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수출로 출발한 국내 패션시장이 본격적으로 브랜드 시대가 열린 건 1990년대부터다.
국내 토종 브랜드, 라이선스 브랜드, 수입 브랜드가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은 당연하게 기성복을 사서 입게 됐다. 이로 인해 내셔널 브랜드라는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생산물량이 많아지면서 아이템별 전문 생산 공장 그리고 프로모션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러한 대량 생산 품록별 생산이 주로 진행됐던 생산 방식은 ‘의류 제조 1.0(밴더 1.0)’으로 명명하고 있다.
1990년 브랜드 제품 생산을 한다고 하면 보통 생산업체는 브랜드 한 곳과만 거래를 해야 했고, 그 브랜드가 장사가 잘 되면 공장도 돈을 벌고 반대로 브랜드가 안 되면 공장도 힘들어지는 시기였다. 이러한 흐름은 2010년 중반까지 이어진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쇼핑몰이 탄생해 발전을 거듭해왔으나 온라인 쇼핑몰 특성상 동대문에서 사입해 옷을 판매하기 때문에 생산자 측면에서 다가오는 변화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러다 201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브랜드로 불리는 ‘영 패션(Young) 브랜드’들이 생겨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이 온라인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쇼핑몰과는 다르게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을 하고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재고를 안고서라도 판매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이 사입해 판매하는 것과 다르게 원가 대비 판매가의 배수도 높게 책정해야 하는데다 마케팅 비용 등도 고려해 낮은 판매가로는 팔수 없는 구조다.
결국 이러한 구조 때문에 온라인 브랜드 업체들은 디자인 기획과 마케팅에 조금 더 집중할 수밖에 없고, 대신 생산은 조금 더 전문적으로 생산을 대행할 수 있는 전문 업체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복종별로 생산을 대행하던 전문 프로모션 방식에서 전체 복종을 통합적으로 소싱해주는 ‘통합 프로모션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차세대 2.0 벤더기업 비에파의 윤순민 대표는 “국내 패션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개인화라는 것은 이제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어떤 아이템이 팔릴지 예측을 해보지만 그 예측을 너무 맹신하며 큰 배팅을 했을 때 돌아올 손실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기존 레거시 브랜드들이 1년 정도 시즌 계획을 설정하고 원단을 미리 구매해 생산 오더 계획을 작성해 해주는 건은 지금 국내 제조 여건 상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다. 브랜드와 제조업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개발과 생산 사이클을 최대치로 빠르게 회전시키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또 “예측을 하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점을 강조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본 내용은 의류제조 벤더 2.0 스탠다드의 대표적 모델로 꼽히고 있는 비에파(대표 유눈민)의 사례를 통해 차세대 K-패션 2.0 의류제조 운영 방식을 살펴본다.
‘의류 제조 2.0’
윤순민 대표는 ‘의류제조 2.0(벤더 2.0)’의 핵심은 ▲속도 ▲유연성▲ 협력의 3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브랜드는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디자인, 기획에 중점을 두고, 생산업체는 그 디자인을 빠르게 구현하고 생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기존 의류제조 1.0 공급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기획과 디자인을 마치고 컨펌이 떨어지면 공급업체가 그 다음부터 준비하는 과정이었다면 의류제조 2.0은 브랜드와 공급업체가 함께 기획과 디자인을 하는 형태로 가야한다.
비에파 역시 온라인 브랜드가 확장하던 시기인 2016년에 설립되어 성장해오고 있다. 특히 윤순민 대표는 누가 꿈을 물었을 때 “좋은 옷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만큼 옷 만드는 일을 좋아하고 현재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이러한 열정이 엿보이는 대목이 창업 후 9년 동안 작업한 패턴 개수만 ‘1만 스타일’이다. 비에파의 목표는 ‘한국 브랜드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잘 해주는 파트너십 제조업체가 되는 것’이다.
본론으로 그럼 비에파가 가진 타 의류생산 공급업체와 차별화는 무엇일까? 비에파는 고객사에게 ‘어떤 아이템이 몇 장’이고, ‘월 몇 장 생산이 되는지’ 등을 요구하는 대신 전체 수량만 알려달고 이야기한다. 즉 생산 가능한 아이템 스타일 수를 최대한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빠르게 리오더해 매출을 올리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특히 비에파는 내부적으로는 우븐 아이템을 전부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다른 아이템 일부는 협력공장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내부생산) 우븐 재킷 월 4,000pcs ▲(외부협력공장) 하의류 및 저지 월 총 6,000pcs, 그리고 ▲패턴, 샘플 등 의상개발만 월 100스타일이다. 여기에 매출 비중은 OEM(61%), ODM(39%) 순이며, 인력 구성 면에서도 타 업체 대비 개발인력 비중이 높다.
