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단부터 국내 봉제공장을 활용해 내수 브랜드 시장을 이어오고 있는 던필드그룹 서순희 회장은 최근 원단, 염색, 봉제 등 국내 스트림별 산업의 침체를 지켜보며, 국내 섬유산업의 미래에 대한 고심이 크다.
때마침 서순희 회장은 10월 21일 성남산업진흥원(원장 이의준)이 주최한 ‘2024년 성남 소공인 교류회’에서 기업 성공 사례 강연자로 초청을 받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가 찾아왔다. 이날 기업 성공 스토리 강연과 함께 섬유제조 소공인을 위한 소정의 격려금을 전달하며, 따뜻한 마음과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초청 강연 내용 일부를 언급하며, 국내 소재, 봉제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서 회장은 강연 첫 시작으로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하면 말처럼 어려운 일만 따라다니고 어렵다는 말을 멈추면 내일이 달라 보인다”며 “손해를 두려워하지 말고 경쟁력을 갖추고 체계적으로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국내 봉제공장의 현주소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서순희 회장에 따르면 국내 봉제는 신당동, 창신동, 동대문, 강남 등 서울에 4개 구역이 있다. 조금 외곽으로 나가면 구로동, 신림동, 부평, 부천, 하남이다.
당시 서 회장은 강연 과정에서 ‘당신(성남)이 속한 봉제공장들의 등급이 어느 정도 아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서 회장이 평가한 성남의 등급은 7등급.
서 회장은 “7등급 정도밖에 못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느냐, 성남의 지역 여건을 감안하면 4등급까지는 올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봉제인력 연령대가 너무 고령화되어 있다. 외국인이라도 투입해 봉제기술을 가르쳐서라도 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초청 강연을 다녀온 후 오신 분들도 많은 것들을 얻어가겠지만 나 역시도 현주소를 보면서 협회에서 도와줄 것이 많고 이러한 멘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기회였다”면서도 “‘이런 문제점을 보았음에도 해결점을 못 찾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왔다”고 말했다.
“욕심을 버리고 함께 나누는 건 결코 손해가 아니다”
서 회장은 남성 크로커다일을 사례를 들며, “내가 욕심을 내면 옷을 만든다”고 말했다. 크로커다일 브랜드 런칭 초기에는 많은 생산업체들을 모집해 딱 10년 만 우리 브랜드를 달고 우리가 지정한 곳에만 공급해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대신 10년 간 브랜드도 살고 업체들도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서 회장은 약속된 10년이 잔 13년차 당시 계약했던 업체를 모두 정리하고 직접 생산과 유통에 나섰다. 이후 몇 십 년을 하다 보니 착오였다는 걸 알게 됐다.
서 회장은 “내가 생산할 능력이 안 되면서 생산에 유통, 브랜드까지 욕심을 냈구나 싶었다. 내 욕심을 버리고 나누면 되는데.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함께 하는 것이 결코 손해를 보는 게 아니다, 당신의 손님도 같이 나누고 내 손님도 당신과 같이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성향이 맞을 만한 업체와 조를 만들고 브랜드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대시하고, 그리고 조금 욕심을 줄여서 건 바이 건으로 내 집에 한 장당 1,000원씩 남아야 되지만 내 집에 500원씩만 남아도 2,000원이면 1,000원 좀 더 주고 갈 수 있다”면서 “작은 물량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 없는 구조여서 해외로 나갈 때도 있다. 하지만 작은 물량이라고 해도 해외에선 돈을 더 많이 준다”고 지적했다.
노후 설비 교체 및 R&D 투자 의지 미비
던필드그룹은 현재 국내 원단 사용을 위해 대구에 발주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 생산 여건이 수십 년째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다.
서 회장은 “전부 다 옛날 소폭 직기만 갖고 있는데다 디테일을 요하는 원단 개발을 소홀히 해왔다. 오히려 중국은 (디테일 요구하는 원단 발주 시) 너무 감사해 한다”면서 “왜 그러느냐 우리 걸 개발해서 완성도를 높이면 유럽이나 다른 곳에 팔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원단업체)가 가장 잘 하는 게 디테일이나 터치감이다. 우리의 경우 조금 까다로운 주문이 많지만 우리가 O.K할 수 있는 완제품을 만들어 내기 까지만 (원단업체에) 자금이 들어오면 이후 대량 오더를 받을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은 고작 2,500야드 밖에 안 되는 양에도 감사하다면서 개발에 매달린다. 반면 우리 업체들은 그런 예민한 원단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다 자신의 돈으로 투자하는 것을 망설인다”고 한탄했다.
서 회장은 “매번 만날 때마다 노후 직기를 교체하라고 이야기하면 업체들은 리스까지 해가며, 자식에게 빛을 넘겨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냥 하는 데까지 하다 그만 두겠다는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본인들의 의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부 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서 회장은 “정부도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할 때 번지르르한 말로 돈을 타 먹는 곳에 주지 말고 기업의 2세가 현장에서 기름밥 묻혀가며, 열심히 노력하고 일하는 곳에 지원하고 투자하라”고 충고했다.
듑벨, All in K 의류제품 라이브방송 통해 첫 선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진행 중인 ‘All in K’사업에 브랜드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는 던필드그룹의 유니섹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듑벨(dub’bel)은 11월 13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 2024’ 특별행사로 마련된 라이브방송을 통해 국내 원단을 사용해 국내 봉제공장에서 생산한 ‘Made in Korea’ 즉 ‘All in K’ 의류제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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