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광저우는 오랜 기간 글로벌 패스트패션 산업의 거점으로 군림해왔다. 도시촌락(urban village) 곳곳에 자리한 소형 봉제 공장들은 하루 수천 장의 의류를 생산해 Shein, Temu 등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공급하며 ‘세계의 봉제공장’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글로벌 수요 둔화, 정부의 산업정책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역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美, 디미니미스 조항 폐지… Shein 제품價 23% 급등
올 들어 미국은 대중국 수입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의류에 대해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5월에는 소액 면세 기준인 ‘디미니미스(de minimis)’ 조항을 폐지하며 중국과 홍콩에서의 면세 직구 통로를 차단했다.
최근에는 이를 전 세계로 확대 적용, 이른바 ‘우회 수입’ 루트까지 봉쇄했다. 이에 따라 Shein 제품 가격은 불과 한 달여 만에 평균 23% 가까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광저우 판위(Panyu) 지역에서 봉제 공장을 운영하는 양루이핑 씨는 “관세 인상은 결국 생산비 절감을 강요하는데, 이미 인건비는 바닥”이라며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이 상태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장시간 노동에 단가제… 주문 끊기면 ‘무급’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더 열악하다. 하루 10~12시간 근무는 기본이고, 일부는 한 달에 단 하루만 쉰다고 전했다. 단순 작업은 품목당 1위안, 복잡한 작업은 10위안 수준의 단가를 받는 구조로, 주문량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하다. 좁은 작업 공간에서 장시간 일해야 하는 만큼 육체적 피로도 극심하다.
“러시아도 답 없어”… 수출선 다변화 시도도 한계
미국 시장 위축에 따라 업체들은 수출선을 다변화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러시아에 데님을 수출하던 한 공장주는 “전쟁 여파로 주요 고객들이 군에 징집되며 수요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성기엔 월 10만 장을 납품했지만, 현재는 3~4만 장 수준으로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첨단산업 집중에 소외된 전통 봉제업
패스트 패션산업의 위기는 외부 변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도 전통 제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지원이 집중되며, 저부가가치 봉제업은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였다.
한 광저우 공장주는 “정부는 더 이상 소형 봉제공장 같은 산업에는 관심이 없다”며 “정책 지원 없이 버티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Shein 신화’도 흔들… 가격 경쟁력 상실
중국 광저우를 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Shein도 위기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소량 주문을 기반으로 한 초고속 생산 시스템으로 중소 공장의 수요를 흡수해 왔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와 규제 강화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시장 점유율에 타격을 입고 있다.
한때 미국 내 온라인 패스트패션 시장의 50%를 장악했던 Shein은 최근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저임금 노동력, 불안정한 글로벌 수출시장, 정책적 무관심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광저우 패션산업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세계의 봉제공장이라는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웅순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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