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올해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26년 10대 트렌드’를 공개하며, 트렌드 키워드로 ‘Horse Power’를 꼽았다. 김난도 교수는 “말처럼 힘 있게 달려가자는 취지로 ‘Horse Power’를 화두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말은 인간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힘센 존재이며,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 계속 들어오게 되면서 인간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실행력과 추진력을 갖게 됐다.
김난도 교수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半人半馬) ‘켄타우로스(Kentauros)처럼 우리가 인공지능을 사용하게 되면서 우리가 이런 모습이 돼야 하지 않을까”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하체는 효율적이고 힘찬, 생산적이고 상체는 인간적인 감성, 감정, 지혜를 겸비한 그런 존재가 됐을 때 켄타우로스처럼 인간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10대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의 작용과 인간의 반작용이 상호작용하고 변증법적으로 합일(合一, 하나가)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① 휴먼인더루프(Human in the Loop)
‘루프(Loop)’는 어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순환의 과정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인간이 관여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인공지능을 얼마나 사용하고 인간이 얼마나 개입하느냐다. 김난도 교수는 이를 3~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 ‘인간이 거의 주도, 인공지능은 살짝 활용’하는 형태다. 작업을 할 때 컴퓨터 옆에 인공지능을 불러놓고 검색창에 팩트 확인하는 정도로만 참조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굉장히 인간 주도적인 업무처리’다. 이런 걸 루프 속에 AI가 살짝 들어갔다고 해서 ‘All in the Loop(AI가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인간의 판단에 의해 작동하는 방식)’라고 한다.
이와 가장 반대인 거의 모든 일을 인공지능이 처리하는 형태인 ‘Human out of the Loop’는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전적으로 독립적으로 판단·결정하는 방식으로 루프 속에 인간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아직은 철저하게 인공지능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작동할 수 있는 서비스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가능하다거나 또는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이 살짝 개입하는 ‘Human on the Loop’ 즉 인간이 모니터링만 하면서 필요시에만 AI가 개입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이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되어 있고 인간이 그 위에서 제대로 돌아가는지 체크 정도를 해주는 방식이다. 김난도 교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인간과 AI의 가장 바람직한 관계 설정은 Human in the Loop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Human in the Loop’는 인간이 명령을 주고 팩트 체크를 하고 또 그것을 재가공해서 활용해낼 수 있는 업무 처리의 결과를 의미한다. 단적인 예로 미국의 모 언론의 칼럼리스트가 여름휴가에 읽기 좋은 책 15권 추천 리스트를 게재했다. 이후 독자들이 그 책들을 찾아보니 이 중 10권이 AI가 지어낸 가짜 책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가상으로 환각에 의해 지어낸 책들이었다. 만약 15권 추천 리스트를 한 번이라도 인간이 검색해봤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인공지능에 대한 과신이 부른 참사였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AI 관련 연구에 따르면 전문성이 높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그 사람의 전문성이 더욱 올라간다. 반대로 자기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지나친 인공지능 의존으로 그 사람의 성과는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가 결국은 인공지능이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게 인공지능을 활용한 목적이다. 김난도 교수는 “요즘 인공지능을 과대 또는 과소평가하고 있는데 적절한 균형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② 기분경제(Feeleconomy)
소위 MBTI 테스트 시 예를 들어 “기분이 안 좋아서 빵을 샀다”고 말할 때 “무슨 빵 샀어?”라고 말하면 ‘T성향, “왜 기분이 안 좋았어?”라고 물으면 F성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기분이 안 좋은데 빵을 살까에 대한 의문이다. 빵을 샀다는 것. 어떤 구매의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배가 고파서 또는 나의 신분과 지위를 좀 과시하려고 비싼 브랜드의 빵을 산다는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기분 전환을 위해 빵을 샀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근 직접적으로 큰 소리로 욕하거나 차별하지 않지만 작고 은근한 말이나 행동 속에 들어있는 무례함이나 차별적인 태도라는 의미의 ‘미세 공격’으로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과거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은 그냥 넘기지 않는다.
