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라잇루트 신민정 대표

CES 2022 웨어러블 기기 부문 ‘혁신상’ 수상

TIN뉴스 | 기사입력 2022/01/19 [13:04]

2차 전지 분리막 접착 기술

및 리사이클 소재(Recell+) 독자 개발 및 브랜드화(LOEUR)

 

 

최근 막을 내린 CES 2022에서 친환경 의류소재로 웨어러블 기기 부문 혁신상을 거머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국내 기술 스타트업 ㈜라잇루트(RightRoute) 신민정 대표(사진)다.

 

올해로 서른 세 살의 여성 CEO로 라잇루트는 창업 6주년을 맞은 젊은 스타트 업이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폐 2차 전지 분리막(필름)을 재활용해 고기능성 리사이클 소재 ‘텍스닉(TEXNIC)’으로 당당히 혁신상의 주인공이 됐다. 더구나 가전,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의류소재가 상을 받았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신 대표는 패션과는 거리가 먼 건축학도다. 대신 패션 블로그를 운영할 만큼 열정적으로 옷과 패션을 좋아했다. 그러나 현실 앞에서 결국 전공을 살리기로 마음먹고 대학 졸업 후 건축설계사무소에 입사해 낮과 밤 구분 없이 건축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러다 “내 길이 아닌가 싶어” 사표를 던지고 관심 있던 식물재배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것도 몇 년 못가 망했다. 

 

신 대표는 몇 년간 장고에 들어간다. “앞으로 뭘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결론은 내가 제일 잘하고 관심 있고 재밌었던 패션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사실 돈을 버는 것보다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관심이 더 컸다. 우선 2014년 KAIST 경영대학원에 진학에 ‘SE MBA(사회적 기업가)’를 이수한 후 2016년 ‘라잇루트’라는 법인 회사를 설립한다. 청년 예비 창업자를 도와주는 디자이너 인큐베이터 사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신 대표는 패션 전공자들이 졸업 후 실무 및 생산 지식 없이 무작정 창업했다 10곳 중 6~7곳은 1년도 못 버티다 망하는 것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그럼 내가 이들을 도와주자.” 그렇게 문을 연 디자이너 인큐베이터 공간에서는 창업에 필요한 생산 실무 지식과 창업 관련 정보를 비롯해 자신의 다양한 디자인을 펼칠 수 있도록 작업 공간도 마련해 예비 창업자들을 물신양면 지원했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로 인한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디자이너 인큐베이터 사업은 중단한 상태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폐2차 전지 분리막과의 운명적 만남

 

 

2020년 즈음 신 대표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신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2차 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사장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 “2차 전지 분리막이 제조 공정에서 버려지는 양이 상당하다. 고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져서 다른 용도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너무 안타깝다”는 이야기였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정성을 위한 핵심소재로, 양극과 음극이 만나지 않도록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 주요 성능은 배터리 단락 방지, 이온의 이동 차단, 배터리 성능 강화다. 분리막은 ‘미세다공서 초박막 필름’으로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등 절연성이 좋은 고분주 소재가 사용된다. 특히 건식과 습식 분리막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습식이다. 첨가제를 추가해 화학적으로 기공을 만들기 때문에 제조공정이 복잡해 가격이 높지만 기공 크기를 균일하게 만들고 기계적 강도가 강하다.

 

신 대표는 불연 듯 분리막 필름을 옷에 적용해보자는라는 생각으로 곧장 개발에 매달렸다. 앞뒤 잴 것 없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절박함 때문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얼굴을 맞대야 하는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공간마저 운영이 어려워지며, 새로운 것을 찾아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우연한 기회로 접한 분리막이 이후 라잇루트 사업의 방향성까지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됐다. 동시에 갑자기 닥친 코로나 상황에 만난 호재였다.

