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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순환 패션을 지향하며
[기고] 순환 패션을 지향하며
이유리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 / 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기사입력: 2018/11/02 [11:18]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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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 2016년부터 시작한 글로벌 패션 아젠다(Global Fashion Agenda) 포럼에서는 SAC를 포함한 세계 유수 섬유의류 정상들이 모여 순환 패션에 동참하고 평가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힉지수를 변형 개발한 펄스 점수(Pulse Score)를 소개하고 있다.  © TIN뉴스

 

 

섬유의류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많이 강조되어 무감각할 정도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반드시 잘 실천하고 있다는 것은 아님에도 이제 지속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가, 최근 ‘순환경제’라는 개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조금씩 알아갈수록 지속가능성과의 연관성도 느껴지고 차별적 강조점도 발견된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이라고 경제사전은 정의를 내리고 있다.

 

‘순환’이라는 말이 언급하듯, ‘자원채취(take)-대량생산(make)-폐기(dispose)’와 같이 선형적 업계의 관행을 거부한다는 의지가 담긴 용어이다.

 

2010년부터 공식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앨런 맥아더 재단에 의하면 순환 경제란 의도적으로 회복력을 지향하는 산업경제로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의지하는 것을 목표로 독성 화학 물질을 최소로 사용하고 추적하고 제거하며, 신중한 디자인을 통해 낭비를 없앨 것을 주장한다.

 

즉, 순환패션이란 디자인되고, 공급되고,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공급망 전 과정에서, 최대한 귀중한 형태로 가능한 한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순환되고 사용되도록 의도된 의류, 신발 또는 액세서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인간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때 생태계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을 것을 전제로 한다.

 

순환 패션을 실천하는 핵심 요소는 섬유의류산업에서 이루어지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는 것이다.

 

섬유의류 제품의 재료확보, 생산, 사용,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수자원이나 화학자원 고갈 문제,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의 존엄성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나 많은 기관에서 발표한 바 있으므로 우울한 이야기는 더 이상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s)이 개발한 힉지수(Higg Index)   © TIN뉴스

 

이 같은 책망 섞인 시선에 대응하여 이미 섬유의류업계에는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s)이 개발한 힉지수(Higg Index)를 활용하여 선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업이 다수 존재한다.

 

2016년부터 시작한 글로벌 패션 아젠다(Global Fashion Agenda) 포럼에서는 SAC를 포함한 세계 유수 섬유의류 정상들이 모여 순환 패션에 동참하고 평가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힉지수를 변형 개발한 펄스 점수(Pulse Score)를 소개하고 있다.

 

코펜하겐에서 패션 정상들이 모여 논의한 순환 패션 패러다임 확산에 대한 의견, 특히 재사용, 재활용의 문제에 필자는 주목하고 싶다.

 

우리가 평소 옷을 처분하는 방식을 돌이켜 보자. 소비자로서, 그리고 브랜드나 매장 운영자로서, 안 입는 옷, 팔지 못한 옷을 어떻게 내 눈에서 안보이게 하는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 의류의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폐의류의 수거를 용이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거된 폐의류들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순환고리에 적극 투입시킬 필요가 있다.  © TIN뉴스

 

우선, 헌옷수거함을 이용하여 버리는 것도 안 버리는 것도 아닌 애매한 처분을 한다. 제 3세계에 기부라는 명목으로 팔지 못한 옷을 폐기 아닌 폐기를 하기도 한다. 재사용, 재활용을 목적으로 여러 가지 경로를 마련하는 노력이 시행되고 있지만 통계에 의하면 80% 이상의 수거분이 매립이나 소각된다고 한다.

 

음식물이나 생명을 다한 동식물들은 매장을 통해서 소각을 통해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우리는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섬유의류제품이 소각되거나 매장되는 경우 생태학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새로운 순환 고리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최근의 발전된 기술로 인해 섬유소재들의 생분해성이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사회적, 환경적으로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시원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를 정리해 보면 첫째, 재료의 순환성을 높이라는 것인데, 재료가 모두 천연일 수도 없고, 천연인 것이 모두 친환경적이거나 지속가능하지만도 않다는 연구도 있는 만큼, 전체 제품 생명 주기를 고려하여 재료를 신중하게 선택하자는 것으로 필자는 돌려 말하고 싶다.

 

섬유재료제조업자와 브랜드 간에 긴밀히 협력하여 가공 단계에서 일어나는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처리 단계에서 오염을 최소화하는 효율성 프로그램을 구현하고 이러한 공급망 관리의 투명성을 최대한 제고해야 한다.

