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섬유패션산업은 ‘지속가능성’, ‘추적가능성’, ‘순환경제’라는 3가지 요소가 주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원면 등 면방산업 역시 이 요소들이 ‘글로벌 원면 3대 트렌드’로 꼽히고 있다.
① 지속가능성은 미국과 유럽 정부의 지속가능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투자자문사, 투자은행의 요구 그리고 미디어와 NGO의 집중적인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면화는 적어도 25%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즉 브랜드와 소매업체의 생산 계획량만큼만 면화 생산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2024년까지 지속가능성 면화 수요량은 300만lb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② 추적가능성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신장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UFLPA) 시행이 대표적이다. ③ 순환경제는 ▲쓰레기와 오염 제거(Eliminate waste & pollution) ▲제품이나 재료 순환(Circulate products & materials(at their highest value) ▲자연 재생산Regenerate Nature) 등 3가지 원칙에 근거해 미리 계획된 상황을 지향해야 한다.
먼저 ‘쓰레기와 오염 제거’는 순환경제에서 모든 디자인 사양은 사용된 모든 재료는 사용이 끝나면 폐기되지 않고 다시 경제시스템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방법으로 기존의 선택-제조-폐기라는 순환되지 않는 재료의 폐기 대신 재사용하는 순환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제품이나 재료를 순환’은 구성 재료나 원재료는 재사용이 가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야 낭비되는 것이 없고 제품과 재료의 본질적인 가치가 유지된다. ‘자연 재생산’은 계속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자본을 건설하는 것으로, 토양을 재건하고 생물 다양성을 증가시키며, 생물학적 물질을 지구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하는 농업 관행을 독려하는 것이다.
한편 수요자와 공급자의 관심사는 다르다. 수요자는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저성장을 공급자는 ▲기후 문제 ▲면화 가격 하락 ▲높은 생산비용을 각각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았다.
美∙EU, 순환경제 규제 입법화 예고 EU, 2025년 1월 1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수립
EU와 미국 정부는 순환경제 규제 입법화를 예고했다.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뉴욕 시는 순환경제에 관한 새로운 규제를 제안했고, 유럽연합 국가들도 리사이클을 위한 중고 원단 및 의류 수집 규정과 신제품 제작 시 리사이클된 재료의 포함 요건에 대한 규정을 발효할 예정이다.
모든 EU국가들은 2025년 1월 1일까지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RP,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수립해야 한다. 많은 브랜드들이 독자적인 순환경제 개념의 디자인과 소재를 설정해 규제를 극복코자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2011년 제정한 ‘폐기물 및 오염 토지에 대한 법’에 근거해 올해부터 ERP를 상업용과 산업용 포장재까지 확대 시행했다. 즉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여기에 생산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위해 ‘제품 생산자 등록시스템’을 신규 도입했다.
스페인의 시행에 따라 여타 EU국가들도 관련 규정을 강화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순환경제 개념의 디자인 정립 이후 전 세계적으로 면제품으로부터의 리사이클 재료 사용이 크게 증가할 예정이다. 2030년에는 순환경제 개념의 디자인 영향으로 리사이클 면사는 전 세계 공급량의 5~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해수면 온도 상승 ‘엘니뇨’ 하반기 강타 폭염과 홍수로 美 면화 작황량 감소 전망
올해 미 면화 작농 상황이 우려스럽다. 미국 남서부 지역이 엘니뇨((el Niño)) 때문에 올해 강수량이 늘어나 수확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엘리뇨는 해수 온난화 현상이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ENSO)의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올 하반기부터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 지구 곳곳에 폭염, 홍수 등 각종 기상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3년 생산비용(경작)에 악영향을 미칠 리스크로는 기후문제,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꼽혔다. 특히 환율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일부 국가에선 원면 수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 금리가 5.2%, 중앙은행 8% 대출 금리로 인해 면화 농장주의 마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균 에이커당 1,000파운드 정도, 면화 단가는 88센트/lb다.
