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술한 환자는 ○○을 먹어야 좋다던데?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TIN뉴스 | 기사입력 2020/07/20 [10:16]

 편하게 생각하자. 수술 환자가 먹어야 할 음식은 환자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임을 꼭 기억하자.  © TIN뉴스

 

 

누군가 “아파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당신과 주변인들에게 측은지심의 대상이 된다. 학생 때 야간 자율학습을 자주 땡땡이치던 노명호 씨의 증언에 의하면, 땡땡이치고 싶어 선생님께 핑계 댈 때도 “피곤해서요” “짜증나서요”라고 말하면 딱밤 한 대 맞았지만, “몸이 아파요”라고 말하는 순간 선생님께서 순순히 조퇴를 허락하셨다고 한다.

 

아픈 사람들의 일부는 병원에 입원한다. 그들에겐 환자라는 새로운 호칭이 부여된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간호사 역시 그들에게 처음 느끼는 감정은 측은지심이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측은지심은 환자의 병을 빨리 진단하고 빨리 수술하고 가능한 빨리 퇴원시키려는 의료인의 노력으로 승화된다. 

 

믿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환자가 입원한 순간부터 의료진은 그들을 가능한 빨리 퇴원시키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한다. 2일 후 CT 검사가 잡혀 있다 해도 “push”라는 비공식 행위를 통해 검사 일정을 앞당겨 주기도 하고 다음 주 수술 일정이 잡혀 있음에도 내일 수술이 하나 취소되면 일정을 당겨 수술해 주기도 한다.

 

대한민국 의료인들이 성실하다며 생색내는 것은 아니다. 의료인들이 환자를 빨리 낫게 하고 빨리 퇴원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픈 사람에게 뭔가 해줘야 한다”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아픈 사람에게 뭔가 해주려는 마음가짐은 의료인만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이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아픈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까워하고 괴로워한다. 이런 마음은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병문안이라는 문화를 만났을 때 나이브하게 드러난다.

 

대한민국에는 병문안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가족이, 지인이 입원했을 때 드는 “아픈 사람에게 뭔가 해줘야 한다”라는 생각의 첫 번째 행동이 ‘얼굴 도장 찍기’인 셈이다. 막상 환자들은 병문안 오는 것을 그리 환영하지 않는다. 씻지도 못하고 얼굴도 부어 있는 상태의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싫기 때문이다. 여자 환자의 경우엔 더 예민하다. 화장 안 한 얼굴, 감지 않은 머리,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얼굴 도장만 후다닥 찍고 5분 만에 가면 좋은데 아픈 사람에게 뭔가 해줘야 한다는 측은지심은 2차 행동으로 나타난다. “왜 입원했어요?” “무슨 수술 받았어요?” “언제 퇴원한대요?” 소개팅에 참석한 처음 만난 남녀가 어색함을 극복하기 위해 하는 호구조사보다 어색한 대화가 흐른다. 

 

환자는 이미 병문안 왔다 간 지인에게 10번 이상 똑같은 답변을 했기 때문에 점점 능수능란하고 간결하게 자신의 상태를 질문자에게 설명하지만 얼굴 표정은 점점 굳어진다. 

 

얼굴 도장 찍기와 현재 상황 브리핑까지 약 10분의 시간이 경과한 상태다. 이제 병문안을 온 소기의 목적도 달성했고 성의 있어 보이는 행동까지 전달한 상태다. 빠이빠이 하면 되는데 여기서 아픈 사람에게 뭔가 해줘야 한다는 마지막 측은지심이 발동한다.

 

그들은 수술 환자가 먹어야 할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친절하게 언급하고 퇴장한다. 아픈 사람에게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화룡점정이다. 편하게 생각하자. 수술 환자가 먹어야 할 음식은 환자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임을 꼭 기억하자.

 

환자에게 해 줄게 없다고 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 전혀 없다. 때로는 무관심이 옳을 때도 있다. 그러니 굳이 병문안을 올 필요도 없고, 혹시 오게 된다 하더라도 5분 안에 가벼운 눈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하고 나오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당신이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더 해 주고 싶다면, 주머니 속에서 폰을 꺼내어 카카오톡이나 토스 앱을 열고 환자에게 5만원이라도 송금하기 바란다. 어떤 병문안보다 어떤 덕담보다 환자는 송금을 가장 고마워할 것이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 TIN뉴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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