 학장인 데이비드 힌크스(David Hinks)는 “이는 미국 섬유 제조가 전쟁터와 국내 섬유 산업 모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응용 연구를 상업화하는 것을 포함할 것”이며, “퓨처텍스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국방섬유 국가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노동집약 산업 재건 아닌 현대적·기술 중심 제조 생태계 구축” 조지아공과대학교 순다레산 자야라만 교수는 “이는 국가안보, 경제 회복력, 그리고 인력개발의 문제다. 청바지 한 벌은 큰 그림에서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믿을 수 있는 바지를 만드는 데에는 특수 기술과 제조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면서 “이러한 기술이 사라진다면, 국가는 군인들에게 필수적인 장비를 신속하게 생산할 능력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동 대학 박성미 교수는 “단기적인 성과와 장기적인 비전을 균형 있게 조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퓨처텍스의 초기 프로젝트는 첨단 섬유 제조의 가치를 입증하고 업계의 추가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장기적인 계획은 미국의 제조업 지형을 재편할 수 있다”며 “퓨처텍스는 과거 미국의 노동집약적 공장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대적이고 기술 중심적인 제조 생태계 구축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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