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래지식사회연구회(회장 강태진), 매일경제신문사, MBN이 주최하는 ‘국민의 작은 행복(小確幸)을 지키기 위한 플라스틱 포럼’이 11월 15일(금)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삼성동 섬유센터 2층 컨퍼런스홀에서 개최됐다.
전 세계 인구가 100년 전 20억 명에서 현재 80억 명을 돌파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이면 100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결국 우리가 버리는 의류 폐기물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재사용, 재활용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날 포럼의 세션 1의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박정희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명예교수(이하 박정희 교수)는 ‘의류 폐기물 자원화와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전 세계 패션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안했다.
박정희 교수는 “의류 소재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환경 문제에 자유로울 수가 없어서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왔다”며 먼저 생산에서 폐기까지, 섬유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인류 미래가 아무리 지속되어도 우리가 옷과 헤어질 수는 없지만, 의류제품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섬유패션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섬유패션산업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배출량이 2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전 세계 폐수의 20%를 차지하며 수질과 관련된 환경오염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특히 1935년에 듀퐁사에서 나일론을 발표하고 난 후 폴리에스터 등 여러 가지 합성섬유들이 연이어 개발되면서 옷 소재가 굉장히 다양해졌다. 합성섬유 덕분에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고 관리가 편한 세상이 되었지만 생산 과정에서 과도하게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합성섬유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원료를 화학적으로 합성해 가늘고 길게 뽑은 섬유로 분자량이 큰 물질이라는 점에서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실제 합성섬유를 생산하기 위해 연간 3억 4,200만 배럴의 석유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정희 교수는 “일반적으로 천연 섬유가 친환경적인 것으로 여기지만, 합성섬유만 환경적인 부담이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천연섬유 역시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면화에 대해 소개했다.
면화 생산의 경우 전 세계 농지의 2.5%를, 전 세계 물 사용량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재배 과정에서 살충제, 농약 등 여러 가지 화학약품을 사용해 토지를 오염시키고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있다. 또 소재 자체가 구김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가공 프로세스가 폴리에스터보다 훨씬 더 많아 화학약품, 에너지와 물이 소모되고 사용하거나 세탁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도 크다.
박정희 교수는 “그런 점에서 면은 좋고 폴리에스터는 나쁘다는 사실은 옳은 얘기는 아니다”며 한때 세계 4위의 호수였던 아랄 해(Aral Sea)의 급격한 해수면 변화 사진을 보여주며 “면화 소비가 수십 년 동안 생태학적 파급효과를 초래하며 심각한 재앙을 야기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아랄 해 사례는 구 소련 정부가 1950년대부터 중앙아시아의 광범한 농토에서 면화와 쌀을 경작하기 위해 아랄 해의 주요 수원(水源)인 아무다리야(Amu-Darya) 강과 시르다리야(Syr-Darya) 강을 관개용으로 집중 사용한 결과 해수면이 낮아져 바다 면적이 점진적으로 감소한 사건이다.
그 결과 이 지역에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가 야기되면서 염분성 폭풍우가 출현하고, 고유의 식물과 동물군이 사라지면서 어업 환경이 악화되어 주민들의 건강 및 사회 경제적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박정희 교수는 “섬유패션산업에서도 환경 손상 없이 후세대에 잘 물려주고자 하는 바램으로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제품 생산 전 과정을 공개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그 예로 ‘힉 인덱스(Higg Index)’를 꼽았다.
