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어댑티브 패션’

‘환경 적응과 포용적 기술의 융합’
신체 보호 및 항상성 유지 ‘1차 물리적 방어막’ 수행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신체가 어떻게 안전하게 존속할 것인가

TIN뉴스 | 기사입력 2026/08/29 [21:38]

지구 온난화 및 극단적 이상 기후로 인해 4계절 구분이 급격히 모호해지며, 전통적인 패션 시즌 공식(S/S, F/W)이 붕괴되고 있다. 계절별로 대량 기획 및 생산되던 컬렉션 주기는 하루 안에서도 기온이 15도 이상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능적 한계를 드러내며, 과잉 재고와 소비 불일치를 심화시키고 있다.

 

패션은 이제 단순히 개성을 드러내는 시각적 수단을 넘어, 외부 유해 환경(자외선, 열 스트레스, 폭우)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고 항상성을 유지하는 ‘1차 물리적 방어막’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이 생산 공정의 탄소감축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된 기후에 신체가 즉각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기후 적응형 패션’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인 어댑티브 패션은 장애인이나 환자, 노약자 등 신체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자석 단추, 벨크로, 휠체어 맞춤형 절개선에 집중해왔다. 노약자, 척수 손상 환자, 만성 질환자는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로 인해 외부 기온 변화 시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기후 적응형 기술은 곧 가장 취약한 신체를 보호하는 포용적 복지 기술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어댑티브의 대상은 ‘신체적 조건’에서 ‘신체·환경 간의 상호작용’으로 넓어진 것이다. 

 

① Ministry of Supply, ‘상변화물질 상용화’

 

 

Ministry of Supply는 MIT공학자들이 설립한 미국의 퍼포먼스 웨어 브랜드로 NASA 우주복에 사용된 ‘Outlast@ PCM(Phase Change Material·상변화 물질) 기술'을 드레스 셔츠와 일상 재킷에 결합해 기온 변화와 실내외 이동 시 땀과 과열을 억제하는 테크웨어를 선보였다. 미세 캡슐 형태의 PCM이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열을 흡수해 액체로 변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열을 방출하며, 고체로 응고되어 일정한 쾌적 온도(약 37℃ 안팎)를 능동적으로 유지한다. 

 

② 에어로가미, ‘수분·땀 감응형 자율 통기 시스템’

 

 

‘수분·땀 감응형 자율 통기(Biomimetic Ventilation) 시스템’은 착용자의 땀(습기)을 감지하면 직물 내부의 필름 벤트가 열려 열과 수분을 배출하고, 건조해지면 자동으로 닫혀 체온 저하를 방지하는 무동력 생체 모방 기술이다. 

 

나이키 스포츠 탐구 연구소(NSRL)는 배터리나 센서 전원 없이 순수 수분 반응성 소재를 적용해 ‘에어로가미(Aerogami)’를 개발했다. 이 재킷은 러너의 발한 상태에 맞추어 가슴과 등 부위의 미세 통풍구가 자율적으로 개폐되는 반응형 의류로 착용자가 땀을 흘리면 옷의 통풍구가 자동으로 열려 공기를 통하게 하고 땀을 말려준다.

 

이외에도 나이키는 손을 쓰지 않고 발을 밀어 넣기만 하면 고정되는 핸즈프리(Hands-free) 착화 기술인 ‘플라이이즈’를 페가수스(Pegasus) 등 주요 러닝화와 고어텍스 방수 방한화 라인업으로 대폭 확대했다.

 

③ 쁘띠플리, ‘확장형 오그제틱 주름 구조’

 

 

영국 왕립예술원(RCA) 항공우주공학 출신 디자이너가 설립한 ‘쁘띠플리(Petit Pli)’는 위성 전개 메커니즘을 의류에 적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신체에 맞추어 조절되는 의류를 출시했다. 쁘띠플리는 신축성 있는 구조를 가진 특수 소재를 개발해 옷의 주름이 접히거나 펼쳐지는 양방향의 움직임에 따라 최대 7단계 사이즈까지 착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해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까지도 하나의 옷으로 체형과 사이즈에 맞춰 입을 수 있는 옷을 제작하고 있다. 

 

④ 런버브, ‘지능형 테크니컬 텍스타일’

 

 

런버브(Runverve)는 인도의 최고 공과대학인 인도공과대 첸나이(IIT Madras) 혁신 허브 기반의 스마트 섬유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독자적인 ‘지능형 테크니컬 텍스타일(ITTs)’ 기술을 바타으로 나노테크놀로지, 바이오세라믹, 초소형 생체 센서를 섬유 내에 일체형으로 결합했다.

