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크릴오일, 크릴새우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TIN뉴스 | 기사입력 2020/06/17 [09:48]

 

 인간은 크릴새우를 쫙쫙 눌러 짜서 크릴오일을 얻는다. 크릴오일은 의약품이 아니다.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식재료라면 이미 99% 약으로 개발되어 있다. 식재료는 맛으로만 먹으면 충분하다. © TIN뉴스

 

“뭐? 크릴새우의 기름을 짜서 캡슐로 만들어 파는 걸 사먹는다고?” 듣자마자 웃음이 났다.

크릴새우는 바다에 사는 작은 갑각류다. 1~4cm 크기로 새우젓에 들어가는 젓새우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큰 정도일 것 같다. 새우와 비슷하게 생겨 크릴새우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새우와 다른 품종의 갑각류고 정확한 명칭은 크릴(krill)이다. 전문가가 아니니 편하게 크릴새우라 부르기로 하자.

 

바다 속에선 굉장히 많은 크릴새우가 살고 있다. 약 700조 마리라고 한다.

각종 어류, 펭귄, 고래들이 바다 속의 풍부한 먹잇감인 크릴새우를 먹고 산다. 심지어 바다제비 같은 조류들에게도 크릴새우는 훌륭한 먹잇감이다. 인간도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 멀리 나가 크릴새우를 잡는다. 크릴새우젓을 담가 먹거나 크릴새우구이, 크릴새우튀김을 만들어 먹는 용도로 잡진 않는다. 주로 기름을 얻기 위한 용도로 크릴새우를 잡는다고 한다.

 

충분한 개채를 사냥하거나 포획할 수 있음에도 인간이 먹지 않는 식재료의 대부분은 맛이 없어서다. 아프리카에서 얼룩말, 사자, 악어를 잡아먹지 않는 이유는 고기가 질기고 누린내가 심해서였던 것처럼 인간이 크릴새우를 요리해 먹지 않는 이유도 맛이 없고 비린내가 나서라고 한다. 맛 여부를 떠나 마트에 가면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 일부러 크릴새우를 먹을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인간은 크릴새우를 쫙쫙 눌러 짜서 기름을 얻는다. 크릴오일이다. 생선 기름일 뿐인데 이걸 캡슐에 담아 팔면서 혈관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고 선전한다. 가정주부들은 혈관에 좋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지갑을 연다. 캡슐에 담겨 있으니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몸에도 좋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약이었으면 지갑을 연 보람이 있었을 텐데 아쉽다. 크릴오일은 의약품이 아니다. 의약품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무런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도 건강기능식품이니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릴오일 제품 뒷면 라벨의 식품 유형 항목을 보면 어유(魚油)라고 적혀있다. 즉 크릴오일은 생선 기름으로 허가된 제품이지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된 적이 없는 것이다.

 

캡슐에 담긴 생선기름을 사 먹는 것과 식용유 한 티스푼을 먹는 것과는 큰 차이가 없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크릴오일 캡슐을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사 먹는다. 집에 가서 사모님들께 이따위 제품 쓸데없이 사서 돈 낭비했냐고 화내진 말자. 원래 비싼 돈을 주고 뭔가를 사 먹으면 건강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걸로 만족하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식약처에서는 지난 6월 초 크릴오일 제품 12개 제품에 대해 판매를 중지시켰다. 허용치를 초과하는 물질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크릴오일 캡슐을 먹어 온 사람들에게 건강을 상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당장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받아 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조금 전 다행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번 식약처 판매중지 조치로 인해 사람들이 크릴오일을 더 이상 몸에 좋은 약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어서다. 크릴오일은 생선기름이다. 나쁜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하여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효과도 없는데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을 이유가 없다.

 

만약 당신이 갑각류의 기름이 몸에 좋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갑각류의 기름이 맛있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저녁 중식당에 가서 깐풍 새우, 깐쇼 새우를 사먹거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감바스 알 아히요를 먹으면 된다. 아니면 분식집에 가서 새우튀김을 사 먹어도 된다.

 

말 나온 김에 오늘 점심 메뉴는 새우만두로 정해야겠다. 맛있어서 먹을 뿐이지 새우만두가 몸에 좋다고 생각해서 먹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사족 하나 달고 마무리한다.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식재료라면 이미 99% 약으로 개발되어 있다. 식재료는 맛으로만 먹으면 충분하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 TIN뉴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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