‘힉 인덱스’는 2009년 설립된 지속가능한 의류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 SAC) 現 Cascale에서 2010년 개발한 환경영향평가 지수로 의류, 신발 등 패션산업이 제품 생산 시 환경을 얼마나 고려하는지, 노동 환경을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지를 평가하는 모듈이다.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의류공장건물 붕괴사고로 1,100여 명이 숨지면서 이들의 열악한 노동 여건이 주목을 받으면서 미국에서 의류제품의 공정무역이 화두로 떠올랐다. 당초 ‘힉 인덱스’는 애초 친환경 측정치만 담을 예정이었지만, 그해 가을부터 사회·노동적인 측정치들도 평가 지수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어떠한 평가 지수를 얼마나 가중지수로 가중치를 넣어서 평가했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아주 달라지는데 힉 인덱스는 Cradle-to-Factory Gate 즉, 원료부터 생산 과정만 다루고 사용이나 폐기과정은 평가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힉 인덱스’가 가장 많은 의류 회사들의 생산공정 데이터를 국제 표준법으로 평가하므로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
한 예로 ‘힉 인덱스’에서 면과 폴리에스터 섬유의 전 과정에 대해 환경부하(LCA)를 비교했을 때 물 부족이나 부영양화, 화학물질 사용 부분에서는 면 섬유가 불리하지만, 화석연료 고갈 부분에서 폴리에스터가 불리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 면의 사용과정에서의 많은 에너지 소모, 매립시 합성섬유의 오랜 분해 기간 등이 평가에서 빠져 있어 그런 부분에서 아직은 한계가 있다.
또 토지 사용(Land Use)이나 인체 독성(Human Toxicity), 생태 독성(Ecotoxicity) 같은 항목들이 부재해서 ‘힉 인덱스’가 굉장히 종합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단체나 천연섬유직물협회 이런 곳에서 꾸준히 이의가 제기돼 계속 버전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글로벌 의류 생산과 소비 급증 의류 사용률은 크게 감소
옷을 만드는 단계는 아주 복잡한데, 우선 오랜 기간 재배나 사육을 통해 천연 섬유를 만들거나 석유를 사용하여 분자량이 큰 합성섬유를 뽑아낸다. 섬유를 실로 만들어 제직을 하고 염색 가공을 한 후, 디자인, 재단과 봉제를 통해 의류제품이 만들어진다. 옷은 이렇게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하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의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Ellen MacArthur Foundation 자료에 따르면 2천 년대에 들어서 15년 동안 세계 의류 생산량과 소비량은 약 2배가 되었다.
20세기 중반 이후 합성섬유가 개발되면서 관리가 간편한 옷을 풍족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고 특히 패스트 패션과 온라인 시장 규모 증가, 짧은 패션 트렌드 사이클에 따라 많은 옷들을 쉽게 사게 되면서 생산과 소비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7년 텍스타일 파이버 생산량이 전 세계적으로 1억 톤을 초과했으며, 해마다 전 세계에서 약 1000억 벌의 옷이 생산되고 있다. 세계 의류 소비량은 2019년 6,200만 톤에서 2029년 1억 2백만 톤으로 증가되고, 의류 소비 금액도 연평균 5.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그에 비해 의류 사용률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의류 사용률은 15년 전에 비해 36% 감소했으며 매해 330억 벌이 버려지고, 국내에서는 구매 후 입지 않는 옷의 비율이 21%를 차지한다는 보고도 있다.
과잉의 의류 폐기물은 어디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9천 2백만 톤의 의류가 폐기되고 있으며, 폐기되는 양도 연평균 3.2%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생산되는 양의70%가 버려지면서 헌 옷들의 경우 인도, 칠레, 가나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는데 의류 폐기물의 양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가 되면서 이들 나라에 거대한 쓰레기 옷 산이 만들어지고 있다.
박정희 교수는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이 패스트 패션의 무덤으로 바뀐 BBC 다큐 영상을 소개하며 “의류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 옷 하나하나가 귀중한 산물이지만 현실은 과잉 생산으로 인해 해외에 선의로 기부한 옷들이 오히려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영상에 나온 칠레의 경우 중국과 방글라데시의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소비 국가를 거쳐 매년 약 5만 9000톤의 헌 옷이 칠레 북부 이키케 항구를 통해 들어오며 이 중 2만 톤만 중고 의류 상인에게 팔리고 팔리지 못한 나머지 3만 9000톤가량은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인 아타카마 사막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에도 가나의 수도인 아크라의 칸탄만토 재고 의류 시장에는 매주 1,500만 개의 자루가 쏟아져 들어오며, 그중 40%는 매립지에 묻히는데 케이포네 매립장에 쌓인 의류 폐기물은 20미터 높이의 언덕을 형성하고 있다.
