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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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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능 근무복 ‘인민복 논란은 정치적 해석’
직원 의견 수렴, 전문가 자문, 설문조사 거쳐 최종 선택된 디자인
기사입력: 2019/11/05 [16:33]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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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 10월 18일 오전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궁궐과 왕릉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입게 될 새로운 근무복 패션쇼가 진행되고 있다.  © TIN뉴스

 

 

전통과 현대 조화 위해 한복, 궁궐 담장 같은 한국적 요소 모티브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18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공개한 새로운 근무복 디자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북한 인민복과 유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논란이 정치적 이념 논리로 인한 해석으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고 특히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디자인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피해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궁궐과 왕릉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근무복은 궁능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외형에 관람객과 식별이 되지 않아 개선이 요구되어 왔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4월부터 약 6개월간의 작업 기간을 거쳐 9품목 28종의 새로운 근무복 디자인을 선정해 지난 18일 패션쇼를 통해 8품목 16종을 공개했다.


이중 매수표, 안전관리, 방호직이 입는 동·하복 블레종 4종이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근무복 컬러와 디자인 형태가 “북한 따라 하기 아니냐”며 인민복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이 되자 문화재청은 선정된 근무복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디자인에 기능성과 실용적인 측면까지 고려한 결과물이라며 인민복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강하게 부인했다.


또 실제 디자인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현장 근무자 간담회와 직원 설문조사, 전문가 자문회의, 경복궁 관람객 설문조사를 거치는 등 직원과 전문가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논란이 일자 일부 누리꾼들은 단순히 궁능에서 일하기 때문에 당연히 한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전 관리 같은 정비 작업이나 실내에서 일하는 매수표 근무의 경우 한복을 입었을 때 움직임이 불편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인민복 유사 논란이 된 남색 컬러의 경우 대한민국정부 로고의 태극 문양 색상인 정부청색(남색)을 사용했으며, 선호도조사에서도 근무자 다수가 남색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남색은 도시적인 세련미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전달하며 심리적인 치유 효과가 있어 마음을 안정시키고 창의성을 키워주는 컬러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의복 외에도 다양한 제품의 컬러로 많이 쓰이고 있다.


남색 컬러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인민복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디자인 산업을 무시하면서 오직 이념 논리로 이슈를 만들기에 급급한 정치적 의도가 숨겨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받기 충분하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근무자의 일반업무 형태(방호 안전관리 매수 매표업무 야외 근무 등)의 편의성을 고려해 현대 양복을 기반으로 깔끔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 한복의 동정, 궁궐의 담장 같은 전통적인 이미지를 반영한 궁능 유니폼 디자인 디테일  © TIN뉴스


특히 네크라인의 경우 문제가 된 인민복과는 확연히 다른 디자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인민복 유사 논란과 함께 전통적인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다르게 전통적인 요소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디자이너는 설명하고 있다.


전통적인 요소를 살펴보면 한복의 동정(저고리 깃 위에 덧대어 꾸미는 헝겊 오리)의 샤프함을 모티브로 하여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해 목선을 단아하게 표현했으며, 실용성을 위한 플랩 포켓도 궁궐의 담장 같은 전통적인 이미지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 인민복 색이라고 지적받은 남색도 대한민국 정부 로고의 태극 문양 색상을 사용했다  © TIN뉴스


매수표 근무복의 경우 근무형태가 실내이고 목선과 손동작만이 외부에서 보이는 점을 착안해 소매단을 접어 올렸을 때 궁능유적본부라는 로고와 함께 정부적색(빨강색)을 배색해 관광객들이 매표원의 동작을 쉽게 식별이 가능하도록 업무의 효율성도 높였다.


근무복 디자인을 총괄한 임선옥 디자이너는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이슈화 시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임선옥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달항아리, 한복, 한글 등 한국적인 요소를 모티브로 삼아 의상을 디자인하고 전시회를 통해 한국 패션의 전통과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특히 2014년 소치올림픽 폐막식 예술공연 의상 총괄디렉터로서 한국의 미와 이미지, 전통성 등을 잘 표현하며 한국 패션의 위상과 우수성을 드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한 공로로 2014년 ‘제7회 코리아패션대상’ 국무총리표창, ‘2017 한국 디자이너 패션 어워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0월 18일 궁능유적본부 근무복 패션쇼 리허설에서 의상을 체크하고 있는 임선옥 디자이너  © TIN뉴스

 

 