풀 부시(Paul Bush) 캘콧(Calcot, Ltd.) 대표이사 겸 CEO는 “미 면화 가격은 2020년 4월 11일 53센트/lb → 2022년 4월 11일 1달러51센트/lb → 2023년 4월 11일 83센트/lb이었다”며 2024년 가격은 70센트/lb 초반에서 많게는 90센트/lb 초반 수준으로 1달러 이상은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캘콧은 '미국 면화마케팅협동조합'으로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자스 등 6개주의 농장주들이 생산한 면화를 취급하며, 최대 7,000lb 이상이다. 90년 이상 고품질의 면화와 우수한 품질의 서비스를 통해 미국 및 전 세계 공장과 파트너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풀 부시 대표이사 겸 CEO는 “원면 주요 소비국인 파키스탄. 지금의 경제위기만 없었다면 중국보다 더 많은 미 면화 소비국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파키스탄의 대표적인 경제위기는 낮은 외환보유고로 ‘위험 수준’이다.
현재 파키스탄 중앙은행이 신용장(L/C)을 발행하지 않아 미국 생산업체들이 파키스탄에 원면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최근 IMF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자금이 들어가고는 있으나 아직은 불안한 상황이다. 한편 한국은 주요 소비국 10위 안에 포함되지 않지만 만약 해외 수요량을 포함한다면 4위다.
2018년부터 중국의 브라질 원면 수입이 많아졌다. 미국이 중국에 수입관세를 물리면서 브라질의 대체 수입국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다시 미 면화 수입량이 늘어나 회복세다. 중국과 인도는 면화의 주요 소비국인 동시에 생산국이다. 반면 베트남과 파키스탄은 100% 소비국이다.
풀 부쉬 대표이사 겸 CEO는 “팬데믹 이후 경제성장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2년 동안 면화산업은 정체됐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2024년부터 성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미국 정부 발표”라며 “이는 ‘수요와 공급이 시장이 좋아하는 지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한편 국내 면방업체 임원은 “국내외 면방산업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원재료 상승, 수요 감소 등의 요인이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공급 과잉이 문제다. 공급 과잉이 해결되지 않으면 산업 침체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65% 지속가능제품 구매 희망 실제 구매자는 약 26% 뿐
그렇다면 지속가능성 성취를 위해 지불해야 할 부가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이는 소비자가 지속가능성 제품 구매를 원하면서도 정작 가격 상승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9년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하버드경영대학원 발간)의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The Elusove Green Consumer)에 따르면 65%의 소비자가 ‘지속가능성을 옹호하는 패션 브랜드를 구매하고 싶다’고 답했지만 실제 구매한 소비자는 약 26%에 그쳤다.
미국 딜로이트의 2022년 리포트(How consumers are embracing sustainability)에 따르면 소비자의 거의 반 정도는 패션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성취 공약을 알지 못하거나, 기후 변화 또는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브랜드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점점 커지는 섬유패션 산업의 당면과제는 무엇일까? 기후변화에 따른 글로벌 포커스, 경기 둔화세 요인, 지속가능성 마케팅 관련 규제 강화, 강제노동방지법 제정으로 꼽을 수 있다. 점점 강화되고 있는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는 노동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와 시민사회조직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속가능성 마케팅에 대한 관련 법규 변화, 강제노동금지 법안, 글로벌 지속가능성 회계 보고 요건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섬유패션시장 내 상위 10대 브랜드 점유율은 고작 10%
의류 브랜드와 소매업 등의 섬유패션산업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다. 섬유패션시장 규모는 2.4조 달러로 자동차(2.2조 달러), 전자(1.2조 달러)보다 크다. 하지만 상위 10대 브랜드가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 즉 점유율은 10% 수준으로 단편화되어 있고 연계성이 어렵다. 반면 전자제품 산업의 경우 상위 10대 브랜드 점유율이 95%, 자동차 산업은 80%다.
또한 전자제품과 자동차 산업은 이미 매우 강력하고 엄격한 규제가 시행 중이나 섬유패션산업은 여전히 관련 규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참고로 본 기사는 미국면화협회 한국사무소 주최로 5월 9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3 지속가능성 미국 코튼 세미나(U.S.Cotton Sustainability Seminar 2023: The Journey to a smart cotton future)’ 중 3명의 강연을 종합해 요약 정리한 내용이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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