의류 폐기물의 소재흐름
박정희 교수는 “많은 양의 의류들이 입지도 않고 버려지고 있다”며 “중요한 건 우리가 재활용을 하거나 무엇을 하든 다시 수거를 해야 되는데 수거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낮아 전 세계적으로 평균 통계는 25%에 불과하다”며 우려했다.
조사에 따르면 독일이 가장 선도적으로 75%를 수거하고 그 중 90% 이상을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0년 18%로 저조했으나 2016년 ERP 도입으로 크게 상승했으며, 미국, 중국은 10~15%, 한국도 2017년 10.8%에 그쳤지만 그나마 서울시는 26.5%로 세계 평균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llen MacArthur Foundation의 보고에 따르면 연간 글로벌 의류용 섬유 생산량 중 폴리에스터는 5,300만 톤으로 이중 73%가 매립 또는 소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폐PET(폴리에스터) 화학 재생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기업 gr3n에 따르면 폴리에스터 용기 2,400만 톤 중 9백만 톤은 섬유제품과 포장 용기로 어느 정도 재활용되고 있지만 폴리에스터 섬유 4,800만 톤 중 3,300만 톤은 그대로 폐기돼 섬유가 플라스틱보다 리사이클 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의류 폐기물의 1%만이 fiber-to-fiber 또는 textile-to-textile recycle로 의류 생산에 재활용되고 있다. 기계적으로 자르거나 해서 이불솜이나 여러 가지 다른 재료 즉, 원래의 재료보다 낮은 품질과 기능성을 가진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까지 포함하면 13%의 섬유가 재활용이 되고 있다.
국내 의류산업 재고액 동향
재고와 관련해서는 회사마다 상황이 달라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가 쉽지 않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패션 제품의 재고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2019년에는 생산액 대비 재고 비율이 26.1%로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25~30%가 정상 가격으로, 25~30%는 정기 세일에서 판매가 되고, 나머지는 이제 재고로 축적된다. 3년 이상 방치된 악성 재고는 해외로 기부하거나 수출하기도 한다. 일부 또는 전량을 소각하기도 하는데 국내 대형 패션업체 7곳 중 6곳이 소각한다는 조사가 있었다.
박정희 교수는 “세계적으로 봐도 지금 옷이 넘칠 정도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70% 정도가 버려지는데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옷을 재사용하기 위해 좋은 취지로 수출하는데 현지에서는 과잉의 폐의류가 쓰레기 산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각, 매립과 해외수출 비중이 절대적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에서 발생한 폐의류 205.8천 톤 중 재사용 교환이나 판매 또는 지인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20.6천 톤으로 10%를, 리폼이나 수선은 14.4천 톤으로 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가 주로 의류 수거함이나 종량제 봉투에 넣어 폐기하거나, 자선 단체에 기부되는데 총체적으로는 의류 쓰레기의 26%인 52.9천 톤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으며, 45%인 92.9천 톤이 소각이나 매립되고 있다.
국내 의류 폐기물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계절이 있고 패션산업이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이면서 의류 생산량도 많아 주요 폐의류 수출국 중 미국, 영국, 독일에 이어 4위 또는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정희 교수는 “우리가 옷을 많이 만들어내고 쓰레기가 쌓인다고 하는데 폐의류를 어떻게 처리해야 환경적으로 좋을지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에너지나 화학약품, 물 사용 등 환경부하를 주는 과정 없이 입던 옷을 다시 입는 재사용(Reuse)이 가장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외에도 리폼하여 사용하거나 페트병을 섬유로 재활용하는 것처럼 형태를 변경시켜서 섬유로 쓰이는 재활용(recycle)과 의류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여 자원화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라며 “단순 매립이나 소각의 경우 환경영향을 고려할 때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재사용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떠오르면서 중고 의류를 팔거나 재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4년간 미국 패션시장의 평균 성장률이 3%인데 중고 거래는 33%나 성장을 했으며, 향후 5년 이내 중고의류 거래량은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영국의 셀프리지 백화점은 2020 지구 프로젝트를 선언, 중고제품을 판매하거나 렌탈, 수선하는 서비스를 신설했다. 국내에서도 중고 의류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많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헌옷들을 취급하고 있다.
