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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변화하는 섬유소재
‘저 멀리 달아나는 일본과 바짝 뒤를 쫒는 중국’
국내 화섬 등 섬유산업 전반 기술혁신․R&D 부족
기사입력: 2018/08/06 [09:03]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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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투자 및 인력 확보 가능한 대기업부터 첨단산업 투자 절실

 

국내 섬유산업은 부문별 연구개발 집약도가 낮고, 연구 인력이 부족함에 따라 원천기술 개발, 고성능․고기능성 차별화 소재 개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중국과 대만이 우리 뒤를 맹추격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2016년 기준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의 화학섬유산업의 기술 수준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을 100으로 두었을 때 한국은 나일론의 경우 기술수준이 20, 폴리에스터와 아크릴은 각각 15, 올레핀계 섬유는 10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셀룰로스섬유의 경우 중국과 동일한 기술 수준을 보였으며, 슈퍼섬유는 오히려 중국 5정도 낮았다. 일본의 기술수준을 100으로 두었을 때 한국은 폴리에스터와 나일론이 각각 10, 아크릴과 올레핀계섬유가 각각 15, 셀룰로스섬유 25, 슈퍼섬유가 40 정도 각각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일본과의 기술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섬유업계 주요국의 기술경쟁력에서도 한국을 100으로 두었을 때 미국, 일본, 이탈리아와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반면 중국과 대만보다는 높은 기술경쟁력에도 불구하고, 2020년이면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중국과 대만의 기술경쟁력은 각각 98로 우리와의 격차는 불과 2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고성능 산업용 섬유에 대한 높은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고, 유럽은 차별화된 고급패션의류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패션의류 생산기반은 약화된 반면 미국의 듀폰이 아라미드, 일본 도레이가 탄소섬유 등 산업용 섬유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수준을 보유하며 동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수요가 높고 고성능․고기능성 섬유, 나노섬유 등 고부가가치 산업용 섬유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 가운데 이탈리아는 숙련된 노동력을 바탕으로 산업 클러스터별 제품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고, 유연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도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첨단산업용 섬유의 산업화를 추진해 산업 성장을 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섬유산업은 여전히 의류용 섬유의 생산과 수출에만 주력한 결과, 공급과잉과 수요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화학섬유산업의 오늘과 도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고부가가치 부문으로의 기술혁신과 R&D 투자가 절실하다. 특히 고기능성 섬유소재와 더불어 전자용 섬유, 의료위생용 섬유를 비롯한 첨단산업용 섬유를 육성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미 선진국의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는 고부가가치 부문에 진입하기에는 다소 뒤쳐져 보인다. 또 고부가가치 부문은 연구개발 인력 확보와 지속적인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투자 여력이나 전문 인력 확보 면에서 중소기업보다 유리한 대기업에게 가능하다. 

선진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더불어 단기간 내의 성과나 실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인내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돈과 의지만 있다고 되는 문제다 아니다.

특히 국내 섬유업체의 현실은 대학을 졸업한 연구 인력들의 기업체 기피현상으로 인해 기업체 내 섬유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연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섬유업체의 연구개발소장은 “석박사급의 고급 인재들이 기업 대신 연구기관을 선호하다보니 기업이 R&D 투자에 대한 의지와 여력이 있어도 직접 수행할 전문연구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돈벌레 비아냥거림에도 50년 R&D 뚝심 日 ‘TORAY’

그룹 내 탄소섬유 단일부문 매출 1조원대 우뚝 ‘중심에 서다’

 

▲일본 도레이사와 보잉사 간 탄소섬유 공급계약 체결

지난 반세기동안 적자를 마다하지 않고 R&D에만 1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 부은 뚝심의 결정체하면 일본 도레이(TORAY)를 빼놓을 수 없다.

