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투복시대’ 첫 걸음 떼다

올해 첫 시범사업, 제도 개선 보완 시급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2/08 [14:24]

국산 소재에 우수한 품질 확보도 병행…군 전투력 기여 

군납업체 제조 및 경영여건 감안한 군 피복류 예산 증액 관건

 

 

지난해 추진됐던 국방섬유소재 국산화 시범사업이 올해 첫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과거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공고 전례를 보면 5~6월 하계용 또는 사계절용 전투복지(원단) 입찰, 6월 전투복 체촌 및 전투복 봉제업체 입찰을 거쳐 10월이면 전투복이 납품 완료가 예상된다.

 

국산화 범위는 국내에서 생산된 원사(장/단섬유·방적사) 및 그 원사로 국내에서 방적·제직해 염색·가공된 원단(전투복 원단은 T/R)으로 정의했다. 다만 레이온과 같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소재에 한해 허용하도록 했다.

 

현재 조달청에 등록된 전투복지(T/R원단) 군납업체는 대한방직㈜, ㈜방림, ㈜우성염직, ㈜삼일방직, 티에이케이텍스타일㈜ 등 총 5개사다. 

 

그러나 원단 군납업체 일부는 국산 원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5개사 중 현재 국내에서 자체 원사 생산이 가능한 곳은 삼일방직  한 곳 뿐이다. 더구나 지난해 말부터 면사가격 폭등에 국내외 방적공장들의 재고물량 부족 및 납기일 지연 등으로 인해 국내 원사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5월부터 ‘2021년 하계용/사계용 (육군 및 해병대용) 전투복 등 총 4개 품목(전투복원단) 입찰이 시작된다. 나머지 업체들은 국산 원사 확보 때문에 당혹스럽다.

 

방림은 현재 안산 반월에 특수사 염색공장 외에는 방적공장이 국내에 없다. 베트남의 방림네오텍스에서 원사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 대한방직도 이미 지난해 전주 방적공장 조업을 중단했고, 이어 편직공장인 대원방직을 매각하면서 국내에는 사실상 원사 생산기반이 없다. 날염 전문 업체인 우성염직, 도레이첨단소재 계열사인 티에이케이텍스타일(舊 웅진케미칼 텍스타일사업부)는 원사 또는 원단을 구매하고 있다.

 

다행히 1월 국산섬유소재인증제도 고시 후 방림, 대한방직 등 군납업체들이 태광산업과 협의해 원사 공급을 약속받아놓은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투복 소재의 국산화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다소 촉박한 시간에 아쉬움도 있다.

군납업체 관계자는 “다행히 군납업체들이 태광산업 측과 여러 차례 접촉해 국산 원사 공급 약속을 받아 놓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국산 원사 사용에 맞는 현실적인 원단 납품가격(국방부 예산)이 뒤따라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범 사업에 앞서 현재 국산 원사 수급 현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두었어야 하는데 다소 촉박해보인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2018년 조달청 이관으로 최저입찰제 적용

업체 간 출혈 경쟁 부추기며 점차 군납 메리트 떨어져

 

 

앞서 언급했듯 군납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최저입찰제에 따른 마진 폭 감소다. 기존 수입 원사대비 높은 가격대의 국산 원사 사용 시 납품가격이 그만큼 증액되지 않으면 군납업체들의 마진폭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산 소재 사용을 위해 민간기업이 부담을 떠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참고로 2017~2020년까지 하계용 일반 전투복과 해병대 전투복 원단 낙찰가격의 변화를 살펴보자. 하계용 전투복 원단 낙찰가는 2017년(조달청 이관 前) 3,438원에서 2020년 2,627원으로 23.59% 하락했으며, 하계용 해병대 전투복 원단 낙찰가는 2017년 3,430원에서 2020년 3,350원으로 2.33% 하락했다.

 

사계용 전투복 원단 낙찰가격도 2017년 4,300원에서 2020년 3,289원으로 23.51% 하락, 사계용 해병대 원단 낙찰가격은 2017년 4,380원에서 2020년 3,443원으로 21.39% 하락했다. 하계용 해병대 전투복 원단을 제외하면 대부분 20%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결국 최저입찰제 낙찰방식이 업체 간 출혈경쟁만 부추긴 셈이다. 여기에 원사 가격, 인건비, 생산비용 상승 등 군납업체 제조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국방부의 예산집행도 한몫했다.

