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짜와 가짜, 경계가 사라지다

AI와 정교한 복제품, 우리 일상까지 흔든다

TIN뉴스 | 기사입력 2025/10/01 [10:19]

▲ 가수 겸 배우 임시완과 수지가 자신의 밀랍인형 공개 행사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IN뉴스

 

최근 진품과 가품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명품부터 예술작품, 꽃과 음식까지 눈으로만 봐서는 어느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은 이미 가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품 판매가 플랫폼 신뢰를 흔드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각 플랫폼은 진품 감별 기술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 품절 대란을 일으킨 라부부(Labubu) 인형과 가품을 칭하는 라푸푸를 비교하는 영상 이미지  © TIN뉴스

 

품절 대란을 일으킨 특정 인형이나 한정판 제품을 구매한 뒤 소비자가 정품인지 가품인지 확인하는 영상은 SNS에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정품 감별법’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할수록 가품은 더욱 정교해지고, 진짜와 구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술계도 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위작 논란에 휘말린 유명 화가의 작품은 두 개의 감정기관에서 진품과 위작이라는 서로 다른 상반된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심지어 작가 자신이 “내 작품”이라고 말한 그림조차 법원에서 위작으로 판정된 사례도 있다. 감정과 신뢰가 뒤섞이며 예술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포토존으로 유명한 등나무 꽃 터널에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이 서있다. 등나무 꽃이 인조 모형이라는 것은 가까이 가서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다. © TIN뉴스

 

생활 속에서도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예전에는 멀리서 봐도 조화와 생화를 쉽게 구분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까이에서 보고 만져 봐도 생화인지 조화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또 실제 나뭇가지에 인조 나뭇잎을 붙여 더욱 진짜와 흡사하게 제작되고 있다. 퀄리티 높은 조화와 인조나무는 이제는 화훼와 원예시장에 위협이 될 정도다.

 

또 대형 쇼핑몰 식당 앞 음식 모형은 보고 있으면 군침을 돌게 할 정도로 퀄리티가 높아졌고 유명인을 본떠 만든 밀랍 인형은 도플갱어 수준까지 싱크로율이 뛰어나 사진만 봐서는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 일본 음식 모형은 매우 정교한 수준으로, 재료의 질감과 색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밀랍, 실리콘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 TIN뉴스

 

무엇보다 충격적인 변화는 AI가 만들어낸 세상이다. 혼란의 중심 속 AI가 만든 사진, 영상, 뉴스는 매우 정교해, 제작자가 AI임을 밝히지 않으면 진짜와 구분하기 어렵다. AI 작품에 대한 초기의 신기함과 즐거움은 이제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바뀌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실제 촬영한 영상조차 AI 제작물로 의심받으면서 진짜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신뢰가 무너지면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AI는 큰 변화를 몰고 온다. 생산성과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영상, 사진, 모델, 작가, 화가 등 창작자와 산업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낀다. 또 뉴스와 방송, 광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며, 인간 노동의 가치와 역할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AI가 사회에 가져올 위험도 경고한다. 뉴스 사이트나 방송국이 해킹당해 AI 제작 영상으로 전쟁이나 재해 뉴스를 내보낸다면, 사회적 혼란과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AI로 인한 오류가 사고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AI는 창작의 영역에서 엄청난 효율을 제공해 한편으로는 놀라운 도구이기도 하다. 하루 한 작품밖에 만들지 못하던 작가가, 이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산업 현장과 다양한 분야에서 AI 활용이 증가하면서,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도구로서 잠재력도 크다.

 

▲ <좌측> 미국 DE 윌밍턴에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손을 흔들고 있다. <우측> 전 대통령 트럼프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속이는 인공지능 생성 사진의 한 예이다.  © TIN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는 균형이라고 강조한다. AI는 누군가에게는 창작의 동력, 다른 누군가에게는 범죄 도구가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인간이 자생력을 잃고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혼란과 피해로 인한 대가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진짜와 가짜, 인간과 AI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시대. 기술 발전을 무조건 환영하기보다는 정확한 감별, 윤리적 활용, 산업 보호와 사회적 대비가 필수적이라는 경고가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상현 취재팀장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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