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代)를 잇는 롯데·신세계 유통전쟁

유통업계 라이벌, 치열한 이베이코리아 인수戰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6/21 [13:15]

1세대 이어 2세 오너, 주요 인수마다 사활 건 경쟁

‘승자의 저주’ 우려에도 “밀리면 죽는다”는 필사즉생(必死卽生) 각오

 

 

국내 유통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롯데와 신세계가 몸값 5조원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밀리면 죽는다”는 각오다. 더구나 롯데 신동빈 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그룹 1세대인 故 신격호 명예회장, 이명희 회장의 과거 치열했던 유통 라이벌 악연을 고스란히 잇고 있다. 하이마트, 한국 까르푸, 쿠팡에 이어 이커머스 시장 선점을 두고 맞붙었다.

 

두 회사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경쟁을 벌여왔고, 이러한 경쟁은 곧 국내 유통산업의 역사이자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제는 유통 경쟁이 스포츠 경쟁으로 확산됐다. 4월 4월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 경기는 공교롭게도 롯데 자이언츠와 SSG랜더스가 맞붙었다. 결과는 5-3, 신세계의 승리. 50개 이상 경기가 치러진 리그 순위에서 SSG랜더스는 전체 10개 구단 중 3위, 롯데는 10위로 꼴지를 달리고 있다. 현재로선 스포츠에서는 신세계가 승기를 잡았다.

 

신세계 vs 롯데의 유통 전쟁의 서막

 

국내 백화점의 역사는 80년 전. 

삼성물산 이병철 회장이 국내 최초의 백화점인 미쓰코시 경성지점을 인수하며, 백화점 시대 서막을 열었다. 1930년 10월 24일 개업해 해방 이후 동화백화점으로 영업하다 1963년 삼성그룹에 흡수되어 상호를 신세계백화점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1967년에는 국내 최초의 바겐세일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어 국내 1호 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을 오픈 한다. 

 

신세계그룹 유통을 이만큼 끌어올린 이가 바로 정용진 부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회장이다. 

1967년 결혼 후 39살까지 가정주부로 살다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부름을 받아 신세계(백화점)와 조선호텔을 넘겨받아 경영을 맡게 된다. 1970년대 후반 국내에서 백화점 사업은 미미했기 때문에 형제들의 반발이나 견제도 없었다.

 

이명희 회장은 백화점과 호텔로 국내 제계 10위권으로 신세계를 끌어올리는 등 사업가 능력을 발휘한다. 세계 일류 백화점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1년에 두 번씩 해외로 나갔다.

패션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국내 최초 해외지사인 신세계백화점 뉴욕지점을 연다.

이어 1987년 7월 피에르가르뎅과 라이선스 제휴를 맺는다. 이 역시 국내 최초다. 이는 신세계가 고급백화점으로 변모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신세계가 백화점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이 때 롯데그룹도 백화점 사업에 뛰어든다.

1979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이 개점한다. 롯데백화점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공교롭게도 이명희 회장의 이화여대 동문(1965년 졸업)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前 이사장(롯데복지재단)이다.

 

신영자 前 이사장은 초창기부터 롯데백화점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는 대학동문, 창업주의 2세 간 자존심 싸움을 넘어 그룹간 자존심을 건 싸움이었다. 비록 후발주자였던 롯데백화점은 당시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 등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리고 신세계는 결국 1위 자리를 롯데에게 내준다.

 

국내 백화점에 대한 노하우는 신세계의 오랜 영업으로 축적해왔지만 백화점이 체인점화되면서 당시 돈 많고 인수합병을 잘 하면 1위로 직행하던 시대였다. 백화점을 필두로 본격적인 유통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백화점~마트까지 

신세계가 선점하면 롯데가 발목잡고

 

1987년 11월 19일 이병철 회장이 별세하자 이명희 회장은 담시 미국에 머문다.

당시 월마트의 선진국형 마트 체인에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은 “고급 백화점 시대는 갔다. 고객의 성향이 바뀌었다”며 대형 마트 사업에 뛰어든다.

 

1960년대 백화점이 등장하고, 이어 1980~9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이상이 되면서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등장한다. 더 이상 백화점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필요 없고 가격을 싸게 해달라는 소비자 요구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판매채널이 필요했다.

 

그리고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이 오픈 한다.

