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자서전: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 출판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증언으로 김구 암살 사건 재조명
“백범 암살은 흉악한 친일무리들이 벌인 계획적인 음모”
14일 프레스센터에서 한홍구 석좌교수 강연 및 기자회견

TIN뉴스 | 기사입력 2025/01/14 [13:29]

▲ 독립운동가 장흥 장군(광복회 부회장 역임)의 자필 회고록 ‘전격 교체된 대한민국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자서전: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 출판기념회 및 기자회견이 14일 오후 4시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장흥 장군의 장남인 장석위 장흥 유족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TIN뉴스

 

독립운동가 장흥 장군(광복회 부회장 역임)의 자필 회고록 ‘전격 교체된 대한민국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자서전: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 출판기념회 및 기자회견이 14일 오후 4시 장흥 선생 유족·광복회 공동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 책은 대한민국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장군이 퇴역 후 자필로 남긴 자서전을 언해한 것이다. 그동안은 자서전의 극히 일부만 신문에 소개되어 왔으나,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유가족들의 결심으로 책 전권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측근으로, 암살 음모 세력의 본진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어렴풋이나마 지켜볼 수 있었던 인물의 자서전이라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비록 수집하고 기록한 자료가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소실되어 기억만으로 기술된 책이기는 하지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 또한 분명하다.

 

▲ 독립운동가 장흥 장군(광복회 부회장 역임)의 자필 회고록 ‘전격 교체된 대한민국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자서전: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 출판기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좌측부터> 장흥 장군의 조카인 장석주 선생, 장남 장석위 유족 대표, 이종찬 광복회 회장,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  ©TIN뉴스

 

광복 후 좌우 갈등이 극으로 치닫던 정국 속에, 곳곳에 뿌리내린 친일파들이 독립운동 세력을 어떻게 와해시켰는지, 장흥은 1949년 6월 몰아친 친일파의 ‘6월 공세’를 담담한 어조로 들려준다.

 

장흥은 백범 선생 서거 후 처음으로 숙청된 공직자였다. 살인자 안두희를 수사해야 할 헌병사령관 자리를, 국방장관 신성모의 요청으로 헌병에 몸을 숨긴 친일파 전봉덕에게 내어주어야 했다.

 

장흥 선생의 장남이자 광복회원인 장석위씨(LA거주)는 9일 “아버님께서 직접 쓰시고 이사 다닐 때마다 보물처럼 갖고 다니던 원고 이제 광복 80주년이 시작되는 해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되어 기쁘다”면서 “그동안 파편적으로 조금씩 드러난 백범 김구 선생님의 암살 배후와 전모가 조사자 위치에 있던 아버님에 의해 직접 드러나고 확인된 것이 자서전 출간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 전격 교체된 대한민국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자서전: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   © TIN뉴스

 

동 자서전에서 장흥 장군은 “백범 암살은 이승만 정부 하에서 백범 등 민족통일론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친일파들의 은밀히 진행된 ‘6월 공세’ 음모 속에서 이뤄진 사건의 하나”라면서 “백범 암살은 안두희는 실행자에 불과하고 그 뒤에 ‘흉악한 친일파 무리들의 계획적인 음모’하에 저질러진 것”이라는 점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자서전에 따르면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이 친일파 장관들을 규합해 이른바 ‘팔팔구락부’라는 모임을 규합해 백범암살계획을 수립하고 한민당 간부와 당시 ‘정계인 암살의 능수’들이 모인 서북청년회 단체를 중간실행자로 활용, 서북청년회의 안두희를 매수해 암살을 저지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자서전에 따르면 음모 실행과정에서 신성모 국방장관은 ‘친일파 음모’가 탄로날 것을 우려, 독립유공자이며 조사책임자 위치에 있던 장흥 헌병사령관을 전격 경질, 친일파 일제 고등경찰 출신인 전봉덕 헌병부 사령관을 편법적 헌병사령관으로 임명, 사건의 음모와 진상을 철저히 가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장흥 장군은 자서전에 백범 암살 뒤 신성모 국방장관은 국무총리에, 장흥 초대헌병사령관직을 대체한 전봉덕 헌병사령관은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당시 국방부 정보국장인 백선엽씨는 백범 암살을 ‘한독당의 자가지란’으로 조작한 공로로 별을 달고 사단장직으로, 안두희가 소속된 서북청년회 회장인 문봉재는 경무대 치안국장에서 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으나 본인만 전격 경질되었다고 주장했다.