 

둘째, 의류제품을 디자인함에 있어 순환성을 고려한 설계를 하라는 것이다. 심미성, 상징성, 경제성, 내구성 등 대표적인 의류 속성에 더불어 순환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수선이 용이하게, 폐기 시 물리적 해체가 쉽도록, 해체된 부분과 부분의 재결합이 쉽도록 하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즉, ‘분해를 위한 설계’가 순환 경제 디자인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서비스, 마케팅 면에서의 순환성을 제고해야 한다. 의류제품을 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고객의 수선 요청을 쉽게 수령하거나 스스로 수선할 수 있는 수리 키트를 제공하거나, 맞춤형의 주문을 장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후 수거를 용이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거된 폐의류들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순환고리에 적극 투입시킬 필요가 있다.

 

순환 모델을 연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직물 수집과 재활용에 대한 규제, 물류, 기술 및 경제적 문제로 인해 진행 속도가 더디다. 순환 패션 시스템을 현실화하여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솔루션과 인프라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2016년 11월 전 세계 190여 개 국가가 모여 맺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선진국뿐 아니라 저개발국들도 모두 참여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 TIN뉴스

 

파리협정으로 알려진 기후협약에 의하면 전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가 온실가스를 앞으로 5년 사이에 가시적으로 감축하겠다고 서약하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020년까지 30%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고 있다.

 

우리 섬유의류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과 시장을 확보한 네트워크 산업의 선두주자이며 동시에 국내 제조업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4%를 책임진 주체로서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이미 섬유의류업계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계획으로 인해 대해 수반될 설비투자 등의 부담으로 감축에 대한 이견을 표시하고 있고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참신하면서도 의미 있는 시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기방사 기술을 활용하여 버려진 플라스틱 병을 용용하여 의류소재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이 있는가 하면, 버려진 면섬유 잔여분을 해체하여 재생펄프로 변환하여 새로운 의류소재로 재활용하는 대규모 섬유기업도 있다.

 

오렌지나 포도, 천연 콜라겐 등으로 실크나 가죽과 같은 질감의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럭셔리 브랜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와 같은 공유경제 개념이 패션 리테일링, 서비스, 마케팅에 적극 도입되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 같은 섬유화학기술의 발전이나 경영상의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등장 외에도 4차 산업 혁명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통신의 발전이 패션산업에 순환 패션 확산에 기여한다는 관점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패션 산업에서 경험하게 될 파괴적 혁신의 내용을 세 가지로 정리한 보고에 따르면 ‘즉석 패션의 시대’, ‘패션이 서비스가 되는 시대’, ‘스마트 패션의 시대’로 요약할 수 있다. 즉석패션이란 생산, 유통 시스템에서의 혁신을 전제로 하고 패스트 패션보다는 시간 개념에서의 훨씬 더 진보된 혁신이다.

 

▲ 이제는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여 사진 촬영하면 스마트폰 상에서 디지털 착용이 가능하다.    © TIN뉴스

 

핀터레스트(pinterest)에서, 혹은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여 사진 촬영하면 스마트폰 상에서 디지털 착용이 가능하고 챗봇을 이용하여 주문한다. 그러면 가까운 리테일 매장에서 3D 프린팅을 비롯한 즉석생산 시스템을 이용하여 생산한 것을 소비자가 직접 픽업하게 하거나, 혹은 생산자가 드론을 이용하여 배송을 해 주는 시대를 예상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패션이 서비스가 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패션산업이 옷이라는 유형의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와 거래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온 산업이었지만 옷의 생산보다는 옷을 사용하고 폐기하는 과정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수익모델의 중심에 둘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되면서 일부 성공 사례를 국내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 번째로 스마트 패션의 시대는 이미 스마트 텍스타일이나 웨어러블 컴퓨터와 같은 연구를 통해 친숙하다. 특히 소재의 혁신으로 한 가지 소재로 다양한 색상의 변형이 가능하다든가, 여러 가지 무늬의 프린트, 패턴을 구현할 수 있다면 한 벌로 여러 벌을 구매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스타일링은 무제한이며 궁극의 실시간 개인화를 구현하여 소비자의 만족도 증가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통신기술의 접목을 통해 패션산업 전반에 물리적 생산량을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섬유의류산업의 경우 지속가능성이나 사회적, 환경적 영향력에 대한 시대적 요구의 긴박함을 얼마나 절실하게 감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의식조차도 긴박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상당한 재정적 투자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며, 그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것이 당연하다. 또한 당위성에 공감하고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려는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지원이 미비하여 동기유발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규제로 인해 재사용, 재활용 실천이 방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에 의한 숙제라는 수동적 자세보다도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는 도전의식이 필요할 때이다. 업계의 의견 선도자들, 전문가들이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관련 업계와 소비자의 의식을 전환하는 데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 이유리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 / 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 TIN뉴스



 

 

 

이유리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

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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