주부들의 열열한 호응과 달리 당시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의 경쟁사로 인식해 물품 지급을 거부했다. 오픈 당일에도 물건을 못 채워 직원들이 발로 뛰며 채워 넣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98년 7월 미국 월마트가 한국에 진출하자 국내 유통업계는 초비상. 오픈 직후 파격적인 가격 할인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 이마트도 이에 질세라 가격으로 맞붙는다. 대표적으로 텔레비전 가격 경쟁이다. 1998년 8월 월마트와 이마트는 29인치 텔레비전을 놓고 출혈경쟁을 벌인다. 당시 사회문제로도 비화되기도 했다.

 

이마트는 전략을 전면 수정한다. 한국형 마트 체계로 재편을 목표로 공산품 위주의 월마트와는 달리 이마트는 야채, 과일 등 신상품 위주로 바꾸고, 높은 선반의 창고형 월마트와 달리 한국인 체형에 맞도록 선반 높이를 낮추는 등 한국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전략은 제대로 먹혔고, 결국 월마트(코리아)는 2006년 입점 8년 만에 한국에서 철수한다. 이후 까르푸 등 해외 유명 체인점들도 현지화 실패로 한국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롯데와 신세계는 또 한번 맞붙는다. 한국 까르푸가 철수하면서 롯데, 신세계, 이랜드 등 국내 유통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 어부지리로 이랜드가 1조7,500억원에 한국 까르푸를 인수한다. 뒤이어 2006년 신세계는 월마트 코리아를 인수한다.

 

월마트 경쟁에서 신세계가 승기를 잡았지만 이어 1998년 4월 1일 롯데마트 1호점이 개점하면서 상황은 급반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롯데가 몸 집 불리기에 나선다.

 

롯데마트는 롯데라는 그룹의 망각한 자본력과 생활용품, 제과 등 그룹 계열사 그리고 부산 지역의 맹주라는 지역 거점을 발판으로 맹추격한다. 롯데의 전략은 사업을 먼저 선점하지 보다 후발주자로 수월하고 편하게 시작했다.

 

부산 등 지역을 장악하고 있어 오히려 마트 사업에 진출하기가 수월했다. 그리고 2010년 롯데마트가 내놓은 일종의 게릴라 이벤트인 ‘통 큰 시리즈’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특히 기존 배달 치킨의 3분의 1가격을 앞세운 ‘통 큰 치킨’의 등장은 연이은 통 큰 시리즈를 낳았고 롯데마트의 외형 성장에 발판이 된다.

 

어렵게 발판을 다져왔던 신세계와 달리 롯데는 쉽게 성큼성큼 추격해왔다.

백화점에 이어 대형마트까지 롯데는 신세계의 발목을 잡는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정공법으로 백화점 사업에 다시 승부를 건다.

 

바로 2004년 신세계는 2만3,000평의 부산 센텀시티 부지를 인수한다. 

당시 부지가격만 1,330억원. 롯데는 그만한 부지를 인수할 만 곳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더구나 부산은 롯데가 장악하고 있는 유통 거점이었다.

 

당시 업계는 신세계의 투자는 무모하다며 실패를 예단했다. 그러나 뜻밖의 호재가 온다.

바로 센텀시티 부지에서는 온천수가 발견된다. 사실 이 지역은 오래 전부터 온천수가 흘렀던 곳이었고, 신세계에게 호재가 된 것이다. 롯데로서는 비보였다.

 

롯데와의 연이은 경쟁에서 좌절을 맛봤던 이명희 회장은 절치부심으로 라이벌의 심장부에 승부를 걸었고, 유통 전쟁에서 다시 승자가 됐다. 2009년 6월 26일 신세계 센터시티점이 문을 열었고, 당시 규모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과거 부산하면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먼저 떠올렸다면 이제는 센텀시티를 떠올릴 만큼 명소가 됐다. 신세계 그룹이 전국구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선점을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라이벌이 뛰어들었다.

롯데는 단독 입찰, 신세계는 네이버와 연합해 본입찰에 참여했고, 결국 신세계와 네이버 연합팀의 승리로 굳혀지고 있다. 물론 신세계와 네이버는 “본 건 입찰 절차에 참여한 바 있으나, 본 입찰은 계속 진행 중이며, 당사의 참여방식 또는 최종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는 신세계와 네이버의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롯데와 신세계는 신규 백화점 출점을 앞두고 또 한번 맞붙었다. 롯데는 2014년 수원점 이후 7년 만에 지난 6월 동탄점을 열었으며, 신세계는 오는 8월 대전 신세계 엑스포점을 연다.

 

장유리 기자 tinnews@tinnews.co.kr

섬유패션산업 발전과 함께하는 경제전문 언론 TIN뉴스 구독신청 >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TIN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포토뉴스
코오롱스포츠 ‘플리스’ A부터 Z까지 총망라
1/9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