 

1987년 도레이에 취임한 마에다 가쓰노스케 회장은 탄소섬유용 아크릴 원사 개발을 위해 1959년 20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프로젝트팀을 꾸려 1961년 아크릴 기반의 탄소섬유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이후 1962년 탄소섬유 양산화 개발을 눈앞에 둔 상태에서 ‘막대한 비용과 장래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개발 중지명령이 내려졌다.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매년 적자가 허덕이자 결국 경영진이 중단을 선언한 것, 이에 탄소섬유 개발의 설계자였던 마에다 회장은 “당시 미국 NASA가 탄소섬유 개발에 열중하고 있어 여기서 개발을 중단하면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만다”며 경영진을 설득했다.

 

그리고 다시 개발을 시작해 1971년 탄소섬유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낚싯대, 골프채, 라켓 등에서 수요를 내기 시작하더니 2006년 미국 보잉사와 2024년까지 17조원대 탄소섬유 장기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사라는 막강한 공급처를 거머쥐게 된 도레이는 이후 세계 탄소섬유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돈 잡아먹는 벌레’라는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뚝심이 빚어낸 성과였다.

탄소섬유의 사업화까지 지난 50년의 개발기간동안 투입된 R&D비용만 1조3000억원. 계속되는 적자에도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었고, 비로소 탄소섬유 사업은 2017년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이익 약 2000억원의 사업으로 변모시켰다.

 

실제 도레이의 매출의 대부분은 보잉사와 탄소섬유 공급이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도레이는 현재 9개의 기술연구소와 약 3700명의 연구개발 인력, 연간 7000억원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도레이의 주력은 섬유다. 보잉사와의 탄소섬유 공급계약 체결과 주요 탄소섬유 제조메이커사 인수로 첨단소재에만 올인 한다는 인식과 달리 매출액에서 섬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1%다. 여전히 나일론, 폴리에스터, 아크릴 등 대부분의 섬유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효성이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스판덱스 등의 기존 섬유사업과 더불어 탄소섬유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효성은 독자 개발한 한국형 고성능 탄소섬유 ‘탠섬’(TANSOME)의 상업생산을 위해 2013년 전주에 연산 2000톤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상용화에 착수한다. 그리고 2014년 

 

제네바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의 미래형 컨셉트카의 프레임에 처음 적용해 선보였다.

비록 해외 탄소섬유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꾸준한 증설을 통해 탄소섬유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고, 글로벌 마케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고 평생 의류만 하던 업체들에게 마냥 산업용 섬유로 전환해 고부가가치를 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의류소재와 더불어 고부가가치의 산업용 섬유사업을 병행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대기업이 앞장 서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더구나 기준과 평가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글로벌 탄소섬유시장에 신규 브랜드나 업체가 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기업이 곧 브랜드로 동일시되는 요즘, 개별 기업보다는 해외 인지도를 가진 국내 대기업이 자사의 브랜드를 내걸고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편이 조금은 유리해 보인다.

 

도레이첨단소재의 이영관 회장은 최근 강연에서 “도레이의 성공은 단시간의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꾸준한 투자와 인내로 가능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려는 욕심만 앞서다보니 지속적인 R&D와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섬유업체들은 앞으로 5년 후인 2022년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중국은 우리를 추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박훈 연구위원은 “2022년 우리나라는 이탈리아, 일본의 각각 83.6%, 87.3% 수준으로 기술 격차가 확대되며, 중국과 대만과는 각각 2.9%, 1.1%로 근소하게 앞서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의류와 우븐직물은 중국에게, 편직물과 화학섬유는 대만에게 뒤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섬유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중국이 내부 혁신역량의 경쟁력에서 우리보다 7.% 앞설 것”이라고 응답했다. 중국은 인적자원, 원료확보의 용이성 및 생산설비가 우리나라보다 각각 25.5%, 22.9%, 5.8%,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국과는 15.5%, 15.2%, 13.2% 각각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섬유업계가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더구나 과거처럼 대량 오더시대는 끝이 나고 이제는 고부가가치를 높인 소량 생산공급 체제로의 전환이 시대적 요구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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