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불문 문 두드리는 ‘방역시장’

마스크·보호복 등 납품용역에 함량 미달업체 입찰 참가

TIN뉴스 | 기사입력 2020/12/14 [11:34]

건물청소·정수기관리·건설업체·판촉업체까지 업종 불문

최저입찰제 악용해 “무조건 (입찰) 넣고 보자. 아니면 말고”

 

‘K-방역 붐’을 타고 최근 마스크, 방호복세트 등 방역물품 관련 조달청 입찰공고에 관련 업체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문제는 규격이나 품질, 생산능력이 미달되는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모 방호복 입찰공고 경쟁률만 2,000대 1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까지 나왔다.

 

조달청 나라장터 입찰일 기준 3월 27일 이후 코로나 방호복 관련 입찰 건수는 총 15건(재입찰 포함)이다.

 

지난 4일 개찰된 국내 대표 비영리 단체가 발주한 ‘코로나19 2차 유행 대비 방역물품(마스크, 방호복/보호 장갑 세트) 구매 단가계약(2020.11.24~12.02)’의 경우 마스크(KF94) 10만장과 방호복 세트(Level D) 3,500세트 총 1억9,100만원 상당의 입찰 건으로, 최종 61개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이중 8,858만5,000원(투찰률 67.622%)을 써낸 D사가 1위를 했다.

 

더구나 1억2982만7,500원(투찰률 99.104%)을 써낸 C사(2위)와 1위와의 낙찰 금액차이는 4,124만2,500원에 달한다. 또한 E사는 투찰금액(1억8,319만6,200원)이 예정가격범위를 초과해 개찰 순위에는 포함되지 못 했다. 해당 건의 예정가격은 1억9,100만원으로, (조달청)예정가격 범위는 ±2%다.

 

다만 해당 입찰 건은 개찰이 끝났지만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낙찰 선정 방식이 기존 최저 입찰제가 아닌 제한(총액)입찰 및 규격·가격 동시 입찰(낙찰자 선정)로, 현재 조달청과 대한적십자사가 협의 중이다. 통상적인 최저입찰제 방식의 낙찰하한률 또는 낙찰하한가를 적용했다면 D사는 결격이다. 

 

다만 낙찰하한률이 예정가격이나 용역별로 상이하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해당 입찰 건의 경우 1억9,100만원(예정가격)×87.745%(낙찰하한률)=1억6,759만2,950원이다. D사의 낙찰가는 낙찰하한가의 절반 수준, 낙찰하한률에도 못 미친다. 최소 80%를 잡아도 한참 미달이다. 여기에 D사의 경우 현재 건강 관련 온라인 기반 도매사업체로 등록되어 있어 방역품과의 사업 연관성이 멀어보인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입찰 참가업체들의 자질 문제다.

낙찰가 응시 기회를 잡았던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58개사 중 예정가격을 초과한 E사를 제외하곤 모두 함량 미달이었다. 사전판정 과정에서 부적격 처리됐다.

 

부적격 처리 사유도 ‘서류 미제출(50개사)’과 ‘규격서 평가 부적격(8개사)’으로, 입찰 시 기본적인 제출 서류와 해당 사업을 이행할 수 있는 자질 미달이 문제였다.

 

해당 입찰 건을 담당했던 조달청 관계자는 “서류 미제출의 경우 대부분 공고내용을 상세하게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입찰가격만 제시한 업체들이 많았다. 규격서 평가의 경우도 규격에 맞는 물품 제출을 요구했지만 제출된 물품 상당수가 사전평가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해당 업체들을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더구나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10여 곳 이상이 건설업체, 건물위생관리업체(건물 청소 등), 식기 및 정수기 관리업체, 판촉업체, 가정용 전기기 제조업체 등 마스크, 보호복과는 관련성이 없는 이업종 참가율이 높았다. 

