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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 섬유패션산업의 선택
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 겸 상허교양대학 학장
기사입력: 2019/10/22 [10:53]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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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이 전 산업 영역에 밀어닥치고 있다. 섬유패션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4차 산업혁명은 벌써 전 세계 섬유패션산업의 지형변화와 새로운 글로벌 패션기업들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환경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섬유패션산업은 이런 엄청난 변화를 우리의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은 과거 한강의 기적의 중심에 있었다. 우리의 근면과 성실을 바탕으로 품질 좋은 섬유와 제품을 세계 시장에 값싸게 공급해왔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서서히 그 규모가 줄어들면서 오늘날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은 미래를 한 치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는 이 거대한 흐름을 어떻게 하면 거스르고 뒤집을 수 있을까? 예전처럼 그저 좀 더 생산성을 향상하고, 좀 더 정보화를 하고, 좀 더 나은 제품만을 만드는 것으로 과연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이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혼연의 힘을 쏟은지 어언 수십 년이 넘었음에도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은 괄목할만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이 세계를 호령할 수 있을 것인가?


흔히 과거는 미래의 초석이라고들 한다. 우리는 과거를 되짚어 보면서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듯하다. 아래의 그림에 각 산업혁명의 개념과 변화, 그리고 글로벌 섬유패션 기업들을 보이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엄마’가 자녀들의 수요에 따라 최적의 옷을 만들어 주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 한국 섬유패션산업의 선택 - 각 산업혁명의 개념과 변화  © TIN뉴스

 

1차 산업혁명은 동력을 가진 ‘기계’가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중을 위한 기성복을 만들어 주는 기업이 등장하며, 공급자가 주도하는 시대로 전환되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방직, 염색, 봉제 등 섬유산업이 발전하고, Chanel, Louis Vuitton 등 고급 패션 브랜드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되어  옷은 비로소 사고 팔 수 있는 산업 아이템이 되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가 공급되는 ‘전기기계’가 옷을 대량으로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기업은 과잉 생산된 기성복 판매를 위해 수많은 브랜드를 만들고, 각종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실시하였다. 이 시기에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DuPont, GoreTex 같은 거대 화학섬유소재 기업을 필두로 Gap, Benetton, Nike 등 패션 및 스포츠·의류 브랜드들이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으로 컴퓨터, 인터넷 등이 연결된 ‘자동화 기계’가 기성복을 만들어 주는 시기이다. 이때 등장한 ZARA, H&M 등 패션기업들은 소위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며 짧은 주기로 다양한 디자인의 기성복을 전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기성복 브랜드들을 뛰어넘어 글로벌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공룡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실제 ZARA는 당시 패션의 2등 국가에 불과했던 스페인에서, H&M은 인구가 1,000만 명도 안 되는 스웨덴에서 탄생한 신생 패션기업에 불과하였다.


이렇듯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은 매번 섬유패션산업 지형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며 새로운 주인을 탄생시키곤 했다. 이런 글로벌 패션기업들은 각각 연매출 수 십 조원 수준으로, 거의 국내 섬유패션시장 규모와 맞먹는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은 당시 큰 변화의 흐름을 읽고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들을 시도해 이룩해냈다는 것이다.


타 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개념과 도전정신으로 당시 기존의 거대 공룡 기업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한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맞춤 조립형 PC 하나로 당시 IBM을 넘어선 Dell, 온라인 상거래로 Walmart를 제친 Amazon, 주택공유 모델로 주택을 한 채도 갖지 않고도 Hilton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AirBnB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의 섬유패션산업에도 그들의 성공 방정식을 적용해야 한다. 전보다 좀 더 나은 것만으로는 우리의 상태를 유지하게 할지는 몰라도 세계를 호령할 수 없다. 지난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엄청난 성장을 일군 우리가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주역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을 돕는 조력자였을 뿐이었다.

 

이제는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프레임과 그동안 우리의 경쟁력이었던 핵심 동력을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그동안 쌓아놓았던 조력자로서의 경쟁력을 전부 다 내려놓을 필요는 없겠지만, 조력자 역할만으로는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을 되살리기는 너무도 버겁다.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의 발달로 산업혁명 이전의 ‘엄마’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수요자인 자식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맞춤복을 만들어 주었던 ‘엄마’의 기능, 역할 등을 수행하는 스마트한 ‘엄마기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엄마기계’로 무장한 새로운 글로벌 섬유패션 기업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또한 기존의 기업과는 차별화된 수요자 중심형 세상을 떠받드는 수많은 개인 스타트업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 2007년 창업해서 WalMart에 3.1억불에 인수된 온라인 맞춤복 전문업체인 <Bonobos> 출처 https://econsultancy.com/four-digital-commerce-lessons-from-fashion-retailer-bonobos © TIN뉴스

 

 2017년 나스닥에 상장한 고객 인공지능 추천형 패션 쇼핑몰인 <Stitch Fix> 출처 https://www.workitwomen.com/how-stitch-fix-will-change-your-life © TIN뉴스

 

2007년 창업해서 WalMart에 3.1억불에 인수된 온라인 맞춤복 전문업체인 Bonobos(美), 2011년 창업한 후 2017년 나스닥에 상장한 고객 인공지능 추천형 패션 쇼핑몰인 Stitch Fix(美) 등 이미 이런 개념의 신생 기업들이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수요자가 원하는 단 한 개의 섬유소재와 옷도 만들어 팔 수 있어야 한다. 개개인의 디자인과 섬유소재, 생산시스템을 공유해야하고, 디지털 콘텐츠와 미디어와도 융합해야 한다. 또한 바이어 거래 중심 방식에서 오픈 플랫폼 기반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제품은 더 이상 수요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야 한다. 이미 수도 없이 연구개발에 성공한 새로운 섬유소재와 제품, 서비스들은 우리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선보여야 한다. 기업은 고위험 고수익형 사업모델로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수서양단(首鼠兩端)’이란 한자성어가 있다. 굴속에서 목을 내민 쥐가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형국을 일컫는 말이다. 굴을 나가지 않으면 한동안 버틸지는 몰라도 결국 버티다 죽는다. 굴 밖에는 뱀이나 고양이들이 우글거린다. 그래도 나가야 먹을 것이 있다.

 

다만 굴 밖으로 나간다 해도 우물쭈물하다가 막판에 나간다면 미리 나간 쥐들이 다 먹고 남긴 찌꺼기들만이 있을 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엄청난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우리는 이제 굴 밖으로 과감히 나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이 살 길이 있다.

 

 

▲ 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

 

 

 

 

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 겸
상허교양대학 학장
한국의류산업학회 회장
ISO 섬유물리 및 환경시험 분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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