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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섬업계 “RCEP, 과연 반길 일인가”

화섬업계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 열위…국내 시장 범람” 우려

TIN뉴스 | 기사입력 2020/11/17 [11:15]

해외 생산공장, 원부자재 현지 조달 비중 높아…경제적 효과 미미해

기존 원부자재 조달라인 버리고 가격 높은 한국산으로 전환 현실적으로 불가능

 

 

우리 정부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하 ‘RCEP’) 정식 서명에 대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환영했다. 15일 보도 자료를 통해 “RCEP 서명을 환영하며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신남방을 포함한 아세안, 중국, 오세아니아 시장뿐 아니라 일본시장 접근을 확대할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CEP은 전 세계 GDP 29%, 인구 30%, 교역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 블록으로써 이번 서명을 계기로 섬유패션산업의 교역 및 투자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역내 원산지기준 통일에 따른 FTA 활용도 상승과 원산지 누적에 따른 역내 공급망 강화로 새로운 밸류체인 형성도 기대된다.

 

섬산련 정동창 부회장은 “2019년도 RCEP 체결국들과 한국의 섬유교역은 수출의 56%, 수입의 7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번 RCEP 서명을 계기로 새로운 시장 진입의 기회 창출과 체결국간 역내 교역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섬유패션기업들의 RCEP 협정 활용 및 애로 문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섬유산업 FTA지원센터를 통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RCEP 발효 이후 수출 시장은 확대된다고 하지만 반대로 수입시장이 그만큼 개방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섬유시장의 경우 과거 우리 제품의 품질 우위가 이제는 중국이나 대만과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었고, 일부 제품은 오히려 중국이나 대만이 우리 제품을 앞서고 있다.

 

결국 가격 경쟁력이다.

인도가 여러 회원국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RCEP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과의 품질 열위와 더불어 오랜 기간 對중국 무역 적자로 RCEP을 통한 시장 개방 시 중국산 제품 범람으로 자국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당분간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에서다.

 

우리 역시도 오랜 기간 저가의 중국산 원부자재 및 중간재로 인한 국내 섬유시장이 무너져 왔다.

대표적으로 FDY의 경우 이달 초 한국화학섬유협회가 나서 중국산 FDY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촉구하는 제소를 신청한 상황. 중국산 제품 가격을 감안해 30% 가까운 덤핑 관세율 적용을 업계는 주장했다. 중국과의 FTA 체결로 섬유의 경우 중국산 섬유제품에 대해 8%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산 제품의 가격은 국산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 정부도 섬유업종의 경우 중간재의 경우 저가의 중국산 제품 수입에 따른 국내 중간재 업체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원사, 원단 등 저가의 중국산 원부자재 수입으로 국내 원사․원단 제조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중국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화섬업계는 “이번 RCEP은 우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어 두 팔 들고 환영할 일은 아니다”라는 냉소적인 분위기다. 매년 원사, 원단 등 섬유 원부자재 등 중간재 수입이 수출을 추월하는 무역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한국산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범람이 더 우려된다고도 했다.

 

더구나 이번 RCEP 15개 체결국 중 대다수가 이미 FTA를 체결했고, 주요 동남아국가는 해외 기업들이 해외 생산법인을 가동 중인 곳이다. 해외에서 원부자재를 조달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비중이 높아 사실상 RCEP으로 인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RCEP으로 관세를 내려간다고 해서 기존 조달 라인을 버리고 수입산 대비 가격이 높은 한국산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비현실적이다”라고 지적했다.

 

화섬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에 관세가 없다고 해서 우리가 얼마나 팔 수 있을까 싶다. 일부에서는 일본에 비해 우리가 경쟁력이 높아 일본에 (수출)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일본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 동남아에서 원부자재를 수입해 쓰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한국산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어패럴의 경우 일부 원단의 경우 도레이의 차별화 소재 정도를 사용하고 있을 뿐 동남아 내 생산 공장에서 현지 조달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관세가 사라졌다고 해서 우리가 일본 원사시장을 뺏어올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생지나 직물이 무관세로 국내로 들어오면 대구 산지를 더 죽이는 꼴”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나마 RCEP이라는 다국 간 무역에서의 스파게티 볼에 대한 우려는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스파게티 볼’은 여러 나라가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국가마다 다른 규정과 절차로 인한 혼선으로 무역비용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스파게티를 담은 그릇에 비유한 경제용어다.

이번 RCEP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통합적인 기준 및 절차 마련에 합의했다고 하니 우려는 잠시 내려놓아도 될 듯하다.

 

어찌됐건 8년의 긴 마라톤 협의 끝에 RCEP가 공식발효하게 된 만큼 우리 업계도 충분히 활용한 건 활용하되 동시에 정부와 우리 업계도 예상되는 부정적 원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김성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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