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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지금은 통상무역 시대
“소재 아이템 매칭만 잘 해도 잠재력은 무한대”
섬유산업 사양산업 치부 안타깝다
기사입력: 2018/08/20 [23:55]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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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 “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국내 섬유산업과 주력 수출업종 반석 위로 올려놓았던 수많은 상사맨들은 IMF 이후 굴지의 섬유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사업이 축소되면서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 “혹자들은 섬유산업이 사양 산업이라고 폄하하지만 여전히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

 


굴지의 섬유상사 퇴직 후 34년 간 해외시장을 두루 체험하며 최근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섬유수출입조합에서 회원사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 황창익 연구위원의 속내다.

 

황 위원은 처음 제의를 받고 회원사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게 해외시장 마케팅과 영업이니 내 역할을 해보자 싶어’ 수락했고, 섬유센터 지하에 마련된 사무실을 거처로 주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회원사(섬유수출기업)들의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황 위원은 우선 무역상사 퇴사자 중 창업을 계획 중이거나 해외 마케팅 경력자들을 영입해 이들의 경험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주는 동시에 섬수조가 지원하고 있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 희망업체들의 아이템 선정 및 마케팅 지원이 주된 업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의 격언처럼 “내가 무엇을 잘 팔 수 있는지? 어떤 아이템이 강점인지조차 모르면서 무작정 해외 시장에 나가겠다며 덤비는 업체들을 보면 안타깝다. 더구나 물건을 팔려는 곳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알려는 노력 없이 몇 수십 개 샘플만 들고 들이댄다면 실패는 불 보듯하다.” 

 

황 연구위원은 “해외 전시회에 나가서 바이어를 만나는 것만큼 좋은 에이전트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에이전트가 아이템을 가지고 시장을 개척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좋은 에이전트들과 비즈니스를 해봤던 경험을 되돌아볼 때 아직도 물량 캐파 걱정하며 장사하는 업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도하는 기업이 없다”

“상사맨의 패기는 어디로 갔나?”

 

▲ tvn 드라마<미생>의 주인공 배우 강소라와 대우인터내셔날 직원들     © TIN뉴스


2014년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미생>은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인 ‘원인터내셔널’을 무대로 직장인들의 생활상을 담아내며 인기를 모았다. 특히 극중 배경인 원 인터내셔널은 업무에 국경의 장벽이 없고, 항상 긴박하게 돌아가는 종합무역상사라는 업종 특성이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섬유 전문무역상사는 섬유산업의 역사와 그 운명을 같이 했다.

1990대 중반 IMF 위기는 갑을, 동국, 선경, 효성, 한일, 코오롱 등 국내 섬유를 발판으로 성장한 대기업 집단의 핵심이었다. 특히 수직적 생산체계를 구축하며 일사분란함 속에 1000억달러 단일 업종 수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아올린 일등공신들이었다.

 

당시에는 전 세계 곳곳에 해외지사를 두며 적극적인 시장개척이 가능했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 외에도 삼성, 대우 등도 남미, 동구권 등 곳곳을 뛰어다녔다. 동시에 이들에게 수출 대행 업무를 위탁한 업체들도 하나라도 더 팔아보겠다 적극성을 띠었다.

 

황 위원은 “당시 해외 출장 갈 때마다 수출업체 담당자들이 대여섯 개씩 소재나 원단 샘플을 꾹꾹 늘러 담은 캐리어를 쥐어주며 꼭 가져가 갈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열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고작 2~3개 캐리어에 샘플을 넣어주면서 부질없는 희망을 갖는다”

당시 일본의 상사들은 맨발에 익숙한 아프리카 부족들에게 신발을 팔아보겠다며 뛰어들었고, 이는 일본 상사들의 성공의 발판이었다. 

 

한국섬유수출입조합의 무역전문가 양성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황 위원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신경 덜 쓰고 편한 직장, 높은 급여를 주는 직장을 선호한다. 편한 것만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과거 상사맨들과 기백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젊은 인재들이 줄면서 그 명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은 “무역은 창조적인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무역이다. 우리처럼 자본과 자원 없는 국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무역이다.”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

황 연구위원이 30여년 흐른 지금 가장 아쉬운 건 무역상사의 부재와 KOTRA의 역할 부분이다. 무역 관련 전문 인력이 부재했던 시절, 대학에 무역학과가 갓 개설되면서 졸업생들은 무역상사 취업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 일선에 섰다. 

 

정부의 강력한 무역 드라이브 정책을 등에 업은 무역상사들은 국내 수출업체들로부터 대행료를 받고 수출 대행 업무로 승승장구했다. 

이와 함께 1962년 대한무역진흥공사법에 따라 무역진흥 업무를 전담하는 상공부(現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투자기관으로 출발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現 KOTRA)는 해외에 지사를 설치하고 해외지사장들을 통해 국내 수출업체들의 시장 개척을 지원했다. 해외 지사장들은 자신이 알고 지내던 바이어를 기업에게 연결해주고 관련 시장 정보를 취합해 제공하는 업무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역할을 할 만한 상사나 단체가 부재하다.

