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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군피복류 양산’ 방관하는 방사청

품질보증 제도 허점 악용해 저급 원·부자재 혼용 군 피복류 납품 늘어

TIN뉴스 | 기사입력 2020/11/03 [15:25]

방사청, 군납업체에 자율 품질보증 맡겨…‘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 

품질보증 제도 허점 악용해 저급 원·부자재 혼용 군 피복류 납품 늘어

現 I형 품질보증 제도 지정 품목 줄이고, 현장실사 비중 확대 개선 필요성

품질보증 제도 품목 지정과 관리감독 업무, 분리해 상호 역할 견제 절실

 

  I형 품질보증 형태 지정품목인 ‘하계 운동복 반팔 상의’ <사진설명> (A) 군에 납품된 품질 및 성능저하의 육군 하계 운동복, (B) 정상 품질과 성능이 우수한 하계 운동복 © TIN뉴스

 

I형 품질보증 형태 지정품목인 ‘하계 운동복 반팔 상의’다. 사병들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컬러에 냉감성과 흡한속건 기능을 넣은 고품질 기능성 티셔츠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함량 미달의 저급한 원·부자재로 제조한 티셔츠가 버젓이 군에 납품되고 있다.

 

사진 (A)는 군에 납품된 품질 및 성능저하의 육군 하계 운동복, (B)는 정상 품질과 성능이 우수한 하계 운동복이다.

 

섬유업계 종사자라면 육안으로도 판독이 가능하다. 우선 원단의 부드러움, 냉감성의 시원한 촉감에서 확연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건 바로 날염 처리된 ‘ROKA Republic of Korea Army’를 비교하면 쉽다. 상단은 세탁 후 이염(오염)되어 (날염 처리)하얀색 부분이 어둡게 변해 회색에 가깝다. 반면 하단의 티셔츠는 하얀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품질 및 성능이 저하된 제품임이 드러난다. 특히 하계 운동복에서 중요한 요소인 수분제어특성(MMT) 검사 결과, 2등급으로 흡한속건성 품질기준치(4등급)에 크게 미달됐다. 

 

이처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군 피복류 조달 업무가 조달청으로 이관되면서 곳곳에서 허점들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품질과 성능 저하의 군 피복류(특히 운동복류)를 양산시키고 있는 ‘품질보증형태’다. 

 

군 피복류를 조달하면서 방사청(국방기술품질원)이 군납업체에게 자율적인 품질 보증활동을 맡기면서 일부 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품질과 성능이 떨어지는 군 피복류를 군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방사청에서 요구하는 품질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는 피복 원·부자재 공급업체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최저단가 입찰제 도입으로 군 피복류 납품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마진을 남기기 위해 소위 ‘가격 후려치기’가 만연하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군납을 하지 않던 군소업체들까지 대거 입찰에 끼어들면서 ‘군납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군물자 품질보증형태 비교표  © TIN뉴스

 

가장 큰 문제가 품질보증형태 I형 군 피복류는 별도의 군 관련 검사관에 의한 원·부자재 현장 검사 없이 계약업체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공인시험기관 전 항목 합격성적서만 제출하면 납품할 수 있다는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군 피복류 일부 봉제업체들이 제품 생산은 품질과 성능이 군 품질기준에 못 미치는 저가의 원단으로 생산하고, 공인시험기관 시험의뢰는 품질기준에 부합한 원단을 별도로 준비하여 시험한 후 합격한 성적서를 기품원에 버젓이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초 방사청은 군용물자 품질을 대폭 높이고 계약이행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며 ‘군용물자 조달체계 개선’을 올해 최우선 업무로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손을 놓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군 피복류 조달 업무가 조달청으로 점차 이관되면서부터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방사청에서 계약하는 군 피복류는 기품원에서 품질검사 Ⅲ형(표준품질보증형)으로 품질검사를 진행했으나, 점차 품질보증형태 중 가장 낮은 수준인 ‘Ⅰ형(단순품질보증형)’으로 확대하더니 조달청이관 이후에는 대폭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군 피복류에 적용되는 품질보증형태는 「방위사업청(훈령) 군수품조달관리규정 제609호제98조(품질보증형태의 반영)」에 근거, ▲Ⅰ형(단순품질보증형) ▲Ⅲ형(표준품질보증형) ▲수요군 검사형태 3가지다.

