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법칙을 재정립하다

유니클로·도레이, 소재과학·소비자 통찰력 기반 일상복 혁신 선도
20년째 이어온 전략적 파트너 관계 지속…제5기 목표·전략 재설정

TIN뉴스 | 기사입력 2026/04/07 [10:55]

 

유니클로(UNIQLO)와 도레이(TORAY)‘

이들은 소재기업과 패션기업의 이상적인 조합이자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꼽힌다. 더구나 국산 소재가 중국산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들의 파트너십은 더욱 우리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리고 올해로 유니클로와 도레이의 동반은 20주년이 됐다. 

수십 년에 걸친 이들의 협력은 소재 과학과 소비자 통찰력 그리고 글로벌 규모를 융합해 일상복을 혁신하고 있다. 이들의 협력은 소재와 의류기업의 성공적인 협업사례로 늘 회자되고 있다. 이들은 20년 여 이상 보온성, 통기성, 신축성 그리고 보호기능을 갖춘 고성능 섬유를 책임감 있게 생산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 

 

때마침 2006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다시 5년이 연장됐다. 양사는 4월 초 제5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파트너십 기간은 2026~2030년. 이들의 파트너십은 5년 마다 갱신되며,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재설계하며, 공존과 상생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파트너십은 실적으로 증명되어왔다.

20년간의 거래 실적은 ▲제1기(2006~2010년) 약 2,500억 엔(한화 2조3,620억 원) ▲제2기(2011~2015년) 약 6,000억 엔(약 5조6,698억 원) ▲제3기(2016~2020년) 약 1조 엔(9조4,497억 원) ▲제4기(2010~2025년) 약 1조3,000억 엔(약 12조2,846억 원)에 이른다.

 

한편 양사는 이번 제5기 파트너십에 대한 구체적인 거래액 목표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도레이의 오오야 미츠오 사장은 “‘핵심은 라이프웨어의 목적, 즉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웨어를 확장하는 데 있어 이 품목들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라고 언급하며, 유니클로의 성장 전략도 고려한다면 극적인 확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제5기 파트너십의 목표는 라이프웨어의 대규모 핵심 제품을 다수 생산하며,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로 글로벌 공급 확장이다. 특히 라이프웨어의 핵심 상품을 늘리는 것 외에 도레이는 글로벌 공급망 확장을 위해 현지 내수 소비를 위한 현지 생산을 더욱 강화하고 인도, 인도네시아 등 국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속가능성에 집중하고 사회 및 환경 분야의 글로벌 문제 해결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 유니클로에 플리스 재킷용

폴리에스터 소재 공급으로 시작된 인연

 

 

양사의 공식적인 파트너십은 제1기인 2006년부터지만 이미 사업 관계는 1990년대 후반 유니클로에 플리스 재킷용 폴리에스터 스테이플 섬유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니클로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일본 섬유산업은 저가 수입품 유입으로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었고, 도레이 역시 생존의 기로에 서 있었다. 돌파구를 찾은 것이 바로 유니클로다. 유니클로와의 협력을 통해 첨단소재 개발과 고분자 화학분야의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업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패스트리테일링 야나이 타다시 회장이 도레이와의 협력을 결정한 계기는 당시 도레이의 회장이었던 故 마에다 가쓰노스케의 인터뷰기사 때문이다.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당시 마에다 가쓰노스케 회장은 섬유산업을 세계적인 성장 산업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야나이 타다시 회장은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고 생각해 경영진을 이끌고 마에다 가쓰노스케 회장을 찾아갔다. 마에다 회장에게 도레이 사장 직속의 유니클로와만 협력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해달라고 요청했고, 마에다 회장은 주저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 

 

참고로 故 마에다 가쓰노스케(Katsunosuke Maeda) 명예 회장은 2009년 외국인으로는 처음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경영인이다. 1926년 설립된 도레이는 1963년 코오롱그룹의 전신인 한국나이롱㈜에 기술 이전을 시작으로 1972년 제일합섬에 자본을 투자했다. 이허 1999년 새한과 공동으로 도레이새한(現 도레이첨단소재㈜)을 설립하는 등 42년간 자본투자 및 기술이전, 공동연구를 주도하는 한국과의 인연을 각별했다.

