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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새로운 정부 정책 방향
근로시간 단축 보전책…‘언 발에 오줌 누기’
사업주와 노동자 지갑 털어 근로시간 단축 보상 논란
기사입력: 2018/05/21 [08:43]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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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2020년 고용보험 기금 고갈…현행 고용보험료율 인상 불가피

시행 한 달여 근로시간 범위 놓고 기업들 혼선 가중

 

▲     © TIN뉴스

 

“30여만 원으로 신규 인력 고용에 들어가는 임금과 각종 보험료, 퇴직금 정산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다. 과연 정부 지원금만으로 동참을 끌어낼 수 있을까 의아스럽다.”

이처럼 업계는 정부 지원만으로도 근로시간 단축을 정착시키겠다는 건데 한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7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을 공개했다. 이번 정부 대책 안에는 300인 이상 기업에서 신규채용을 하면 3년에 걸쳐 1인당 한 달에 60만원이 지원된다.  300인 미만 기업들이 미리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1인당 월 100만원을 받는다. 초과근로 축소에 따라 임금보전 차원에서 3년간 1인당 40만원 지원도 대책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런 정부 지원금의 출처는 고용보험료로 거두어들인 적립금이다.

현재 적립금은 4조9400억 원, 앞으로 추가되는 지출액은 5조8600억 원이다. 2020년이면 고갈되고, 2025년이면 2조6400억 원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와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보인다. 이미 정부는 부족한 지원금 확보를 위해 현행 1.3%에서 1.6%로 고용보험료율 인상 계획을 밝혔다. 결국은 사업주와 노동자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생산노동자 비중이 높은 중소 제조기업이다. 해당 대상이 300인 미만 기업으로 2020년 1월 1일부터지만 사업주들은 속이 탄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 수는 354만2,350개, 종사자수는 1402만7,636명이다. 이는 전체 사업장 수의 99.9%, 종사자의 87.8% 규모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수는 약 300만개. 이 중 대기업 협력사가 40%대, 전체 매출에서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20% 미만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족 인력은 약 25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들도 2년 후 2020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이행해야 한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부터 시행된다고 하지만 마냥 손 놓고만 있을 수 없다. 특히 노동력 비중이 높은 섬유의복업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 인력 확보가 관건이다. 아울러 휴일 근무 시 임금 지급 등도 보완이 시급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단위기간 확대해야

현행 2주․3개월→6개월․1년 확대 및 서면합의 개선

 

섬유의복업종의 업체 중 300인 이상 사업장을 제외하곤 2020년부터는 주 52시간 근로 단축을 이행해야 한다.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하거나 휴일근로 시 근로기준법 위반이 적용돼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다. 문제는 단위기간 확대 여부다.

업계는 현행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와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단위기간을 6개월(취업규칙)과 1년(노사합의)으로 단위기간을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탄력시간 적용을 위한 노동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 대신 개별 근로자 동의나 근로자 대표 합의로 실시요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기업체노동비용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10인 이상 사업장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률은 4.8%에 불과하다. 짧은 단위기간 못지않게 근로자대표의 서면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실시요건 때문에 도입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의 법정근로시간은 우리보다 12시간 짧은 주 40시간이다. 하지만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은 1년이다. 일본은 10인 미만 특별조치 사업장에 대해서는 4시간 추가근로를 상시 허용한다.

이에 정부는 2022년 말까지만 30인 미만에 대한 8시간 특별연장 기간을 1년 6개월로 한시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영세업체에만 국한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연계되어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득이한 휴일 근무 시 적용되는 ‘휴일근로가산수당’도 논란이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 근무 시 근무시간이 8시간 이내이면 통상임금의 50%, 8시간을 초과하면 10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제조업의 경우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휴일 근무가 부득이 하기 때문에 휴일근로 가산수당 지급은 불가피하다.

 

이는 휴일근로 수당 지급에 따른 인건비 등 고정비용 상승으로 채산성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제조업의 선택은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방법 이외엔 현실적 대안이 없다. 근로자의 행복의 질을 찾아주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국내 일자리만 더 줄이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더욱이 3D 업종으로 치부되며 젊은 인력 유입이 저조한 섬유산업 특성상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체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외국인 근로자 업체당 쿼터에 묶여 충분한 인력 공급도 어렵다.

 

근로단축 시행 한 달여 해당 기업 ‘허둥지둥’

 

한편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 대상인 대기업  및 중견기업은 휴일 및 연장근로수당 지급 산정기준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대기업들이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앞두고 사내 가이드라인 마련에 돌입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사무직의 정시 퇴근제, 탄력근무제, PC오프제 등을 근로단축의 대책으로 내놓으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처와의 저녁 비즈니스 미팅, 부서 회식, 해외 출장 시 공항 대기 및 이동시간, 이사 및 상무 이상 임원들의 근무 등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임원도 주 52시간 적용 대상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임금을 받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라는 해석과 함께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4조에 근거, 관리 및 감독 업무를 하는 근로자는 근로시간 규정에 적용되지 않다는 정부 측 입장이다.

 

의류수출기업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해외 거래처와의 시차 등으로 인해 야근이 잦은데 7월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하라고 하니 현재로선 야근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 외엔 특별한 대책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일단은 관망하는 모양새다. 당장 어디까지가 근로시간인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내부 가이드 마련이 업무 상 혼선만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중소사업장의 경우 인력난으로 인해 법정시행일 전에 근로시간을 조기에 단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취업기피현상이 심한 생산직 빈 일자리를 채울 수 있는 인력공급 대책이 더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현재 법제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시간제의 활용 비중이 매우 낮은 상황이며, 특히 노무지식이 취약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 시행일 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여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태파악과 함께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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