2019년 본격적인 메인 생산 개시
패턴작업으로 출발한 비에파는 창업 3년차인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메인 생산을 시작했다. 초창기 많을 때는 1년에 패턴을 개발하는 고객사 수만 100곳 정도. 이 중 5곳에서만 발주해도 풀 (생산)캐파였다. 일단 오더를 받으면 잘 만들어 주면 됐다.
당시 개발과 생산 통합 오더 비율은 ‘약 30% 정도’였다. 그리고 이때부터 다품종 소량 생산에 대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이어 “고객사 옷을 만들어주면서 자체 브랜드를 진행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던 윤순민 대표는 2020년 여성 OBM 브랜드 ‘EAAH(이아)’를 런칭했다.
1년 후 2021년 현재 사옥이 위치한 가산동으로 이전했다. 비에파는 가산동 사옥 이전을 계기로 단순 개발에서 개발과 생산을 통합적으로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고객사를 우선적으로 선별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브랜드 생산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생산, 영업, 관리 인력을 영입해 이들을 대상으로 이론 교육과 함께 트레이닝을 시켰다.
아울러 이후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원부자재 구매에 따른 이슈가 발생하면서 결국 완사입으로 전환, 원단 구매부터 납품까지 직접 진행하고 동시에 고객사인 브랜드는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 생산 전환…내재화에 집중
생산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외주업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공정상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곧 회사의 리스크로 이어졌다. 리스크 관리에 많은 비용이 지출될 뿐 더러 불량 제품이 납품되는 일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부에서 생산을 진행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소량부터 대량 생산까지 최대한 무리 없이 빠르게 진행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고, 최신 기계를 도입하고 젊은 봉제 인력을 고용해 회사 차원에서 육성하기 시작했다. 단 패턴사는 기술적인 부분을, 생산관리 담당인력은 생산, 원부자재, 스케줄 관리를 완벽하게 세팅해야 하며, 두 파트가 협력해야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
첫째, 고객사와의 원활한 소통이다. 옷은 개발과 제조과정에서 많은 손을 거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더구나 타 브랜드의 옷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사의 요구사항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개발과 생산에 적극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에파는 고객사의 디자이너와 소통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이 패턴사와 TD 두 파트에서만 맡는다. 만약 샘플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담당자가 디자이너와 소통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신속하게 해결 할 수 있다.
윤순민 대표는 “주변에서 국내에서 생산하면 높은 인건비와 원가 때문에 사업이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어쨌든 의류는 배수 장사이기 때문에 원가보다 무조건 매출 이익의 폭이 더 크다. 그래서 그 폭을 지키기만 하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이렇게 공장과 브랜드를 운영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높은 재고자산 회전율
결과적으로 협력 생산의 가장 큰 장점은 먼저 ‘높은 재고자산 회전율’이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다는 건 ‘내가 조금 적은 재고를 안고 높은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많은 물량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팔리는 아이템 위주로 판매를 하면 되고, 재고가 적어 시즌 오프, 할인 행사를 하지 않고도 정상 판매 비중을 높일 수 있다.
또 브랜드 입장에서도 적은 수량의 재고를 만들기 때문에 매입 채무가 줄어든다. 적은 돈을 투입해 재고를 만들고 그 판매 대금을 가지고 또 다음 상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 또는 투자를 받지 않아도 충분히 브랜드를 성장시키는데 유리하다. 회사 입장에서도 재고가 준만큼 관리비용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스피드가 굉장히 빠르다.
패턴 개발실의 중요성
윤순민 대표는 ‘패턴 개발실’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타 회사보다 패턴사, 영업, 관리 등의 ‘TD’ 인력이 많다. 패턴사를 중심으로 한 ‘End to End’. 즉 모든 고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어해야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의 변수를 통제하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패턴은 옷을 만들 때 매우 중요한 설계도다. 설계도가 흔들리면 샘플 메인 작업 시 옷 자체가 흔들리기고 좋은 옷이 나올 수가 없다.
따라서 비엔파의 패턴 개발실은 패턴 작업에 그치지 않고 유럽이나 하이엔드 브랜드의 모델리스트처럼 디자인도 어느 정도 짚어주면서 메인 생산까지 진행할 경우 어떤 변수가 나올지 미리 변수를 통제하고 제어한다.