김난도 교수는 기분이 경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취지에서 감정인 ‘필(Feel)’과 경제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한 필이코노미를 제안하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기분을 원하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필이코노미는 ①내 기분을 디바이스를 통해 읽어내고, ②부정적인 기분을 떨칠 수 있도록 지원받고 ③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더 좋은 기분을 얻으려고 지출을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감정인 기분이 곧 소비의 동력이 되는 시대. 2026년에는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마케팅이 대세가 될 것이며, 마케터는 감정 기반 마케팅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③ 제로클릭(Zero-click)
제로클릭은 AI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키워드다. 과거에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검색창에 검색을 하고 클릭하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구조였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많이 달라졌다. 인공지능은 대체로 질문 한 번에 바로 답을 준다. 요즘은 검색 서비스들도 제일 상단에 인공지능이 답을 먼저 제안한다.
이렇게 변화하면 클릭이라는 인간의 행위가 극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제로클릭(Zero-click)’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검색 뿐 아니라 쇼핑 창에서도 그동안 내가 관심 있게 보았던 구매 이력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수많은 상품 중에서 딱 내가 좋아할만한 상품들을 상단에 가장 먼저 제안하게 된다. 이러한 제로클릭의 대두는 마케팅 패러다임도 바꾸었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검색했을 때 ‘어떻게 하면 내 브랜드가 상단에 노출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 답변에 최적화된 마케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브랜딩이 매우 중요했다. 고객이 클릭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브랜드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과정을 모두 압축해서 바로 답을 제안하는 제로클릭시대가 됐기 때문에 오히려 브랜드보다는 상품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앞으로 계속해서 인공지능이 고객의 선택을 쉽게 해주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단순히 편리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 마케팅 환경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④ 레디코어(Ready-core)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김난도 교수는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받은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간단한 대사가 어떻게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을까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계획을 세운다. 젊은 세대들은 앞에 있을지 모르는 일들을 대비해서 미리미리 공부하고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정년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 뭘 하지?”정도였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내가 이 직업을 얼마나 오래 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다음 자격증을 미리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매우 강하다.
또 향후 자기 진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를 미리 하는 것이다. 이처럼 선행학습은 학생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의 전유물이 됐다. 김난도 교수는 이처럼 아직 오지 않은 삶은 미리 계획하고, 학습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준비된(Ready) 상태가 삶의 핵심(Core),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는 의미의 레디코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하고 있다. ⑤ AX조직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트렌스 포메이션이라고 부른다. 이제는 AI가 들어오면서 이를 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과 논리가 도입될 때 갖춰야 할 조직과 인사관리의 모습을 일컬어 ‘AX조직’으로 명명했다.
‘AX조직’은 우리의 조직이 AI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조직 구조 자체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AI를 활용하게 되면 단순히 효율이 높아졌다는 정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단 실행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조직적 변화와 두 가지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조직적 변화는 조직 내의 부서 간 경계와 상하 간 직급이 무너진다. 예전 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식의 층층시하 관료제가 있었다면 요즘은 부장이나 임원들이 AI를 가지고 직접 실무를 하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문화적 변화로는 요새는 나는 어느 부서의 한 곳에만 속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업무를 나눠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강해졌다. 그리고 AI의 등장은 우리로 하여금 학습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있다. 일단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학습역량이 매우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제 더 중요해진 것은 기존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역량이다.
학습이 ‘런(Lean)’이라면 이건 ‘언런(Unlearn)’이다. 즉 기존의 우리가 아날로그 시대, 컴퓨터 시대에 가지고 있던 업무의 수행방식을 내려놓고 버릴 때가 됐다는 이야기다.
또한 기존 방식을 잊고 새롭게 리런(Relearn), 익혀야 한다. 따라서 AX조직의 새로운 조직문화는 Learn - Unlearn - Relearn 3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큰 변화가 지금 크고 작은 조직에 몰아닥치고 있다. 이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 조직들의 생산성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⑥ 픽셀라이프(Pixelated Life)
소비자들은 더 이상 하나의 브랜드, 가치에 오랜 기간 충성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나타난 트렌드를 짧고 빠르게 탐색한 뒤 다음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 ‘픽셀라이프(Pixelated Life)’다. 이는 작은 픽셀들이 모여 화면을 이루는 것처럼 짧고 다양한 경험들이 삶은 구성함을 의미한다. 요즘 브랜드들이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픽셀라이프의 특징은 첫째, 작다. 요즘은 용량들이 작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화장품도 큰 병으로 하나를 사는 것보다는 작은 것을 사용해보고 또 다른 걸로 넘어가고, 과거에는 샘플로나 받았던 그런 크기들을 많이 사용하게 됐다.
