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저작권 위반경고 우편물 주의”

폰트 제작사 법률대리인 앞세워 폰트 라이선스 등록 요구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3/16 [03:47]

“저작권 있는 폰트 무단 사용했으니 처벌 대신 사용료 내라” 

문체부 “2차 저작물, 저작권 위반 아니다. 법적 책임 없어”

 

 

폰트 제작업체의 법률 대리인이라며 저작권이 있는 폰트를 무단 도용했으니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경고 문구를 담은 등기우편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법적인 소송을 취하겠다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입금부터 하고 나면 돌아오는 건 때늦은 후회 뿐이다. 

국내 모 섬유업체도 최근 법무법인 이름의 등기우편물을 받았다.

 

봉투에는 귀하의 회사 CI에 사용된 폰트체는 모 업체의 저작권물로 사전 승인 없이 무단 도용했으니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경고였다. 즉 폰트업체에서 만든 폰트가 사용되었으므로 저작권자인 폰트업체에 경제적 손해를 준 사실이 명백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측은 법적 조치를 취하는 대신 합의금 명목으로 월 200만원씩 폰트체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라고 제안했다. 월 사용료는 100만원이지만 이미 무단도용했으니 2배를 지불하라는 것.

 

섬유업체 대표는 지인을 통해 관련 내용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확인해보니 이미지 형태는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사실을 법무법인 측에 알렸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건 일부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며 기일을 줄 테니 사용료를 낼지 여부를 결정해달라면서 만약 거부한다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오히려 겁박했다.

 

문제의 폰트는 ㈜한양정보통신에서 제작한 ‘HY서체, 울릉도체’ 등이다. 그리고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이음은 2017년에도 건축사들을 상대로 폰트 무단도용 명목으로 라이센스 비용 지불을 요구하다 대한건축사협회가 나서 도를 넘은 저작권 사냥에 제동을 걸겠다고해 피소를 당했다.

 

2012년부터 이 두 곳은 폰트 저작권 무단도용에 대한 라이센스 비용 청구행위를 자행해왔다. 이 두 곳과 관련한 피해 사례가 최근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각종 포탈사이트에도 ‘HY서체’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대부분 피해 관련 내용 들이다.

 

최근에도 대한의원협회가 회원사 중 개원의들이 법무법인 대리인이라며 폰트 무단 도용을 빌미로 라이선스 비용 지불을 강요해 사용료를 지불했다는 자체 신고가 접수되자 이 법무법인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고장을 받은 회원들을 모아 공동으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예정이다.(법률용어 하단 참조)

 

이 같은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2013년 ‘폰트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알기’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폰트(글꼴) 저작권’이다.

흔히 ‘무료 폰트’ 또는 ‘번들 폰트’는 저작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사용한 경우는 문제가 없다. 다만 폰트 제작업체에서 제작한 유료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았을 경우가 문제다.

실제 법원 판례에서도 폰트 자체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폰트를 화면에 출력하거나 인쇄출력하기 위해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폰트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보호하고 있다. 

 

다시 요약하자면 섬유업체가 CI에 사용된 폰트는 2차 저작물이기 때문에 저작권 위반이 아니다. 폰트(글꼴) 프로그램 자체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이를 가공한 2차 저작물은 저작권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신 회사가 CI 등 제작을 의뢰한 외주업체가 해당 폰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무단 사용했다면 책임은 외주업체에게 있다.

 

즉 폰트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서 이용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작권 위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 폰트업체의 독특한 글꼴을 손으로 똑같이 그렸다면 그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번들 폰트의 경우 저작권이 없다.

실제 이러한 폰트를 이용한 2차 저작물 자체에는 폰트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요즘 법원 판례 추세다.

 

[법률용어]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즉 채무부존재 소송은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법원으로부터 확인받기 위해 진행하는 소송이다. 중요한 점은 채권자인 피고에게 주장입증 책임이 있다는 것인데 원고가 소장을 제출해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법원에서는 소장의 부본을 피고에게 송달한다.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하며, 법원은 답변서의 부본을 다시 원고에게 송달한다.

 

동 소송은 원고에게 청구된 금액이 부당하게 청구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간에 채권채무관계가 없음을 입증할 자료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변제 의무가 없는 경우 이 사실을 법적으로 확정짓고 싶다면 누구든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이다. 신청서 양식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트에 청구원인에 따라 작성하면 된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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