 

군납업체들은 향후 국방부 예산이 얼마만큼 증액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방적공장들의 가동 재개와 중단을 반복하는 와중에 면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고물량 확보는 물론 발주 후 납기도 60여일 이상 지연되는 상황.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폭등한 면사가격까지. 

 

최저입찰제로 인해 매년 낙찰가격은 떨어지고 그만큼 마진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비싼 국산 원사를 사용했을 경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군납)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방림은 지난해 5월 ‘2020년 하계용 전투복 원단’ 입찰에서 투찰가 2,627원으로 최종 낙찰을 받았다. 당시 방위사업청이 제시한 품목 내역서 상 품목단가는 3,389원, 총금액으로는 54억1,952만5,782원이었다. 최종 낙찰된 납품가격은 총 37억6,858만3,866원이었다.

나머지 4개 군납업체의 투찰가 역시 대부분 3,000원 안팎이었다. 

 

결국 국산 소재 장려와 군납업체 모두가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덜고 동시에 우수한 품질의 전투복 원단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현행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더 나아가 현재 전투복에 다른 군 피복류로 국산소재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나 국내에서의 국산 원사 수급 문제 등에 대한 보완과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5월부터 시작되는 전투복 원단 입찰에서는 국산섬유 사용 및 인증제도 적용이 예상된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전투지원물자 중 체육복, 하계 상의 등 군피복류에 대해서는 원단부터 봉제까지 일괄로 봉제업체에게 위임하는 사급 방식을 전투복에도 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수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내용이긴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기타 군피복류와 달리 전투복은 사병의 전투력과 직결되는 만큼 품질 관리차원에서 그동안 전투복 원단, 봉제, 부속류 등을 나누어 각 군납업체들을 관리해오고 있다.

문제는 봉제업체가 원단 선택부터 납품까지 일괄 책임을 지는 현행 방식 때문에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어찌됐건 섬유업계는 이번 국방섬유 국산화와 인증제도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제 시범사업을 통해 첫 단추를 꿴 만큼 국내 원사 수급이나 최저입찰제 에 따른 군납업체들의 마진 폭 개선 등 보완해야 할 부분들도 분명이 있는 만큼 앞으로 군과 업계가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측도 “급박한 감은 있지만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보완할 부분에 대해서는 업체와 함께 바꾸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방부도 군납업체와 국내 원사메이커들의 제조 및 경영여건을 감안한 예산(증액) 확보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방부가 올해 전투복 소재 국산화 사업비로 71억8,9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보온성이 향상된 패딩형 동계점퍼 보급 및 컴뱃셔츠 보급 횟수도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국방섬유 국산화 사업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신규 사업인 ‘국방섬유소재산업육성사업(R&D)’은 올해 24억8,000만원 예산이 편성됐다. 

 

‘국방섬유소재산업육성사업’은 미래국방체계에 대응하는 고성능 국방섬유 소재·제품 개발, 실증평가 기반구축 지원을 통해 국내 섬유기업의 기술력 향상 및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구조 고도화하겠다는 것. 대상 분야는 피복·위장재·배낭·방폭소재·로봇슈트 등 국방섬유 첨단소재 및 제품이다.

 

국산섬유제품인증마크 발급

섬산련, 국산섬유제품 인증제도 활용

 

 

국산소재 여부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이하 ‘섬산련’)의 ‘국산섬유제품 인증제도’를 활용한다. 

섬산련은 국산소재 수욕 촉진과 소비자 신뢰도 향상을 목적으로 2005년 ‘국산섬유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국산소재임이 확인되면 ‘국산 섬유제품 인증마크’와 확인서(사용계약증서)가 발급된다. 인증 기간은 2년이며, 재계약 심사를 거쳐 갱신 여부가 결정된다.

 

단 섬산련은 국산소재를 사용해 국내에서 제조된 의류임을 증명하는 기관일 뿐 제품 품질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대신 FITI시험연구원, KATRI, KOTITI시험연구원이 품질을 보증하게 된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총 60개사 인증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5월 진행될 전투복 원단 입찰부터는 최종 섬산련이 발급한 인증 확인서를 조달청에 제출해 국산소재임을 입증해야 입찰 자격이 군납업체에게 주어진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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