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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업계는 지금
‘서울봉제인의 오랜 숙원’ 시동 건다
“산업역군이라고, 남은 건 병든 몸뚱이 뿐”
기사입력: 2018/09/03 [09:14]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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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매일 9시간 미싱 돌려 손에 쥐는 건 일당 6만5천원

화섬식품노조 주축 8개 단체 창립 작업 착수

 


30년 가까이 영세한 봉제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강명자씨.  

이 업체는 기타 영세봉제공장과 달리 대기업 백화점에 소량 납품하는 고가 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다. 상황은 나을 듯 하지만. 강 씨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별 반 차이가 없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도 강 씨에겐 남의 일이다. 

 

강 씨는 “사장님에게 최저임금을 이야기했다가 우리 회사 망할 일 있냐. 정 올려 받고 싶으면 직접 대기업 찾아가서 가공단가 좀 올려달라고 부탁하라”는 핀잔만 들었다. 여기에 최근 객공 수요가 늘면서 봉제인력사무소에서 임금을 책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 씨는 “과거 70,80년대 우리 선배 미싱공들은 산업 역군이라고 나라가 떠들썩하게 띄어졌지만 지금 남은 건 병든 몸뚱이뿐이다.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7시까지 9시간 일하고 받는 돈 일당 6만5천원이다. 몇 십 년이 지났지만 봉제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저임금에 장시간 근로, 4대 보험은 고사하고 수당도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소리를 들어주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이러한 노조 가입이나 관련 정보들을 알 수 있는 방법이나 창구가 없다. 우선 지역단위마다 이러한 정보들을 알려 줄 수 있는 센터나 사무실이라도 마련해 많은 봉제 노동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11월 서울봉제노동조합 및 내년 5월 봉제공제회 설립 

봉제노조, 창립 후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지회로 편입

서울봉제노동자 90%, 10인 미만 사업장…열약한 환경 개선 급선무

 

서울 봉제노동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봉제노동조합’(이하 봉제노조)과 ‘봉제공제회’ 창립 작업이 본격화된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2018 봉제공동사업단’은 오는 11월 27일 ‘서울봉제노동조합’ 창립을 시작으로 내년 5월 1일 메이데이를 기점으로 봉제공제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2018 봉제공동사업단은 전태일재단, 서울노동권익센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동부비정규직센터, 성북구노동권익센터 구로구근로자복지센터,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노동자마을카페봄봄, 일과건강 등 총 9개 단체를 주축으로 구성됐다.

 

노동조합과 봉제공제회 창립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난 29일 서울시 서소문청사 2동 대회의실에서 ‘9만 서울 봉제인 노동조합 창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봉제인들의 의견 수렴과 정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연구원 김묵한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봉제산업은 서울시 4대 도심제조업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역의 9만명의 봉제 노동자의 90% 이상은 10인 이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장시간의 노동과 객공, 가족노동, 노령화라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시 제조업 비중은 10% 미만, 이 중 의복 관련 업체가 24.9%, 종사자가 32.2%를 차지하고 있다. 감소세를 그리던 봉제 사업체 수가 2015년 이후 증가했지만 오히려 종사자 수는 감소하거나 미미하다. 이는 사업체가 파편화됐음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인프라와 신기술 도입이 필요하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노동집약적이며 좁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봉제 노동자들을 위한 공동작업장 등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이번 봉제노조 설립의 주축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김학진 정책국장은 “봉제업의 경우 노동자들과 영세사업자와의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영세사업자를 포함한 조직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국장에 따르면 현재 건설노조와 화물노조가 사업주가 노조로 참여하는 조직구성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건설노조의 경우 소위 ‘오야지(십장)’로 불리는 이들이 수십 명의 일용직 건설 노동자를 팀으로 꾸려 건설 현장에서 시공사 측과의 직접적인 임금 협상 키를 쥐고 있다. 

 

영세 봉제업체도 이러한 건설노조 형태를 벤치마킹해 영세사업자와 노동자의 노조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 아울러 4대 보험 등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조설립과 함께 정책적 지원방안으로 공제회 설립 계획도 밝혔다. 가칭 봉제공제회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제 사업이다. 노조 내 별도 기구로 운영해 조합원들의 보험 역할을 한다는 것이 김 정책국장의 설명이다.

 

화섬식품노조는 기존의 노조의 교섭단체 조직 운영 방식은 봉제산업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김 정책국장은 “기존의 노조는 임금 협상의 대상인 사업체들이 지급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이다. 하지만 봉제업의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요구해도 지불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교섭단체 조직으로는 운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봉제노조 운영 방식은 기존 노조와는 차별성을 띤다.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전국의 봉제 노동자 중 서울 종사자가 60%를 차지한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노동조합 조직률은 1% 미만이다. 

 

화섬식품노조가 봉제노조 결성 과정에서 공정단가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김 정책국장은 “봉제의 경우 특이한 요구사항 중 하나가 공정단가였다. 대부분의 영세사업자들과 노동자들이 낮은 공정단가 때문에 임금이나 복지 개선의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면서 “이 부분이 향후 노조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질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청취 차 참석한 30년 이상 봉제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렸다는 A씨는 “25만원짜리 옷을 우리에겐 7000원에 만들어내라고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비책이 봉제공제회 설립이다.

 

봉제사업단은 봉제노조가 설립되면 화섬식품노조 산하의 지회를 편입되고, 이후 내년 5월 1일 설립 예정인 봉제공제회는 봉제노조 내 별도기구로 운영,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산하에 공제회를 별도 기구로 운영하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다.

앞서 설명하듯 영세사업자의 지불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노조만으로는 열악한 환경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조합원들의 경제적인 보탬이 되겠다는 것이 설립 이유다.

 

봉제공제회는 공제 혜택 제공, 건강/생활지원프로그램, 공제기금 관리를 목적으로 주거, 건강(의료), 금융상담, 교육상담, 심리상담, 상조, 취업 등 생활의 기본 서비스 온라인플랫폼을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유통마케팅 전문기업, 주민공동체 및 사회적 경제를 연계할 수 있도록 봉제유통협동조합을 설립할 계획이다.

 

화섬식품노조 측은 “기본적으로 처우개선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지향한다. 동시에 자주적 상호부조, 평생교육, 지역사회연대, 사회적 대화와 협약 등도 병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대훈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센터장은 “초기에 가입자들에게 실효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공제회 사업을 개발하고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조언했다.

 

반대로 노조 설립에 대한 의구심들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노조 이야기만 꺼내도 빨갱이로 몰리던 시절도 있었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지금도 노조 설립이 쉽지는 않고, 과연 몇몇 단체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노조가 우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정책토론회에는 봉제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 9곳의 관계자들 대부분이 참석했다. 실제 현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봉제노동자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현실적으로 일하다말고 토론회에 갈 수도 없고, 간다며 보내줄 수 있는 사업주도 없다.

 

봉제사업단 관계자는 “사실 오늘 이 자리에는 많은 영세사업자분들을 초청하려 했다. 한 분을 어렵게 모셨지만 잠시 머물다 가버리셨다”고 전했다.

 

영세사업자들에게 이런 자리는 솔직히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처우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자인 동시에 노동자와 함께 노조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도 부담스럽다. 무엇보다도 사업자가 노조에 참여한다는 것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봉제노조에게는 영세사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봉제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제사업 등과 이를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책마련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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