 

또 1987년 경영 위기였던 동남아 현지 공장을 정상화시키며, 상무에서 일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라섰다. 10년 만에 회사를 매출액 1조 엔대의 우량기업을 키워내며, ‘도레이 중흥의 아버지’로 불렸다. 

 

일본 경단련 부회장, 일본경영자협회 회장, 아시아화학섬산업연맹 회장 등을 지내며, 일본 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199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2002년 복귀해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2004년 다시 은퇴했다.

 

도레이 역시 유니클로와의 협력은 도레이 100년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자신한다.

전통적인 엔지니어 중심에서 개발, 제조, 마케팅을 아우르는 다기능 팀을 구성함으로써 소비자 중심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해 시장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 오랜 관계의 핵심

 

 

야나이 타다시 회장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레이의 건전한 경영방식을 오랜 파트너십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일본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분업과 같은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데 도레이는 이 두 가지 모두를 갖추고 있어 이상적인 파트너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는 사람들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옷을 만들고자 하는 신념을 항상 공유해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야 미쓰오 사장은 파트너십은 3가지 핵심 기반 위에 세워졌다고 강조한다.

첫째는 ‘신뢰’다. 야나이 회장과 도레이의 역대 경영진 간의 오랜 관계 그리고 최고 경영진부터 생산 현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구축되었다.

 

둘째, ‘통합’이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기업 철학인 ‘옷을 바꾸고, 기존의 관념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도레이의 사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때문에 도레이의 기능과 가치가 거의 완벽하게 융합된 ‘궁극의 가상 회사’와 같은 수준의 협업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공동 창조’다. 유니클로는 고객 우선주위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해 왔고, 도레이는 선도적인 소재메이커로서 고객과 긴밀히 협력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 패션 미래를 위한 준비

 

도레이가 유니클로의 높은 기준을 꾸준히 충족할 수 있는 핵심 강점은 무엇일까?

미쓰오 오야 사장에 따르면 도레이의 강점은 극한의 한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탄소섬유 연구는 낚싯대에서 시작해 항공기 소재와 같은 최첨단 분야에까지 발전해 왔다.

 

또 다른 강점은 오랜 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다.

도레이는 수십 년에 걸쳐 소재를 개선하고 발전시켜왔다. 예를 들어 50년 이상 수처리 멤브레인 개발에 매진해 현재 해수 담수화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유기합성화학, 고분자 화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을 아우라는 다양한 기술을 통합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예로 가벼운 레이어로 따뜻함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원단 ‘히트텍(HEATTECH)은 유니클로와 협력해 개발했다. 유니클로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또한 일본 최초의 글로벌 제조업체 중 하나인 도레이는 1950년대부터 해외에서 사업을 운영해 왔다. 현재 전 세계에 연구개발 및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신속하고 정확한 대량생산을 통해 유니클로의 높은 수요와 빠른 납기를 충족하고 있다.

 

야나이 타다시 회장은 “연구개발과 수천만 개 단위의 대량생산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 능력을 모두 갖춘 기업은 드물다. 하지만 도레이는 진정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열정과 젊은 인재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 걸쳐 다양한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최첨단 연구를 지속적인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도레이의 차별화 요소로 끈기를 꼽았다.

다른 기업들이 쉽게 포기할 만한 상황에서도 도레이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도레이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 미래에 대한 공동비전

 

“도레이는 지속가능성, 기후변화, 고령화 사회와 같은 과제들 속에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하는 첨단소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기반, 환경 및 건강 관련 응용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고분자 과학은 앞으로도 도레이의 핵심 연구 분야가 될 것이나 진정한 과제는 이러한 과학을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직물과 의류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미츠오 오야 사장은 월스트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또 “나노 디자인과 같은 기술은 유망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라는 핵심 질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발전은 정체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레이는 유니클로와 긴밀히 협력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며, 고객의 니즈에 귀 기울여 진정으로 의미 있는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패스트 리테일링 야나이 타다시 회장은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진실, 선, 아름다음과 같은 보편적인 인간 가치는 변치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원칙에 기반한 사업과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이는 제품, 즉 ‘바로 이거야!’라고 말하게 만드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오늘날처럼 연결된 세상에서 입소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여겨지는 브랜드는 금세 관련성을 잃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해야 한다”면서 “이는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도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시도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든 사업이든 성공은 생각하고, 실행하고, 넘어지고, 다시 시도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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