 

‘Ⅰ형’은 공인된 우수품질표시품목, 대량 자동화 전문생산품목 등과 같이 품질이 단순하고 안정된 품목에 적용하고, ‘Ⅲ형’은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통상적인 신뢰성이 요구되는 품목에 적용되며, ‘수요군 검사’는 방사청, 조달청 계약품목 중 계약 조건에 수요군 검사로 명시되어 있는 품목에 적용된다.

 

현장 품질검사 과정이 생략된 Ⅰ형과 달리 Ⅲ형과 수요군 검사는 원·부자재를 기품원 또는 수요군 검사관이 업체를 방문해 무작위로 시료를 채취해 공인시험기관에 의뢰 후 전 항목 합격이 되어야 다음 봉제공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반면 Ⅰ형은 계약업체가 양심껏 자체 품질보증 활동 후 공인시험기관에서 시험하여 전 항목 합격된 성적서를 완제품 납품 3일 전 기품원에 제출하면 끝이다.

 

마음만 먹으면 제출용 공인시험기관 성적서를 별도로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방사청이나 기품원도 이 같은 불공정 행위 실태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현장 검사 인력부족’을 이유로 품질 보증을 강화하기보다는 반대로 완화조치를 취했다. 결국 정부가 저급한 군 피복류 납품 업체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올 초 방사청은 군용물자 품질을 대폭 높이고 계약이행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며 ‘군용물자 조달체계 개선’을 올해 최우선 업무로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손을 놓고 있다. © TIN뉴스

 

원단 혼용 및 시험정적서 조작 만연

기품원‘인력부족’이유로 현장실사 기피

 

대표적인 품질보증 위반 형태는 2가지다. 첫째, 혼용 원단 사용이다. 공인시험기관 의뢰용 원․부자재를 별도로 준비해 공인시험기관에서 합격 후 본 공정에는 품질 및 성능이 떨어지는 저가의 원부자재를 전량 또는 일정비율 혼용 제조해 완제품을 납품하는 사례다.

 

둘째, 군 납품시기가 촉박한 경우 우선 품질 및 성능이 떨어지는 원·부자재를 사용해 피복을 제조하면서 납품 전 공인시험기관 성적서 패스용 원부자재를 준비해(별도 생산, 타 업체원단 구입 등) 공인시험기관에서 합격한 성적서를 기품원에 제출하는 사례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현장검사 없이 성적서 만으로 판단하는 품질보증형태인 ‘Ⅰ형’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다.

 

군납업체 관계자는 “현장 실사 없이 기업에게 자율적으로 품질보증을 맡기다보니 일부 업체들은 마진 욕심에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형태 등으로 편법을 자행하고 있으며, 손해는 고스란히 병사들에게 돌아가고 결과적으로 군 전력의 손실로 이어 진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일부 업체들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정상적인 원·부자재 업체들은 저가의 불공정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상 원·부자재 가격대비 품질 및 성능저하 원·부자재는 평균 30~40% 정도의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봉제업체들은 그만큼 할인된 가격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원·부자재를 사전에 비축 생산해 놓고 실제 판매되는 물량은 40~50%선, 재고 뿐 아니라 정상가격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판매되다보니 만들수록 적자다 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무 부처의 방만한 관리감독과 기업에 대한 자율성 보장이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됐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주무부처는 여전히 인력 부족이라는 원론적인 이유만 반복할 뿐 품질보증에 대한 개선 노력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국방부 및 방사청 훈령에 따라 품질보증 형태 지정 및 관리감독을 기품원이 독점하고 있어 이러한 개선이 더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현재 품질보증형태 지정과 관리감독 기관을 분리해 서로의 역할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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