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화섬 원사 재건 프로젝트

섬개연, 수요기업과 화섬메이커 비즈니스 매칭 주선
연구원 내 설비로 원사 생산 공급 및 차별화 소재 개발 추진

TIN뉴스 | 기사입력 2024/08/06 [11:44]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하 ‘섬개연’)은 휴비스 前 연구소장 및 첨단소재사업본부장(전무)을 역임한 호요승 원장 지휘 아래 산연협력개발본부(본부장 정재훈)가 국내 화섬 원사 개발과 생산, 수요기업과 화섬원사 메이커 간 비즈니스 매칭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해외 저가 원사에 잠식되어 가고 있는 국내 화섬 원사시장 붕괴를 막고자 나섰다.

 

내년이면 동국합섬을 시작으로 국내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이 시작 된지 40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현실은 붕괴 직전이다. 현재 국내 화섬 원사 시장은 해외 저가 원사의 과잉 공급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으면서 국내 화섬 메이커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려 많은 업체가 문을 닫고 있다. 

 

과거 동국합섬, 금강화섬, 한국합섬, 대하합섬 등 초창기 원사 메이커들의 호시절이 지나고 지금은 해외 저가 원사의 과잉공급과 가격 경쟁에 밀려 사라졌다. 남아 있는 대기업 화섬 원사 메이커들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업을 접으면서 붕괴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코오롱머터리얼㈜이 2019년 원사에 이어 2021년 원단사업을 정리하고, 이어 2023년 ㈜티케이케미칼이 폴리사업부 원사 사업을, 도레이첨단소재도 3공장 ITY 생산을 중단하면서 현재 가동 중인 곳은 효성티앤씨㈜, 도레이첨단소재, 대한화섬㈜, ㈜휴비스(현재 단섬유만 생산) 정도다. 이에 국내 화섬 직물 집적지인 대구에 소재한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존폐 위기의 화섬원사의 부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재 동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섬개연 산연협력개발본부 정재훈 본부장은 “과거 한국의 3~4개 정도의 염료 제조업체가 중국 염료제조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 밀려 결국 문을 닫자 중국 염료업체들이 염료 가격을 인상했던 염료 폭등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대로라면 화섬 원사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 뻔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내 화섬사 버팀목 ‘원사기준’

 

그나마 화섬 원사가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FTA ‘원사 기준(Yarn Forward)’ 덕이다. 

정재훈 본부장은 “수출기업 FTA 원산지 증명인 원사 기준(yarn forward)'은 국내 원사 수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원사 기준 덕에 수출 시 원산지 증명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국산 원사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럼에도 현재 차별화 소재를 공급해줄 만한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시장 조사 차  만나본 업체들 대부분이 과거 아이템 중 기존 원사 메이커들이 생산을 접은 아이템을 선별해 다시 해보겠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국내 원사를 구하지 못한 수요기업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섬개연을 찾는다. 

섬개연은 현재 소량의 원사를 생산해 주고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어 수요기업들에겐 마지막 희망이다. 실례로 현재 서진텍스타일㈜에 월 2~5톤 정도의 NP 복합사를 생산해 주고 있다. 그러나 연구기관의 특성상 월 10톤 정도 밖에 생산할 수 없는 것이 한계다.

 

 

차별화 소재 확보 위한

대기업 화섬메이커와의 공조 절실

 

차별화 소재 확보도 큰 도전 과제다. 

대표적으로 국내 차별화 소재 전문기업인 ㈜영원코포레이션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경사에 모노사, 위사에 캐치온 해도사를 사용한 원단을 생산 공급해 왔으나 원사 공급업체인 성안합섬㈜이 문을 닫으면서 당장 차별화 소재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이후 대한화섬과의 협의도 품질 재현 문제로 무산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곳이 섬개연이었다. 

섬개연은 이미 유사한 원사를 생산해 준 경험이 있었다. 영원코포레이션과의 수차례 협의 끝에 지난 6월 1차로 수백㎏의 원사를 생산했고, 현재는 월 10톤 씩 생산·공급하고 있다. 섬개연이 보유한 설비의 생산캐파 기준으로 풀가동할 경우 월 30톤 이상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수치상 계산일 뿐 연구기관이라는 특성상 주 52시간 근로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생산 가능한 양은 월 10톤에 불과하다. 여기에 많은 업체들이 생산을 의뢰하면서 현재 업체별로 조금씩 생산량을 제한해 공급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가 있다. 연구기관이라는 특성상 원사 개발과 생산을 병행하면서 품질 등의 기업 니즈를 맞추어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찌됐건 대기업 규모의 화섬 메이커들의 협조가 절실했다.

 

그 시작은 ‘화섬 메이커와 수요 기업 간 비즈니스 매칭’이었다. 

우선 양이 적어 채산성 문제로 원사 메이커들이 생산을 꺼려하는 아이템을 파악했다. 그리고 수요기업별로 필요 아이템과 수요량을 파악한 데이터를 들고 화섬 원사 메이커들을 찾아 나섰다. 

 

동시에 차별화 소재 확보에도 나섰다. 매년 해외 바이어들은 차별화 소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자체 개발 여력이 없는 경우 소재를 직접 구매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차별화 소재보단 노말(Normal)한 아이템을 더 선호하면서 화섬 메이커들도 아이템 개발을 주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재훈 본부장은 “과거에는 화섬 메이커 영업직원들이 기존 원사를 판매하면서 함께 차별화 원사를 끼어 팔던 때가 있었다. 그러는 이제는 무조건 노말한 아이템을 찾는 통에 차별화 아이템 영업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연구원이 직접 해외를 돌면서 원료나 소재를 찾아다니는 것도 무리가 있다. 또한 수요기업들도 “품질은 우리가 잡을 테니 생산만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하다 보니 이를 외면할 수도 없어 대기업 규모의 화섬 메이커와의 협력이 절실했다.

 

섬개연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은 ‘㈜휴비스’다. 

휴비스 출신의 호요승 원장 인맥 덕에 서너 번 정도 방문해 당위성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먼저 “이미 원료와 노즐 관련 기술도 있는데 양이 적어서 또는 섬도가 달라 생산을 못 하겠다면 우리가 일부 양을 커버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일단 초기 물량은 100~300㎏, 이후 적어도 5톤까지 커버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섬개연, 자체 수요조사

필요 수요량은 20~30톤 이상

 

▲ 섬개연 산연협력개발본부 정재훈 본부장  

섬개연이 자체 분석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필요로 하는 수요량은 20~30톤 이상이다. 이 정도 양이면 화섬 원사 메이커가 가동을 돌리기에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원사 수요 기업 확보에 나섰다.

 

섬개연은 400여개 이상 원사 수요(직물)기업을 조합사로 두고 있는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석기)과 접촉해 사업 계획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협조를 구했다.

 

그 결과 우선 매월 1회 조합 산하의 직물업체들과 만나 필요로 하는 원사 또는 차별화 원사와 각각의 수요량을 취합하기로 했다.

 

또한 이 중 가능한 아이템은 섬개연이 직접 개발하고 나머지는 화섬원사 메이커에 개발을 제안하고 동시에 생산 가능 여부를 타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재훈 본부장은 “결국은 국내산 화섬 원사를 필요로 하는 수요기업과 판매 길이 막힌 화섬 메이커들의 가려운 부분을 찾아 긁어주고 이들을 연결시켜 지역 화섬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이 연구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섬개연은 국내 화섬 원사 시장의 붕괴를 막고, 수요기업들에게 필요한 원사를 제공하며, 동시에 화섬 메이커들에게도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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