IMF 여파로 국내 섬유 대기업들은 도산하거나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섬유 관련 무역상사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KOTRA 역시 지금은 6본사 32실 3센터, 해외 10개 지역본부와 127개 해외 무역관(86개국)을 거느리는 거대한 단체가 되면서 사실상 공무원화되버렸다. 과거 무역상사와 함께 해외 시장 개척 최일선에서 땀 흘리며 뛰었던 그들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유망 내수기업 간 간접수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문무역상사제도’를 도입하고, 총 162개 기업을 선정했다. 이중 섬유 관련 전문무역상사는 세아상역 등 총 8개사다.

 

전문무역상사는 △전년도 수출실적 또는 직전 3개 연도 연평균 수출실적 100만달러 이상 △타사 중소·중견제품 수출비중 30% 이상으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년간 전문무역상사 자격이 유지된다. 

 

“섬유업계에 진정한 리더가 없다”

자기 기업 챙기기 바빠 뒤돌아볼 여유 없어

 

“섬유업계에 진정한 리더가 없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방대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섬유산업에 대한 단기, 중장기 정책이나 플랜이 없다. 

 

반도체만 부가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돈이 되는 탄소섬유만 매달려 보지만 일본 도레이가 이미 전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탄소섬유를 개발하되 전도성 섬유로 특화한다면 시장 가능성은 무한해 보인다. 동시에 소재와 원천에 대한 지원 없이는 어렵다.

다들 섬유가 사양 산업, 3D산업,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이라고 생각하던 시기. 당시 우선순위는 중화학, 조선, 전자, 반도체였다. 

 

섬유가 단순하게 경공업으로만 끝나는 산업은 아니다. 4차 산업 혁명의 영업핵심은 ‘라이프스타일을 팔아라’다. 결국은 융복합이다. 시너지 효과는 융복합에서 나온다.

 

산업과 산업이 어떻게 결합하느냐. 과거 섬유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 섬유기계산업이 발전했다. 독일이 여전히 섬유산업 선진국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도 이곳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섬유산업도 이러한 모델을 쫓아가야 한다. 여기와 함께 섬유패션 선진국 이탈리아. 우리나라와 인구, 면적 등이 비슷하다. 우리는 왜 배우지를 못할까?

우리만의 브랜드를 키우지 못하는 이유다.

또 우리 섬유의 위치도 불분명하다. 중국처럼 버전 마켓 물량을 가진 것도 아니고,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처럼 하이엔드 퀼리티도 아닌데 오히려 가격만 높다는 말만 듣는다.

 

그렇다면 해답은 특화다.

즉 바이어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특화 아이템 발굴이다.

바이어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아이템은 고작 10분 1도 안 된다. 그렇다면 그 선택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만큼 아이템 수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업체들은 시간과 비용을 이유로 망설인다. 과거 샘플 가방만 3~4개씩 싸들고 바이어들에게 찾아다녔던 것과 달리 지금은 “이게 우리 회사 주력 아이템인데 30개 정도면 충분하겠죠”라는 반문에 의지가 꺾인다.

 

또 정작 수출을 하고 싶어도 로컬 영업체계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생지 가공부터 아이템 선정, 컬렉션 준비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아낌없이 투자하라. 신규 시장과 바이어를 개척하는데 투자에 인색하면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

당장 오더를 받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아이템을 제시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같은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다면 어떠한 마케터나 전문가가 지원하더라도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섬수조가 지원하고 있는 무역전문가 양성과정 만큼 이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해외 시장에서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은 KOTRA의 몫이다.

 

다만 공무원화된 KOTRA의 새로운 역할 변화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 우리 정부의 수출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금부터 25~30년 전 우리나라에서 대미 쿼터가 모자라서 캐나다로 우회수출을 하다 13개 무역상사가 적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일본의 무역상사들도 2년 간 우회수출을 하다 미국에 적발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적극 방어에 나섰던 반면 우리나라 상사들은 정부의 수수방관 속에 모두 패널티를 받고 2년간 대미 수출 규제를 받았다.

 

그만큼 수출 의지가 있느냐의 차이인데 이는 정부가 그런 역할을 얼마만큼 충실하게 하느냐다. 당시 정부는 “일부 기업들이 편법을 써가며 무리수를 두었다”고 생각했던 반면 일본은 “해외 개척을 위해 발버둥을 치는구나. 정부가 나서서 상사를 더욱 육성하고 지원해야겠구나”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양국이 바라보는 시각차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례로 베트남의 주요 도로나 다리 등 기반시설 대부분은 일본 정부가 ODA의 일환으로 건설됐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 해당 진출 국가를 상대로 로비를 펼치고 동시에 기업들이 진출할 부지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다 해놓고, 여기에 도로를 깔아준 후 기업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롯이 기업들의 몫이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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