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사이에 낀 ‘韓 후가공물’

중국 저가 공세·일본 ‘소량오더도 O.K’ 생존 몸부림
中 정부 내수 진작 노력에 시장 회복세…시장 점유 위한 전략 절실

TIN뉴스 | 기사입력 2025/06/30 [10:42]

 

[중국 심천] 올해 2월 뉴욕 코테리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소재업체들은 낭패를 봤다.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때문인데 미국 리테일 등 관계자들이 한국 업체들에게 “관세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이에 대해 “너희 나라 대통령이 정하는 걸 우리에게 물어보느냐”고 반박했다. 결과적으로 수주는 기대했던 절반 수준에 그쳤다.

 

KOTRA와 함께 동 전시회의 한국 소재기업 참가를 지원했던 한국패션소재협회 관계자는 “바이어들이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주문을 망설였다. 발주했다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일까봐 내심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6월 11~13일까지 중국 심천컨벤션전시장에서 열렸던 ‘Intertextile shenzhen apparel fabrics and yarn expo shenzhen’의 분위기는 기대보다는 방문객들의 수가 많았다. 그러나 늘어난 방문객 대비 한국 소재기업들의 반응은 다소 냉담했다. 대부분 ‘간을 보는 분위기’라고 이야기했다.

 

참가기업 관계자는 “사람들은 많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하는 데 정작 발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하는 20대 젊은 사장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옷 한두 벌 만들 수 있는 소량 오더를 요구하거나 시장 조사를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중국의 올해 상반기는 살아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내수 경기 부양에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자한 노력이 서서히 내수회복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중국 소매 판매는 작년 동월 대비 6.4% 증가해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5.0%)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4월 수치인 5.1%를 웃돌은 것은 물론, 지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에 앞서 미리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오더가 꽤 늘어난 효과도 있었다.

 

중국 3대 도시 중 하나인 심천은 광저우, 항저우 지역의 교차점이자 섬유의류제품의 생산 거점이다. 여기에 홍콩과 인접해 자본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실제 전시회에는 일본, 싱가포르 등의 섬유기업의 홍콩법인들이 대거 참가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후가공물이다.

방염, 방충 등 기능성을 추가하거나 또는 노말한 원단에 디지털 프린팅 후 엠보가공을 하거나 컴퓨터 자수, 자카드 등 다양한 후가공기술로 원단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후가공 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대량 물량에 저가로 우리를 위협하고 콧대 높던 일본 기업들은 소량 주문까지 받기 시작했다. 우수한 후가공 기술을 앞세운 한국으로선 중국과 일본 사이 끼여 있는 형국이다.

 

섬유 단체 관계자는 “여전히 한국산 후가공 아이템이 중국 시장에서 먹히고 있긴 하다. 예전에는 일본보다 기술력은 조금 부족할 수 있어도 가격에서 우위를 점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의 기술력과 품질이 우리 수준까지 올라온데 다 일본은 양이 적건 많건 수주를 해버리는 통에 한국 기업들은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참가기업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바꿨다. 뭐든지 다 해준다. 중국에서 거래 판매하면서 상권을 만들어 자기 창고도 함께 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30야드 오더도 받아 준다. 구매도 고작 60~100야드, 많아봐야 200야드에 불과하다”로 토로했다.

 

실제 전시회에 참가한 일본 섬유기업들 중 절반 이상이 부스에 ‘소량 오더 가능하다’는 문구를 부착해 놓고 일일이 방문객 응대에 분주했다. 업체 관계자는 “상해 기반의 중국 시장에서 소량 오더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도 중국 지사나 법인 스스로 생존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후가공물의 경우 중국 시장에선 노말한 아이템으로 경쟁이 안 된다. 이전에는 한국 제품이면 마진 30~40%씩 나왔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시장은 사드 이후로 한국산 소재 성장이 완전히 꺾였다.

 

사드 이전에도 조금 상황이 좋진 않았지만 사드 이후로는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조치에 따른 한류 문화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물론 8년 만에 한한령 해제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고 국내 후가공 분야를 위협하는 것이 비단 중국과 일본 만은 아니다.

국내 섬유생산 기반 중 남아있는 건 염색과 후가공이다. 특히 후가공의 경우 대부분 영세한 구조다. 전시회 참가기업들도 소재를 개발하는 원단 업체일 뿐 각자 오랜 세월 후가공 협력업체들이 받쳐주고 있기에 해외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 그리고 경기 침체 장기화, 인건비·제조비용 상승 등 염색·후가공·봉제공장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곧 ‘Made in Korea’ 제조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 내 저가 범용제품 범람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발간한 ‘중국 저가공세를 혁신으로 이겨 낸 기업들’이라는 제목의 이슈리포트는 최근 기업이 직면한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장 내 저가 범용 제품의 범람’을 꼽았다. 이를 극복한 기업들은 고부가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고도화, 저비용 공정 기술 혁신, 글로벌 생산체제 개편, 비핵심 사업 정리, 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혁신을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이 중 범용 제품라인을 대체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에 집중, 혁신을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 사례로 일본의 화섬 메이커 테이진을 꼽았다. 테이진은 1971년 레이온, 2002년 아세테이트, 2003년 나일론 사업에서 철수하고 폴리에스터,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고부가 화섬 위주로 제품라인을 재편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다.

 

2009년 해외 생산기지 구축, 국내 생산설비 통폐합, 비핵심 사업 매각, 신기술/신소재 개발의 4대 혁신을 추진해 제조 경쟁력을 고도화했다. 이를 통해 폴리에스터 생산거점을 태국으로 일원화하고 노후화된 마쓰야마 공장은 R&D 설비로 전환, 일본 국내 생산은 도쿠야마, 이와쿠니 공장으로 집중했다.50년간 가동해 온 직물공장을 매각하고 나노섬유와 바이오소재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해 고부가 첨단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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