1977년 창립한 독일의 SOEX는 의류 수거-분류-재활용-거래의 Closed Loop 체계 운영으로 자회사 I:CO를 통해 60여 개국 40개 파트너 리테일사 매장에 의류 수거함을 배치하고 의류 폐기물을 수거하여 자원화하고 있다.
스위스의 TEXAID는 폐기된 의류를 수집, 분류, 재활용하는 유럽 최대 기업 중 하나로 유럽 전역의 전문수거공간과 의류매장의 의류수거함 등에서 매년 8만 톤의 의류를 수거, 60가지의 기준에 따라 65% 이상을 재활용해 2013년부터 중고의류로부터 배출되는 CO2를 톤당 44% 감축시켰다.
의류 폐기물의 물리적, 화학적 재활용
의류 폐기물을 소비자가 중고 거래처럼 형태 그대로를 재사용 할 수도 있지만 옷을 다시 천이나 섬유로 만들 수도 있고 해중합으로 완전히 분자 단계까지 변환해 새로운 재료로 다시 만들 수가 있다. 오픈(개방형) 루프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페트병을 분자나 섬유로 만들어 재활용 섬유가 되는 것이 가장 흔한 경우인 폴리에스터 재활용 섬유다.
물리적 재활용처럼 폐의류를 재활용하는 단계가 간단하면 환경적이나 경제적 이득이 가장 지만 재료의 제한점이 있다. 이왕이면 무색이어야 하고 굉장히 순도가 높아야 좋은 품질의 섬유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열분해와 가공으로 인해 분자량이 감소하고 물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어 섬유 제조 시 가공성 및 품질 저하의 우려도 있다.
화학적 재활용의 경우 플라스틱 혼합물을 단분자로 변환해 물성 저하가 없고 재료의 순도가 아주 높지 않아도 되나, 재활용 경로가 많은 단계를 거치므로 그만큼 들어가는 에너지나 화학 약품 등 여러 가지 환경부하가 많아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석유를 사용해 바로 섬유를 뽑을 수 있는데 재활용 섬유를 화학적으로 다단계를 거쳐서 환경에 부담을 주고 많은 노동을 해서 만들면 가격 면에서도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박정희 교수는 “현실이 그렇다고 화학적 재활용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상황에 따라서 시장성이나 여러 가지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도전해야 된다”면서 “재활용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야 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용 방법에 따른 환경부하를 ‘힉 인덱스’로 비교해보면 화학적 재활용은 석유로 폴리에스터 섬유를 만들었을 때의 환경부하보다 작지 않다. 그러나 물리적 재활용은 이에 비해 환경부하가 작음을 알 수 있다. 단 물성에 있어서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경우보다는 조금 불리한 점은 있다.
폐섬유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섬유 물성을 비교한 연구를 보면, 섬유를 재활용한 경우 염료, 안료, 첨가물 등 불순물이 포함되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가공이 된 상태라 물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끈끈한 정도(고유 점도)가 클수록 분자량이 크고 물성이 좋은데,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는 고유 점도가 버진 폴리에스터에 비해 크게 저하하지 않았다.
면섬유의 재활용 기술도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는데, 소비 전 폐기된 면 직물이나 사용 후 폐기된 의류를 수거해 물리적 재활용하면 재배, 조면, 염색 등의 과정이 생략되고 물 사용, 부영양화 등에서 환경 부담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물리적 재활용한 면섬유는 일반 면섬유와 같은 과정을 생략하고 이미 만들어진 면섬유를 다시 재활용한 것인데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유기농 면보다도 물 사용이나 사막화 면에서 환경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 폐기물을 매립하면?
매립지의 의류 폐기물에는 합성섬유 등 생분해가 어려운 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매우 느려 썩지 않는다. 또 염색 및 가공으로 인해 매립 시 화학물질 침출과 중간 단계 분해물이나 여러 가지 첨가물들이 토양 오염을 시킨다. 또한 분해하면서 메탄(부피당 40~60%), 이산화탄소(부피당 20~40%), 질소(부피당 2~20%) 등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선진국에서는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매립 가스를 포집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메탄이나 기타 매립 가스를 대기로 방출되는데 이런 경우 메탄은 지구 온난화 지수가 CO2보다 25배 높다.