둘째, 많다. 다층적인 경험을 한다고 표현한다. 여러 가지 경험들을 동시에 해보는 그런 사람들이 늘어났다. 셋째, 빠르게 넘어간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것이 제철음식, 축제 등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해보고 그게 끝나면 빠르게 다음 것으로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사회, 트렌드가 아주 정신없이 다양하게 빨리 변하는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와 같이 큰 흐름이 있어서 그 흐름만 타면 아주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이 작은 기회를 계속 끊임없이 포착해야 된다. 어찌 보면 굉장히 피곤한 시대를 살게 되는데 반대로 좋게 생각하면 기회를 잘 포착하는 사람이 수많은 변화 속에서 더 나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⑦ 프라이스 티고딩(Price Decoding)
프라이스 ‘가격’과 디코딩 ‘~을 해독한다’는 의미로 프라이스 디코딩 트렌드는 소비자가 제품의 가격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의 원가, 브랜드 가격, 유통가격은 얼마인지 식으로 구성요소를 분해한 후 내가 여기에 얼마까지 지출할 용의가 있다고 결정해서 구매하는 현상이다. 한 마디로 소비자들이 매우 분석적이고 초합리적이고 스마트해졌다.
특히 가격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얼마라고 이야기하는 어렵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특히 그 중에서도 ‘상품력의 값’과 ‘브랜드력의 값’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믿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나를 더 멋지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브랜드라고 하면 그 브랜드 값으로 얼마든지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또 일부 실용적인 소비자들은 듀프(Dupe), 즉 ‘고가의 브랜드 제품과 유사하지만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대체품’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는 브랜드 위주의 소비를 할 때 흔히 짝퉁, 가품을 쓰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가품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비슷한 성능을 내는 브랜드가 없더라도 듀프를 쓰겠다 등의 생각들이 강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마케팅이 브랜딩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상품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K-뷰티의 인디 브랜드들이 세계 시장에서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알고 보면 브랜드는 약하지만 상품력은 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브랜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김난도 교수는 옛 속담을 차용해 “빨리 가고 싶으면 상품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고 싶으면 브랜드와 함께 가라”고 조언한다.
또 가성비 개념도 좀 바꾸고 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의미하지만 요즘은 ‘굉장히 저렴하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프라이스 디코딩 소비자들은 너무 가격이 싼데 품질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에 탁월한 품질을 선호한다. 물론 가성비도 좋다.
김난도 교수는 이를 ‘프리미엄 가성비’ 또는 ‘가성비 2.0’이라고 명명했다. 앞으로 무조건 싼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프라이스 디코딩 트렌드에 맞출 수 있는 굉장히 합리적인 프리미엄 가성비를 갖춘 상품들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⑧ 건강 지능(Health Intelligence)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각종 디지털 기기나 또는 매체들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고 기구를 얻어 해결책을 얻음으로써 건강에 대한 지능이 아주 높아졌다. 산업시대에는 IQ(지능지수)가 중요했고, 서비스 산업과 인간관계가 중요해지면서 EO(감정지수)가 중요했었다. 이제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지능(HQ·Health Quotient)’이 중요해졌다.
이에 김난도 교수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건강 관련 정보를 탐색하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자기관리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 건강지능을 키워드로 제안했다.
그렇다면 요즘 건강관리 트렌드는 무엇이 특별할까? 첫째, 매우 과학적으로 관리한다. ‘무엇을 식후에 언제 먹었을 때 혈당 피크치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또는 막연히 건강식품이나 약품의 브랜드에 의존하기보다 ‘그 안에 있는 특정한 어떤 성분이 몇 ㎎ 정도 들어 있을 때 좋다’라는 식으로 아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을 통해서 세계적인 학술지에 나와 있는 의료 논문을 찾아서 읽는 등 소비자들의 건강지능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
둘째, 미리미리 선제적으로 관리를 한다. 이전에는 50대 쯤 돼서 건강검진을 받았더니 경계선에 있다고 하면 이제 건강관리를 해야지 생각했다면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혈당을 비롯해 여러 가지 지표를 일일이 체크해 가면서 자기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2025년에 유행했던 ‘저속노화’ 트렌드도 알고 보면 선제적 관리에 해당할 수 있지만 건강지능 소비자들이 펼쳐 나가는 선제적 관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과학적이다.