실용성 강조한 포켓, 남색·적색 사용 이유로 인민복 주장은 억지
보수 정당, 언론 정치적 해석 트집 잡기에 디자인 산업 저해 우려

 

다음은 임선옥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의 패션쇼를 통해 발표하기까지 디자이너인 저뿐만 아니라 패션관련 전문 자문위원, 궁능유적본부, 설문조사에 응했던 참여 관광객 다수 중 누구도 ‘인민복’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며칠 뒤 국감장에서 디자인 전문가도 아닌 보수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단지 컬러와 포켓 디자인과 위치가 일부 유사하다는 이유로 ‘인민복’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그 상황을 보면서 6개월의 노력을 한 순간에 북한 따라 하기 아니냐는 식의 정치적 제물로 만들 수 있다는데 굉장히 놀라웠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자부심과 한국의 전통성에 대해 고민해 온 디자이너로서 심한 역겨움과 불쾌감이 앞섰지만 주변의 조언으로 우선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정치적 이슈화로 논란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의 집요함과 창의성을 존중받아야 할 디자이너가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사례가 만들어지는 것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한복의 소매끝동에 보이는 디테일로서 강렬한 태극의 컬러를 포인트로 적용한 것을 완장을 찬 거 아니냐는 식의 너무나 이념편향적인 프레임이야 말로 글로벌 시각에서도 한참 시대착오적이며 문제제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공격적이며 분열과 싸움을 조장하는데 목적이 있는 억지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궁능유적본부 유니폼의 디자인은 현대를 사는 대한민국인 바로 우리의 모습을 세련되게 담는 것을 컨셉으로 했다. 개량한복 같이 한국적인 요소와 한복의 직접적인 차용이나 근본에 대한 철저한 연구 없이 탄생한 정체불명의 형태는 처음부터 지양했다.”


“인민복 색이라고 논란이 된 남색의 경우도 리서치를 통하여 근무자 다수의 선호색으로 선택됐다. 남색은 한국의 전통적 치마저고리의 남색 치마와 정부상징 태극마크의 중요한 색으로 실제 궁에서 근무를 하는 일반 업무직이 편의성과 일체감을 보여주는 효율을 재고할 때 여러 가지 중요한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단순히 궁 또는 능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로 개량 한복을 입어라는 식의 단편적인 시각도 모질라 모던하고 실용적인 색이며 절제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하고 정부상징 태극마크의 주요색이자 전통적인 남쪽빛을 인민복 색이라는 억지 주장으로 컬러를 바꾸라는 국회의원의 명령식의 지적은 대한민국 크리에이터에게는 치명적인 오욕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소매끝 밑단을 접어 올릴 경우 보이는 디테일로 레드컬러를 포인트로 쓰이는 것 역시 심플한 디자인 가운데서도 디테일의 완성도를 위한 것으로 소매끝을 걷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아름다운 다홍빛 레드 역시 정부마크상징을 반영한 것이다. 다홍빛 레드는 예로부터 곤룡포 등에 활용된 궁궐의 상징색이면서 색을 내기에 어려움이 있는 고귀한 색으로 민간에서도 다홍치마의 색은 너무나 아름답고 입고 싶은 색으로 알려져 있다.”


“목선의 경우 동정깃의 날카로움을 목선에 맞게 단아한 굴림선으로 완성하여 한국하면 떠오르는 단아하다는 키워드에 부합되도록 디자인했다. 궁능유적본부의 근무복 디자인 개발에 앞서 가장 큰 실루엣을 정함에 있어서는 착용 근무자의 업무형태와 주요 연령대를 고려했다.”


“업무형태의 경우 항공사와 근위대 등 멋있게 포즈를 취하는 서비스 직군이 아니라 매표안내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대다수 일반직들이 실용적인 필드에서 근무하는 직종인 것을 고려했으며, 주 연령층 역시 4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중장년층으로서 근무복을 착용하였을 때의 편의성, 기능성은 물론 지속적인 업무 중에도 착용의 흐트러짐 없이 단아한 이미지가 유지될 수 있도록 가장 미니멀한(단순한)형태를 우선적으로 적용했다.”


“이번 논란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디자인을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를 빌미삼아 정치적 논리로 판단하고 이용하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디자인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악의적인 이슈로 활용이 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과 함께 한편으로 분노가 느껴진다.”