 

이를 통해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도 능동적인 체온 조절(Cooling)을 돕고, 착용자의 수분 상태와 근육 피로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AI 디지털 트윈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는 기후 스트레스와 신체 데이터에 즉각 반응하는 차세대 스마트 어댑티브 웨어의 대표적인 연구개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⑤ 볼레바크, 트렌스포머블 ‘올웨더 어댑티브 기어’

 

 

2015년 영국의 쌍둥이 디자이너이자 어드밴체 운동선수인 닉과 스티브 티드볼(Nick & Steve Tidball) 형제가 설립한 미래형 테크웨어 브랜드 ‘볼레바크(Vollebak)’는 의류 산업을 패션이 아닌 공학의 영역으로 재해석해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 세라믹 코팅, 방탄 섬유인 다이니마(Dyneema) 등 첨단 산업용 물질을 의류에 최초로 상용화했다.

 

폭염·혹한·방사능과 같은 지구상 극한의 기후환경에서도 착용자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올웨더(All-weather) 기어를 선보이며, 타임즈(TIME)가 선정한 ‘최고 발명품(Best Inventions)’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⑥ 타미 힐피거 어댑티브, 

‘원핸드 마그네틱 지퍼 기술 공식 라이선스 취득·적용’

 

 

타미 힐피거 어댑티브(Tommy Hilfiger Adaptive)는 글로벌 메이저 패션 하우스 중 초 2016년 최로 장애인과 이동 약자를 위한 전용 라인을 선보인 선구적 브랜드다. 겉보기에는 일반 클래식 캐주얼웨어와 동일하지만 내부 구조를 혁신해 원핸드 마그네틱 지퍼 등의 기술을 적용해 옷을 입고 벗는 데 드는 신체적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특히 ‘오픈 스타일 랩(Open Style Lab)’과 같은 포용적 디자인 연구기관들의 학술적공학적 성과와 맞물리며, 급변하는 날씨 속에서도 쉽게 레이어링을 탈착할 수 있는 유니버설 어댑티브 패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⑦ 온 러닝, ‘탄소 순환형 원천기술·기후 적응형 모듈러 러닝웨어’

 

 

러너의 체온을 지키는 360도 벤틸레이션과 초경량 패커블 모듈러 ‘Weather Jacket’은 온 러닝(On Running)의 대표 스테디셀러 어패럴 라인으로 전 세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정규 판매되고 있다. 2022년에는 산업 공정 등에서 포집한 탄소 배출가스를 재활용해 고성능 폴리에스터 및 폼 소재를 만드는 친환경 혁신 기술인 ‘CleanCloud@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석유 기반 원료를 대체하면서도 기존 고기능성 러닝 폼과 직물의 탄성, 내구성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신발 중심이던 온 러닝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웨더자켓 출시 이후 고기능성 올웨더 어패럴로 성공적으로 확장시켰고, 기후 대응 기술을 바탕으로 마케팅 구호가 아닌 딥테크(탄소 포집)로 입증하며, 친환경을 중시하는 글로벌 러닝·웰니스 소비층 사이에서 높은 가격 방어력과 브랜드 로열티를 확보했다.

 

⑧ 룰루레몬, Sensory-Adaptive 및 Inclusive 라인 확대

 

 

룰루레몬(Lululemon)은 감각 과민을 겪는 신경 다양인을 주목했다.

자폐 스펙트럼(ASD), ADHD, 감각처리장애(SPD) 등을 가진 이들은 미세한 봉제선이나 라벨, 직물 마찰과 통풍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이에 착안해 룰루레몬은 버터처럼 부드러운 자체 원단 기술을 한층 고도화했다. 모든 라벨을 피부 마찰이 없는 열 전사 프린트로 대체하고, 복부 압박감을 덜어주는 소프트 밴딩 구조를 적용해 감각 취약 층까지 포용하는 어댑티브 디자인을 구현했다.

 

앞서 소개된 스마트 섬유와 가변형 모듈러 설계는 단 한 벌의 옷이 폭염과 한파, 국지성 호우 등 다양한 환경에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다품목 소비를 ‘다기능 단일화(Seasonless Multi-use)’로 전환해 의류 폐기물을 줄이고 제품 수명을 연장시키는 실질적인 친환경 순환 경제 해법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어댑티브 패션은 신체장애와 이동 약자를 위한 포용적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전 인류의 기후 회복 탄력성(Climate Resilience)을 지원하는 유니버설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결국 기후 위기 시대의 패션은 시각적 미학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유해 환경에 맞서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1차 물리적 방어막’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취약한 신체를 포용하는 인도주의적 배려와 지구 환경에 적응하는 첨단 텍스타일 공학의 결합은 패션의 본질적 가치를 ‘무엇을 입을 것인가’에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신체가 어떻게 안전하게 존속할 것인가’로 재정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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