셋째, 총제적인 관리를 한다. 하나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마음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그런 관리법을 택하고 있다. ⑨ 1.5가구(the 1.5 Households)
우리 사회에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혼자 사는 것은 편리하고 독립적이어서 좋지만 외롭기도 하고 각종 생활 편의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조금 어렵기도 하다. 반면에 여러 가구가 같이 사는 경우 안정적이고 비용도 절감시킬 수 있어 좋긴 하나 조금 독립성을 해치는 단점이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두 가지 토기를 다 잡으려고 한다.
김난도 교수는 개인의 독립적인 삶(1)을 기반으로 하되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자원(0.5)과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관계인 ‘1.5가구’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1.5는 1과 0.5의 결합이며, 1은 온전한 나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에도 “나 자신은 오롯이 개인이고 싶다”는 욕망이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자유롭지만 고독하다’ 브람스의 말처럼 자유롭게 혼자 있으면 필연적으로 고독이 따라오고 가구가 함께 누리는 규모의 경제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든다.
1.5가구는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지원 의존형’이다. 혼자 살지만 외부적 지원을 끊임없이 받아서 그런 심리적 외로움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유형이다. 둘째, ‘독립 지원형’이다. 지원 의존형의 반대 개념으로 2~4인 가구가 한 집에서 같이 살지만 각자 철저하게 독립성을 지켜주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자체 조사에 따르면 냉장고도 사람에 따라 칸칸이 각자 자기가 먹을 음식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요즘은 여럿이 살아도 혼자의 자율성을 지켜준다.
셋째, ‘시설 활용형’이다. 최근의 주거시설들은 개인의 독립성은 철저히 지켜주면서도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활용해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다. 비단 실버타운 뿐 아니라 새로운 곳 또는 공유 주거 서비스와 같은 곳들은 개인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좀 작다. 대신 문을 열고 나가면 그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반 시설, 조리할 수 있는 시설, 게스트룸 등을 마련하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이러한 의미에서 1.5가구는 고독하지만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이 찾아낸 가장 합리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⑩ 근본이즘(Fundamentals)
사람들이 뭔가 더 근본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키워드다. 특히 최근에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영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굿즈를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작년, 재작년부터 박물관의 인기가 아주 높아지고 있다. 케데헌과 무관한 지방의 박물관들도 요즘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 아주 재미있는 현상은 박물관 같이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물건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어쩌면 인공지능이 판을 치는 시대에 ‘진짜는 무엇인가?’, ‘역사를 견뎌낸 원조의 힘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진단한다.
첫째, 전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갓이나 전통 무용을 승화한 현대적 공연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둘째, 원조를 중요시 한다. LG전자에서 금성사 시절에 만들었던 최초의 라디오, 최초의 선풍기를 그 모습 그대로 재현해 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원조가 중요해지고 있다.
셋째,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엡스키’의 문학 읽기 열풍이나 조성진 공연 티켓이 1분도 안 돼 매진되는 등의 아주 고전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엄마·아빠가 사용하던 아날로그 물건에 대한 관심들도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LP 열풍에서 MP3플레이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네모이아(Anemoia)’ 즉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절의 분위기와 문화 요소 등에 그리움을 느끼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 시절을 살아본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궁중 조선시대 사극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묘한 향수를 느끼면서 본다.
우리가 복고, 레트로, 뉴트로는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향수라면 아네모이아는 사회적 경험,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 향수다. 그렇다면 왜 아네모이아를 느낄까? 이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확산 때문이라고 김난도 교수는 해석하고 있다.
미국의 모 칼럼리스트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을 어릴 때부터 사용한 Z세대의 80% 이상이 ‘디지털 기술을 너무 과대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또 60%는 ‘디지털이 없던 시절에 대해 그리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디지털은 쓰지만 그 부작용으로 인해 본인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창조해 낼 수 없는 생성해낼 수 없는 위조할 수 없는 그런 ‘진짜’, ‘근본’, ‘본원’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결과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는 “근본이즘은 10가지 키워드들을 아우르는 마지막 키워드이며, 마지막에 넣은 것은 인공지능이 판을 치는 첨단의 시대일수록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다시 한 번 생각해서 가장 근본적인 본원으로 돌아가자. 그래서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들을 한 번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유리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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