 

신 대표는 2020년 상반기부터 고기능 소재인 분리막 필름을 기존 원단에 부착하는 라미네이션(Lamination) 개발에 착수해 6개월여 만에 독자기술을 완성했다. 흔히 현장에서는 라미네이팅 또는 코팅으로 불리는 라미네이션은 대상이 되는 물체에 1겹 이상의 얇은 레이어를 덧씌워 표면을 보호하고 강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로 고도의 정밀함과 기술력을 요한다.

 

하지만 이 것이 끝이 아니었다.

기술만 만들어놓으면 다 될 줄 알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산업용 필름을 의류용 원단에 부착하려니 기존 설비로는 맞지가 않았다. 또 다시 전용 기계 개발에 매달렸고, 6개월 여 만에 라미네이션 전용 기계를 완성했다. 라미네이션 기술과 전용 기계 등 2건에 대한 국내외 특허출원을 마치고 현재 특허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1년 여 개발 끝에 라미네이션 기술을 응용한 리사이클 소재 ‘리셀+(Recell+)’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다. 리셀+는 분리막 필름+원단의 이중 레이어로 원단에 따라 내구, 범용, 투습, 방수, 방풍, 보온, 경량성 등 7가지의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국내외 시험인증기관 테스트를 통해 성능을 입증 받았다.(GRS 및 Oeko-tex standard 100 인증 획득)

 

그리고 2021년 리사이클 소재 브랜드 ‘텍스닉(TEXNIC)’를 런칭했다. 텍스닉에는 ▲‘리폴리(Repoly·폐PET병 재활용) ▲리나일론(Renylon) ▲바이오그레이더블(생분해) 폴리에스터 및 나일론 등 소재에 제한이 없다.

 

▲ 리사이클 여성복 브랜드 로어(LOEUR)  © TIN뉴스

 

신 대표는 뒤이어 리사이클 여성복 브랜드 ‘로어(LOEUR)’를 런칭해 텍스닉 소재로 옷을 만들어 자사 온라인 몰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사실 옷 판매 목적보다도 패션업계에서는 생소한 분리막을 재활용했다는 점이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반대로 산업용 필름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직접 입증해보이고 싶어 여성 브랜드 런칭을 결정했다.

 

로어는 1990년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정돈된 실루엣에 심플한 디테일의 옷을 자랑한다. 다만 리사이클 원단에 산업용 필름을 접착했기 때문에 일반 의류용 필름보다는 드레이프성이 없어 내구성이 강한 하드셀 제품에 적합하다. 로어 대부분이 아우터와 스커트다. 여기에 필름 특유의 터치감 때문에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어느 것이 천연가죽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쪽같은 무게감을 준다. 현재 라잇루트는 텍스닉과 로어 외에도 2016년부터 꾸준히 기업, 기관 단체복이나 판촉물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해 수의계약으로 주문을 받아 납품하고 있다. 

 

라잇루트, 기술 스타트 업으로의 성장

 

신 대표는 “라잇루트가 가야할 방향은 기술 개발이다. 수익이 나면 고스란히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재와 기술 개발을 이어나가는 기술 스타트 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신 대표는 세간에 ‘라잇루트는 폐 2차전지 분리막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소재로 옷을 만드는 패션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달갑지 않다. 라잇루트를 담아냈다기엔 부족해 보였다. 

 

라잇루트가 지향하는 목표는 기술이다. 옷을 팔아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기술 개발에 대한 욕심이 많다. 신 대표는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전담연구부서까지 만들어 인재들을 영입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고 자신은 회사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 대표는 텍스닉, 리셀 관련해 오해가 있음을 바로잡고 싶어 했다.

업계에는 생소한 분리막 필름 재활용 소재를 쉽게 설명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고어텍스와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하다보니 일각에서는 고어텍스 대체소재냐는 말까지 들었다. 신 대표는 “분명히 오해이고, 텍스닉의 리셀+는 고어텍스와 구조적으로 비슷한 것이지 소재의 사용 용도는 고어텍스와 다르다. 고어텍스의 대체제가 아닌 고어텍스처럼 기술력이 뛰어난 리사이클 고기능 소재를 개발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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