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 북한산 PPE 거래로 홍역

북한 노동자 고용된 中 단둥 공장서 납품받아

TIN뉴스 | 기사입력 2020/11/23 [09:08]

인권단체 및 언론, UN 대북 제재 위반 논란 제기

단둥 지역 공장, 1~7월까지 2,100만벌 이상 PPE 생산

값싼 노동력과 외화 벌이로 北·中 간 은밀한 공생관계 지속돼

 

 

영국 정부가 북한 노동자 착취로 생산된 개인 보호복(이하 ‘PPE’)을 조달받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자체 조사에서 영국 정부에 공급하는 중국 PPE공장이 UN 제재를 위반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0일 보도했다.

 

가디언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국 보건사회복지부(DHSC)가 주문한 수십만 벌의 보호복이 중국 단둥의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공장에서 생산됐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미국, 이탈리아, 독일, 남아프리카, 일본, 한국, 필리핀, 미얀마로 PPE를 수출하는 공장에서 북한 노동력이 고용된 증거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들로 단동 공장의 북한 노동자들은 하루에 18시간씩 일하며 휴식도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들은 끊임없이 감시를 받고 있으며, 마음대로 공장을 나올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TBH글로벌(대표 우종완)의 캐주얼 브랜드인 ‘베이직하우스’도 중국 단둥의 북한 공장으로부터 생산된 제품을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했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되면서 UN의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단둥의 PPE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임금의 약 70%를 북한 당국에서 압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납세자들의 돈을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며, UN이 언급한 ‘광범위하고 심각한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이 중국에서 북한 노동자를 이용한 것은 해외 노동자들과 다른 외국 기업으로부터 벌어들인 소득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 중인 UN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매우 긴급한 경우 입찰경쟁 없이 계약을 직접 체결할 수 있는 규정을 이용해 수십억 파운드의 PPE를 발주하는 과정에 투명성과 책임성이 부족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Business & Human Rights Resource Centre의 책임자인 Phil Bloomer는 “정부가 PPE 생산 공급망의 노동자들에게 위험이 있는지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긴급 조달 계약을 통해 서두르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실사 부족은 현대 노예제도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 거리가 먼 정부의 정책이 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착취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북한 노동력과 관련된 PPE 작업복의 선적은 영국 보건사회복지부가 영국에 등록된 상업 디자인 업체인 Unispace Global Ltd.에 수주한 계약 일부였다. 그리고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된 얼마 후 ‘Unispace Health Ltd.’라는 PPE 조달 운영업체를 설립했고, 현재 가장 큰 규모의 PPE 조달 계약업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또한 영국 정부의 PPE 주문은 중국 무역상사를 거쳐 일부는 단둥의 대형 의류공장인 ‘단둥화양섬유의류유한회사(Dandong Huayang Textiles and Garments C., Ltd.)’가 하청을 맡게 됐으며. 이중 일부는 직영공장에 재하청을 맡겼다. 두 공장 모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가디언은 다만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또는 Unispace Global Ltd.가 PPE 공급망에 북한 노동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전했다. Unispace Global Ltd. 역시 조사결과에 대한 가디언 측의 요견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발리(Bali)로 선적된 단둥공장 생산 PPE제품

 

영국으로의 출하량은 북한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단둥공장에서 제조한 PPE의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 4월에는 단둥화양섬유의류유한회사의 특이한 브랜드가 새겨진 박스에 포장된 멸균 작업복 20만벌이 이탈리아 바리(Bari)에 선적됐다. 미국, 독일, 한국, 일본에서도 소량의 주문 내역이 발견됐다.

 

가디언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단둥의 다른 두 공장이 미국과 필리핀 고객을 위해 PPE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 북동부 압록강 유역에 위치한 단둥 의류제조업체는 수년간 북한과 같은 체제 국가의 노동자들을 고용해왔다. 중국 공장은 싼 임금과 말을 잘 듣는 인력을 확보하고 북한 정권은 그 대가로 수백만 달러를 받는 거래를 유지해오고 있다.

 

연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자 단둥 의류제조업체는 생산라인을 의류에서 격리 가운 및 보호복으로 빠르게 전환하게 시작했다. 현재 단둥 지역의 14개 기업이 미국 FDA에 의료보호장비 제품을 등록했다. 가디언이 확인한 정부 및 회사 웹사이트, 각 종 문서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들이 PPE로 전환하는데 지방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북한 재외 노동자에 관한 2권의 책을 저술한 한국의 김승재 작가는 “단둥은 이미 값싼 북한 노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운과 작업복 생산의 세계적인 중심지가 됐다. 가운 제작은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단둥에서는 가장 낮은 비용과 가장 높은 수익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둥 지방정부 웹사이트에는 올해 1~7월까지 지역 내 공장에서 2,100만벌 이상의 PPE가 생산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또한 공장 관계자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월급으로 2,200~2,800위안(240~310파운드)가 지급되지만 북한 관리자들이 이들의 월급을 회수해 북한 당국에 전달하기 때문에 실제 받는 돈은 수백위안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보다는 더 많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빈곤층의 해외 노동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한국학과 Remco Breuker 교수는 “그럼에도 여전히 강제 노동의 한 형태”라며 “노동자들은 일을 거부 또는 그만두지도 자유시간도 사용할 수 없다.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전혀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영국 노동사회복지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공급업체가 최고의 법적, 윤리적 기준을 따르고 모든 정부 계약에 대해 적절한 실사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웅순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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