패스트패션의 대표적 기업인 H&M은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한 유럽의 정책에 부응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예로 스웨덴 베스테로스 열병합 발전소는 원유와 석탄 대신 H&M 중앙물류센터에서 보내는 의류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재활용, 2017년 15톤의 의류 페기물을 연료로 사용했다.
박정희 교수는 “의류 폐기물 재사용이 최선이고 안 되면 재활용해야 한다”면서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폐의류, 또는 재활용 후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을 연료화하는 것도 친환경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섬유가 발열량이 높은 만큼 넘쳐나는 폐의류를 연료로 활용하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웬만하면 매립이나 소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면섬유의 경우 목재펄프 정도에 상응하는 발열량을 낸다. 폴리프로필렌 같은 합성섬유의 경우 에너지 함량(LHV)이 11,000 kcal/dry kg으로 6,500kcal/dry kg인 석탄에 비해 굉장히 높으면서 탄소배출계수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폴리프로필렌 0.7톤 정도의 양을 연료로 쓰면 석탄 1톤을 쓴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가 있다.
폴리프로필렌 카펫이나 나일론 카펫도 에너지 함량이 6,600이나 4,000GJ/dry ton 정도 되고 탄소배출계수는 조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성성분에 질소를 포함하는 나일론 카펫의 경우 질소산화물(NOx) 벡터를 비교해도 석탄에 비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폴리에스터나 폴리프로필렌 합성섬유 같은 다양한 의류 재료들이 석탄에 상응하거나 그보다 높은 연료 발열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류 폐기물의 연료화로 인한 환경적·경제적 이익
아직까지 의류 폐기물이 연료화가 되는 양이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용,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들 내지는 재활용을 여러 번 해서 품질이 떨어져 종말 처리해야 되는 것들을 연료화한다면 발열량이 크고 순도가 높아서 효율적이고 CO2 배출이 감축되는 동시에 화석연료를 감축한다는 장점이 있다.
섬유 폐기물을 소각해서 대기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신 시멘트 산업이나 높은 열량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 연료로 쓰면, 국가적으로는 폐기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소각이나 매립 등 폐기물 처리 비용이 절감된다. 또한 화석연료보다 가격이 저렴해 경제적 이득이 될 수 있다.
의류는 PVC 비중이 작아 폐플라스틱 연료의 경우처럼 염소더스트 생성 우려가 거의 없고, 시멘트 킬른에서는 1,500~2,000℃의 온도로 처리하기 때문에 배기가스도 훨씬 경화될 수가 있다. 또 시멘트의 경우 소각재를 버릴 필요 없이 바로 클링커에 혼합할 수 있다.
박정희 교수는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 ‘패션 포 굿(Fashion for Good)’가 런칭한 월드 오브 웨이스트(www.worldofwaste.co)라는 사이트에 가면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에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가 얼마나 있는지 알려준다”며 “미국 등의 경우 의류 폐기물 양이 섬유의 종류 별로 정보화되어 있지만 한국의 경우 아직 정보화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결론으로 “폐의류를 자원화하는 과정이 간단할수록 유리해 그런 점에서 재사용이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재활용이 적극 개발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의류를 리사이클링 하는 건 13% 정도에 그치고, 특히 섬유에서 섬유로 fiber-to-fiber는 글로벌 통계에 따르면 1%에 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소각이나 매립의 경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며 “여러 가지 유리한 단계를 다 거치고도 남는 쓰레기는 태우거나 매립하지 말고 연료로 활용하면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이득이 클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만큼 국내에서 의류 폐기물에 대한 관리를 투명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정희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의류학과에서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학(로웰)에서 고분자 표면의 특성 분석에 대한 내용으로 고분자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의류학과에 부임한 후 의류신소재 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쳤으며,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학장, 한국의류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서울대학교 학술연구상, 정헌섬유산업상 등을 수상했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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