 

인민복, 민주주의 혁명인 신해혁명 선구자 ‘쑨원 중산복’이 원조
백범 김구, 박근혜 대통령 입은 디자인… 北 따라하기 논란 무의미

 

한편, 이번 인민복 논란은 단순히 보수 정당과 언론들의 현 정부에 대한 트집 잡기에서 비롯된 논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 온라인커뮤니티나 기사에는 드라마 야인시대에 등장인물 중 하나로 온라인에서 패러디대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심영의 인민복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인민복의 원조는 공산당 지도자가 아닌 신해혁명의 선구자인 중국의 정치가 쑨원(손문, 호 중산)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양복점을 경영하던 황룽성과 함께 일상생활에 편리하도록 만든 중산복이 원조다. © TIN뉴스


하지만 흔히 알고 있는 인민복은 공산당 지도자가 원조가 아닌 1911년 중국의 민주주의 혁명인 신해혁명의 선구자인 중국의 정치가 쑨원(손문, 호 중산)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양복점을 경영하던 황룽성과 함께 일상생활에 편리하도록 만든 중산복이 원조다.


또 일제강점기 당시 중국 땅에서 활동하던 백범 김구,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장군 같은 독립운동가 및 독립군 군인들도 이러한 인민복(중산복)을 입었다.

 

  백범 김구, 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장군 등 독립운동가 및 독립군 군인들도 인민복을 입었다.  © TIN뉴스


사실 당시 제복 디자인은 대동소이 했고, 간소하고 간편한 옷차림을 근대화 정책으로 퍼뜨리다 보니 군복과 비슷한 옷이 그대로 인민복으로 굳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2차 대전 말기 일본도 국민복이라 불린, 인민복과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게 해 꼭 중국, 북한 체제에서만 이런 옷을 입었던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디자인의 경우 상의와 같은 원단으로 만든 바지를 짝지은 슈트로, 웃옷에는 단추 5개와 상부 2개, 하부 2개 총 4개의 주머니가 있고 옷깃을 세워 밀리터리 룩과 비슷하게 디자인되어 유니폼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 이승만 정부 때도 남성들에게 검정색 인민복 형태의 복장을 권장하기도 했으며, 5.16 군사정변 이후 정부를 구성한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생활개선 운동을 이끌게 되는데 이 당시 김종필 중앙정보부 부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재건복도 인민복 디자인과 유사하다.

 

 70년대 김종필 중앙정보부 부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재건복과 새마을복도 인빈복과 유사하다. © TIN뉴스


김종필 본인도 이 옷을 자주 입고 다녔으며, 이 옷을 “공산주의와 대비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옷”이라고 자평했다. 70년대에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재건복은 색상과 디자인을 살짝 바꿔서 새마을복이라는 옷으로 다시 등장한다.


해외 사례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은 사이렌 슈트(Siren suit)를 개조하여 상하의를 봉합한 옷을 입고 다녔다. 인도도 인민복과는 다르지만, 고위 정치가들이 전통복을 서양식으로 약간 개조한 옷을 입고 다녔다.


특히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수상이었던 네루가 주로 즐겨 입었다고 해서 서구권에서는 이를 네루재킷(Nehru Jacket) 또는 네루복(Nehru suit)라고 하며 1960년대 미국에서도 유행했다고 한다.

 

 인도 모디 총리와 모디 자켓을 입은 문재인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의상도 인민복과 유사하다. © TIN뉴스


현재 현직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즐겨 입으며 지난해 10월 모디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인도 전통의상을 한국에서도 쉽게 입을 수 있도록 개량한 모디 자켓의 디자인도 인민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초에는 유니클로에서 인민복을 연상시키는 재킷을 출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재킷을 기획한 디자이너는 “제품을 디자인할 때 절대로 (인민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순전히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유덕화 등 스타들외에도 일반인들도 패션 아이템으로 인민복 스타일의 의상을 즐겨 입는다.  © TIN뉴스


단순하고 촌스러워 보이던 인민복은 최근 현대화된 디자인으로 새롭게 변형되고 있다. 중국(홍콩)에서는 유명 배우 유덕화가 즐겨 입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걸그룹까지 입는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Valentino S/S 2017 Menswear Collection과 PRADA 의상을 입은 중국 배우 위대훈 © TIN뉴스


전통문화와 민주주의 정신에서 출발한 중산복이 여전히 공산당 지도자의 이미지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패션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에서 더 이상 인민복이 단순히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정치적 논란거리가 아닌 실용성을 강조한 밀리터리룩 같은 패션 아이템의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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