 

실례로 식기 및 정수기 관리업체인 S사는 올해 5월 모 대학교가 발주한 ‘냉·온 정수기 임차 및 유지관리 용역’ 입찰에서 낙찰된 곳이다. 6월에는 모 지역복지센터 내 ‘식기세척기 지원 사업’ 수의계약을 따기도 했다. 물론 의류 제품을 생산하던 업체들 역시도 서류 미제출 등 준비 부족과 방역시장 관련 정보 부족으로 탈락한 업체들도 상당수 있었다.

 

조달청 담당자는 “저희 역시도 서류 심사과정에서 관련 없는 업체들이 입찰에 참가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 때문에 관련 업무나 심사 기간도 상당히 소요되는 비효율적인 업무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오히려 정상적인 절차와 능력을 갖춘 업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비단 방호복뿐일까?

모 마스크 관련 단체의 경우 회원사 상당수가 기계, 금속 등 섬유와는 무관한 업종들로, 섬유소재, 공정, 마케팅에 관해 전혀 지식이 없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백번 양보해 장비 들여와 기계를 돌리면 마스크 생산이 가능하다고 치더라도 이러한 업체들이 조달청 등의 입찰에 까지 참여할 경우 최저입찰제를 악용해 무리한 가격 낮추기로 기존 업체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부산 모 의류수출업체 대표는 “현재 보호복 세트(6종) 입찰을 준비 중이다. 능력과 함량이 미달되는 업체들까지 입찰에 뛰어들면서 조달청도 이러한 업체들을 사전에 선별하기 위해 서류심사 평가 내용을 상당히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국내 생산이 60% 이상, 계약 후 납품까지의 프로세스 및 조업 등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 제출과 별도의 PPT 발표까지 강화되는 모양새다. 조달청 관계자도 함량 미달되는 업체들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들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현장 의료진 “과한 방호복 세트 힘겨워요”

현재 6종에서 4종 세트로 무게와 착용 번거로움 개선 목소리

통풍 안 되는 부직포 대신 새로운 소재 보호복 공급해 달라 요구

 

한편 일반 국민들은 방호복을 입을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 현장의 의료진들은 하루 4시간 연속 근무에 3kg이 넘는 개인보호장비, 통풍도 안 되는 보호복에 지쳐있다. 

 

이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현행 방호복 6종 세트(Level D) 대신 4종 세트로 간소화하고, 통풍이 잘 되고 피부 접촉 시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는 신소재 방호복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통기성과 방수성이 우수한 보호복을 개발한 모 업체 대표는 “최근 대한간호협회에서 보호복 샘플로 몇 벌 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아 전달했다. 간호협회 측에서는 착용 후 통풍이 잘 되고 오랜 시간 착용하기엔 불편함이 없어 아주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의료진들은 통풍도 안 되는 방호복과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매일 고된 업무를 보고 있어 새로운 소재의 방호복에 대해 관심이 많고 빨리 교체되기를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겨울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여름철 방호복을 착용하는 데만 5분여 이상.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통풍성은 제로다. 산업용 소재인 부직포가 방호복 주요 소재로 사용되면서 이 같은 통기·통풍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 대한병원협회도 의료진의 근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검체채취 시 착용 중인 두꺼운 Level D 전신보호복 대신 전신가운 등 ‘4종세트’ 착용을 권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방호복 착용 간소화 의견 등을 참고해 하절기 의료진의 피로도 증가 예방과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4종 세트는 ▲방수성 긴팔 가운(1회용 수술용 가운, 폴리에스터류 또는 펄프 재질) ▲N95마스크(KF94와 동급의 호흡기 보호구) ▲장갑 ▲페이스쉴드(고글 또는 안면보호구)로 구성된다.

세계보건기구도 4종 세트를 권고하고 있다. 덴탈마스크, 가운, 장갑, 페이스 쉴드(얼굴 가리개) 정도다. 대신 시술 시에는 덴탈 마스크 대신 N95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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