비에파는 현재 월 60~70개의 스타일을 생산한다. 그 스타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60~70개의 패턴을 개발한다. 담당자들은 그 패턴을 완벽히 이해하고 숙지하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지를 미리 체크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한편 국내 브랜드나 또는 다른 일반 개발실에서는 시접이 없거나 부속 패턴을 제외하고 패턴을 떠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에파는 작업한 패턴을 그래도 재단해 봉제할 경우 옷이 나올 수 있도록 모든 시접과 설계 여유분을 패턴에 넣어 설계한다. 물론 패턴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 순 있지만 최대한 정교한 작업을 통해 샘플과 메인 생산에서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 특히 개발실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동시에 브랜드 고객사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1:1 셀 생산, ‘소량 다품종 최적화’
비에파의 내부 생산(In-out)방식은 ‘1:1 셀 생산’이다. ‘셀 생산 방식’은 소량생산, 복잡한 공정에 적합하며, 공정간 원활한 흐름으로 안정적인 작업 수행과 다양한 스타일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따라서 1개 팀은 1개 아이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 수 있어 다품종 소량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다. 비에파 공장은 모든 팀이 다루는 옷이 모두 다르다. 각각의 팀에 투입을 하고 팀에서는 숙련자가 작업을 하기 때문에 다른 아이템이 들어와도 바로 작업이 가능하고 품질을 올리면서 생산속도도 빨라진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어떤 아이템이 팔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팔리는 아이템들에 대한 ‘반응형 생산’을 가능케 하고 있다.
완사입과 연간 계약형 프로모션 생산
‘완사입’과 ‘연간 계약형 프로모션 생산방식’을 안착시켰다. 원부자재 문제로 생산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통제하면 빠르게 생산을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계약형 프로모션 생산 방식이 안착되면서 고객사와 윈윈(Win Win)하고 있다. 기존에는 단순히 언제 몇 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스케줄을 확인 후 만들어 납품했다.
그러나 지금은 브랜드가 1년에 만들 수 있는 캐파를 받은 다음 스타일을 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팔리는 아이템을 만들라는 식으로 고객사를 유도하고 있다. 그간의 경험 상 온라인 브랜드 중 판매가 잘 되더라도 옷을 잘 못 만들어 매출이 떨어지는 케이스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인력 및 장비 구성
윤순민 대표는 완성 파트 인력 현황과 장비 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고객사가 스타일을 정하지 않고 시즌 당 총 수량만 계약해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비에파의 목표 때문이다.
수량은 판매 여부에 따라 변동되기 때문에 ‘±20~30%’ 정도로 정하고 그렇게 진행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생산업체 입장에선 한 고객사만 바라보는 것보다는 여러 고객사를 확보해 리스크를 분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야 한다. 브랜드 입장에서 너무 다양한 공급업체를 관리할 경우 기존 의류제조 1.0과 비슷한 형태로 가기 때문에 최대한 공급업체가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고객사의 관리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초도 물량 반응 후 리오더 유도
비에파는 초도 물량으로 반응을 보고 리오더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시스템을 브랜드 입장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안정적인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오더 물량이 많더라도 최대한 고객사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외부 협력업체도 어느 정도 유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모든 물량을 내부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협력업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서 생산이 안 돼 포기하는 매출이 없도록 협력하고 있다.
또한 오더를 배분해 스케줄을 잡았을 때 오더가 넘치면 외부 협력업체 또는 내부 인력을 충원해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한다. 반대로 오더가 조금 부족하면 자체 브랜드 물량을 미리 소량을 생산해 재고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생산은 가동율이 99%로 운영이 되게끔 운영하고 있다.
윤슌민 대표는 “갑자기 팔리는 아이템이 많아져서 급하게 만들어야 할 경우 프로모션에 좀 비싼 돈을 주고 급하게 만들게 되는데 이 경우 사고 위험도 커지고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완성된 제품에 문제가 있어 결국 판매하지 못하는 케이스를 생각보다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 비즈니스, 100% 해외생산은 위험
한편 비에파의 자체 브랜드 EAAH(이아)’의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300% 신장. 영업이익률은 10% 이상, 재고 회전율은 20회전 이상이다. 윤순민 대표는 “브랜드 규모가 커질수록 해외 생산이 당연하지만 온라인 유통이 주가 되면 현재 상황에서는 100% 해외 생산은 조금 위험하다는 회사 연구진의 결론”이라면서 “앞으로는 변수들이 너무 많다. 이런 국내 생산을 활용해 조금이라도 변수를 통제하고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대응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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