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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지속가능성과 친환경만이 희망일까?
기사입력: 2020/01/20 [11:21]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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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이 글로벌 패션시장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소비자의 50%가 친환경 여부를 따져서 옷을 구매하고 있다. 반면 한 명의 소비자로서 내가 국내 패션산업에서 느끼는 체감은 제로에 가깝다.


물론 효성티앤씨의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가방 ‘플리츠마마’가 인기를 끌었다는 뉴스도 봤다. 하지만 스스로나 주변에서 친환경이나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든 의류를 일부로 찾거나 또 사서 입는 사람은 거의 보지는 못했다. 

 

▲ 효성티앤씨의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가방 ‘플리츠마마’     ©TIN뉴스

 
패션과 환경에 관련된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에서 문제 삼은 중국 염색공장에서 버려진 폐수나 독성물질 디톡스 관련 기사나 사진은 지금도 구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PETA 같은 동물보호단체가 주도하는 동물복지, 또는 인권단체가 제기하는 저임금 국가의 노동 관련 문제까지 패션기업들과 관련된 이슈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2011년 휴비스(Huvis)가 개발해 상업화에 나선 땅에 묻으면 썩는 친환경 페트병(PET). 생분해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페트병, 의류, 플라스틱 등의 제품은 기존 폴리에스테르의 우수한 점은 유지하면서 일정조건(온도 55℃, 상대습도 90%, pH 8.5)의 토양에 묻어두면 45주 만에 90%이상 분해된다.   © TIN뉴스

 

지속가능한 생산방식과 리싸이클 소재 등 친환경 관련된 이슈도 과거에 일부 패션기업들이 관심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패션시장을 주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 패션시장 특히 선진국이나 수출과 관련해서는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장해서 예를 들면 앞으로 패션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소재나 페트병을 리싸이클한 폐플라스틱 칩이 아니면 옷을 만들 수 없게 된다. 그 얘기는 소비자들도 원하든 원치 않든 친환경 인증을 받은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든 옷을 입어야 한다는 뜻이다.

 

▲ H&M Sustainable Fashion  © TIN뉴스


그러다보니 그동안 친환경에는 관심도 없어 보이던 명품 브랜드는 물론 패스트패션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SPA 브랜드까지 친환경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주도하는 친환경, 지속가능성은 지구와 인류를 걱정해서 하는 진정성 있는 가치라기보다는 글로벌 패션시장에서의 영향력과 주도권을 갖기 위한 철저한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는 전략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폐플라스틱 칩 관련해서도 이미 몇 년 전부터 몇몇 국내 기업들이 뛰어들었지만 당시 필요로 하는 시장이 없어 접어야 했다.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폐플라스틱 칩이 귀한 몸이 되었다. 단순히 그때보다 환경오염이 심해서일까?

 

 패션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과 소비의 과부화다.  © TIN뉴스


내가 느끼는 패션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과 소비의 과부화다. 옷장에 옷이 넘쳐나고 입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옷도 많다. 90% 세일을 해도 또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옷을 선물로 줘도 안 입을 만큼 재고가 넘쳐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친환경에 대해 관심을 크게 가지고 있지 않던 글로벌 기업들도 이제는 위기감을 느끼며 패션시장을 다시 주도하기 위해 친환경, 지속가능성이라는 카드를 마지못해 집어 들었다고 본다.


문제는 친환경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다. 아무리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들었다고 해도 또 폐플라스틱 칩 같은 리싸이클 소재를 활용해 만든 옷이라 해도 재고가 되거나 입지 않고 버리게 되면 결국 친환경이라는 본질을 잃게 된다. 옷을 만들기 위한 폐플라스틱 칩이 부족해 일부로 페트병 사용량을 늘려야 하는 것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 패션계의 친환경 선두주자인 스텔라 맥카트니는 모피와 가죽, 깃털은 물론이고, 동물에 화학 실험을 한 소재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비건 브랜드를 추구한다. 동물 가죽 재료를 대체하기 위해 버섯 균사체로 만든 섬유를 사용하고, 실크를 대체하기 위해 효모 단백질로 만든 직물을 활용한다.   © TIN뉴스


그런 부분에서 폐플라스틱 칩으로 옷을 만들기 전에 페트병에 대한 소비를 줄이는 게 제대로 된 친환경이고 지속가능성이라 볼 수 있다. 팔리지 않는 옷을 만들지 않고 입지도 않을 옷을 사지 않는 것처럼 결국 옷을 만드는 사람과 입는 사람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왕이면 지속가능한 소재나 폐플라스틱 칩으로 만든 옷을 입는 게 좋겠지만 그런 옷을 입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구의 환경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사람 몇 명 오지도 않은 행사에서 내놓은 비싼 호텔 뷔페 음식들이 손도 대지 않은 채 버려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뒷북치듯 정부정책이 세워지고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패션기업과 인증기관들이 주도하는 드라마에서 엑스트라처럼 세워지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유명 패션기업 CEO가 말한 것처럼 진정한 친환경은 옷을 만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 패션산업에서의 변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친환경이나 지속가능성은 돈이 아닌 가치로 우선되어야 하고 이제는 소비자들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결론은 대한민국 패션산업이 살 수 있는 희망으로 친환경이나 지속가능성 하나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 휘둘리지 말고 그 이상을 앞서나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대한민국 섬유패션기업들이 찾아야 한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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