 

▲ 백범 김구 선생 제75주기 추모식  © TIN뉴스

 

김구 선생의 측근, 장흥이 기록하다

대한민국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은 1903년 1월 20일(음)에 태어나 1983년 2월 6일(양)에 타계했다. 1925년 오세덕과 함께 상해로 건너가 한국청년동맹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여운형의 추천으로 황포군관학교에서 입학해 교육은 받은 후 1927년부터 1947년까지 중화민국 국군으로 복무하며 독립운동가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활동을 했다. 광복 후에는 광복군 참모로 전임되어 교포들을 안전히 귀국시키는 일에 매진했다. 1947년 7월 가족과 함께 귀국했으며, 헌병사령관, 국군 6사단장, 경남·전남·강원 병사사령관, 국방부 병무국장, 제3관구 부사령관, 육군 군사감 등을 역임하고 1959년 4월 퇴역했다.

 

지근거리에서 김구 선생

극심한 역사전쟁 속에 뉴라이트 관련 인사가 정부 각 부처에 기용되면서 친일파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기도가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 “김구 테러리스트”라는 말이 버젓이 활개를 치고, 한국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취임한 국가보훈처에서는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의사 의거, 봉오동·청산리대첩 등 대표적인 독립운동을 제외하고, 김활란, 김성수 등 대표적인 친일 인사들이 활동했던 사건을 선정했다”

 

▲ 독립운동가 장흥 장군(광복회 부회장 역임)의 자필 회고록 ‘전격 교체된 대한민국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자서전: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 출판기념회에서 임진택 명장과 김학용 고수가 창작 판소리 백범 김구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TIN뉴스

 

흩어진 퍼즐을 맞춰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다!

역사학자 한홍구는 자서전에 흩어진 현대사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 이 자서전의 가치를 찾아낸다. 개인에게는 각각의 사건으로 비춰질지 모를 개별 사건이 어떻게 큰 흐름을 이루어 한국 현대사를 왜곡시켰는지 집중 조명한다.

“신성모를 정점으로 한 친일·반공 세력이 백범 김구를 중심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청산을 주장하는 공동의 적을 향해 똘똘 뭉쳐 싸워 ‘승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949년 6월에 집중적으로 진행된 ‘6월 공세’는 ① 반민특위에 대한 공격, ② 국회 프락치 사건, ③ 백범 김구 암살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그중 ① 반민특위에 대한 공격은 서울시경국장 김태선의 지휘하에 반민특위의 집중적인 조사 대상이 된 친일 경찰이 담당했고, ② 국회 프락치 사건은 일제 고등경찰 출신 헌병부사령관 전봉덕이, ③ 백범 김구 암살은 만주군 출신 포병사령관 장은산이 담당했다. 이 모든 공작의 정점에는 국방장관 신성모가 있었다.”

 

지은이 : 장흥

張興, 1903.1.20(음)~1983.2.6(양)

1903년 1월 20일, 고양군 원당면 성사리에서 태어났다. 1925년에 상해로 건너가 한국청년동맹회에 가입, 활동했다. 여운형의 추천으로 황포군관학교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 중국군에 입대했다. 중국군 헌병사령부 경무처 상위(上尉), 헌병 제8단 제2영 소교영장(少校營長), 중교영장(中校營長) 등으로 복무하며 독립운동가들의 신변을 보호하는 활동을 했다. 광복 후에는 광복군 참모로 전임되어 교포들을 안전하게 귀국시켰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헌병사령관, 국군 6사단장, 경남·전남·강원 병사사령관, 국방부 병무국장, 제3관구 부사령관, 육군 군사감 등을 역임하고 1959년 4월 퇴역했다. 1968년 3월 1일, 애국지사포장을 받았다. 1990년에는 건국훈장 애국장(1977년 건국포장)이 추서되었다.

 

▲ 전격 교체된 대한민국 초대 헌병사령관 장흥 자서전: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 출판기념회에서 해제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장흥과 김구 암살의 진상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TIN뉴스

 

해제자 :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이다. 역사와 현실을 접목한 역사대중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냈으며, (사)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부터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책임편집인을 맡고 있다. 저서로 『유신』(2014), 『사법부』(2016),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공저, 2021) 등 다수가 있다.

 

장유리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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