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통 발효食이 건강에 좋다고요?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TIN뉴스 | 기사입력 2020/04/20 [19:06]

 몸에 좋다는 이유로 젖산균 섭취를 위해 김치를 많이 먹는 경우, 김치 안에 들어 있는 나트륨으로 인해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 TIN뉴스

 

“김치는 몸에 좋은 발효 식품이다. 발효 과정에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부터 우리 민족은 김치를 먹어왔다. 김치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음식이자 한민족의 건강을 책임져 온 훌륭한 반찬이다.” 김치 공장 사장님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엄마도 항상 같은 말씀을 반복하신다. 김치를 즐겨 먹지 않는 손자와 밥을 먹을 때마다 몸에 좋은 김치를 왜 먹지 않느냐며 잔소리를 하신다.

 

몇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 우선 우리 조상님들이 몸에 좋은 발효 음식을 먹어 왔다는 것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고 싶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식재료의 유통 기한은 지금보다 터무니없이 짧았다. 최초의 가정용 냉장고는 1911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개발되었다. 그 전까지 수 천 년 동안 인류는 어렵게 얻은 식재료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해 왔다. 식재료를 소금에 절였고, 연기를 쏘이기도 했으며 햇볕에 건조시켜 보관하기도 했다. 때로는 식재료를 가만 놓아두었을 뿐인데 기분 좋은 신맛이 배어나오며 오랫동안 상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 식재료가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 것이다.

 

사실 식재료를 가만히 놓아둔 것은 아니었다. 경험적으로 상하지 않고 발효가 되는 환경에 식재료를 노출시키는 방법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홍어에 짚을 깔고 온도를 맞추어 삭힌 홍어를 만들어 오래 보존하고, 배추를 절여 항아리 뚜껑을 닫아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김치를 발효시키는 방법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식재료를 발효시키는 방법이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기술은 아니었다. 발칸 반도에서는 우유를 발효시켜 요구르트를 만들었고 유럽에서는 치즈를 만들었다. 일본 사람들도 콩을 발효시켜 된장을 만들어 먹었고 동남아 사람들도 발효된 생선을 먹어 왔다.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액체라고 알려진 술도 발효의 결과물이고, 술을 뚜껑을 열어 놓으면 식초가 된다는 사실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음식이 상하는 것과 발효되는 것의 차이를 간단히 구별할 수 있다. 2가지 경우 모두 식재료가 미생물에 오염되는 것인데, 인간이 먹을 수 있으면 발효, 먹을 수 없으면 상했다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상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먹어보라는 뜻은 아니다. 절인 배추에 잡균이 오염되면 상하는 것이고 젖산균(유산균)에 노출되면 젖산발효가 일어나 시큼하면서도 시원한 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젖산발효가 일어난 김치 한 통 안에는 굉장히 많은 젖산균이 들어있다. 젖산균은 몸에 좋은 유익균이므로 김치는 몸에 좋고 건강에 좋은 전통 음식이라는 말은 맞는 말인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몸에 좋다는 이유로 젖산균 섭취를 위해 김치를 많이 먹는 경우, 김치 안에 들어 있는 나트륨으로 인해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젖산균을 섭취하기 위해 다량의 요구르트를 먹는다면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당분 때문에 살이 찌지 결코 건강해지지 않는 이유와 같다.

 

식초가 건강에 좋다고 흔히들 말한다. 음식을 식초에 절여 놓으면 상하지 않고 오래 보존된다. 그래서인지 음식을 상하지 않게 만드는 식초가 우리 몸도 상하지 않게 보존해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심지어 먹기 싫은 식초를 아침마다 한 숟갈씩 물에 타서 먹는다. 설사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이 건강에 좋다 하더라도 식초를 많이 먹으면 식초에 포함된 당분 때문에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역시 발효 음식은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청국장도 발효 식품이다. 청국장 속에 들어 있는 고초균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청국장을 일부러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청국장을 생으로 숟가락으로 떠서 먹어야 한다. 청국장을 끓이는 순간 균은 당연히 죽는다. 두부 잔뜩 넣어 끓인 청국장은 맛으로 먹으면 충분하다. 굳이 건강을 따질 이유가 없다.

 

발효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음식을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음식에 애써 철학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다.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 먹고 사는 게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 TIN뉴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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