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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 진출 장벽 “왜 이리 높은지?”
섬유민간기업 통로 막혀…軍 수입산 구입에 혈세 낭비
기사입력: 2016/09/13 [16:21]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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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서 만난 공군전력지원체계사업단 소속 모 대령은 “매년 국내 유수의 민간기업들과의 민관기술협력 내지 군수물자 사업 관련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정부는 군 개혁을 부르짖어 왔지만 수십 년 동안 변한 게 없다. 여전히 군은 기밀을 이유로 민간 기업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고, 동시에 민간기업들의 국방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 대령은 “군에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군 물자에 대한 국산화를 위해 다년간 민간기업과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물며 전투기 정비 시 사용하는 유압식 정비용 사다리조차 국산 대신 2~3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며 수입산을 구입한다. 이유는 국산품에 대한 신뢰 부족과 관련 담당자들의 나태함이 부른 촌극이다”라고 지적이다.

 

즉 국산품을 사용했다가 하자나 문제가 발생하면 방산비리로 오해받는 빌미를 만드느니 차라리 검증된 수입산을 사용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 이에 국내 전투복 납품업체들은 국산화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줄 것으로 요구해왔다.

 

2013년 노희찬 삼일방직 회장은 신형 전투복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당시 섬산련 회장 자격으로 방위사업청과 군 관계자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건의했음에도 복지부동. 군과 관련 부처의 입장은 업계와의 생각과는 달랐다. 당시 차세대 국방섬유 사업에 참여했던 섬산련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일반 무기류와 달리 전투복은 상황이 다르다. 국산 원사로 최종 제품 생산까지의 생산비용이 오히려 외국산 원단 등 중간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해 납품할 때 보다 높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라는 것.

현재 군은 입찰 공개 방식에서 최저 가격에 대해 높은 점수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 역시 “해외 방위물품 수출에서 우리가 국산화만을 강요할 경우 WTO에 저촉돼 타 국가로부터 제제 조치를 받을 수 있고 이는 수출 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미국의 얀포워드 적용 방식과 같이 우리 군도 원사에서부터 최종 생산까지 국산 제품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현행 방위사업법 제19조제1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장은 국내에서 생산된 군수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한다, 다만 국내 구매가 곤란한 경우에는 국외에서 생산된 군수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방사청은 “방위사업법은 무기를 위한 법이지 피복장구류 등의 비무기 체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지난해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은 방산비리 근절을 위한 청렴서약서 제출 의무 확대와 국내산 군수품 제고를 주요 내용으로 한 ‘방위사업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방위사업법에 따라 군수품 구매 시 국내에서 생산된 군수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으나, 제품의 소재나 부품은 외국산이어도 국내에서 최종 생산된 것이 증명되면 국산품으로 인정받고 있어 실제 국산 군수품 구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국내 군수품의 판단 기준을 국산 소재와 부품 구성비율과 내용 기준으로까지 내실화하도록 했다. 또 일부 민간 기업들의 자질 부족도 이러한 군으로부터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다. 지난 2012년 떠들썩했던 디지털 무늬 전투복이 국방위원회 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디지털 전투복 납품업체였던 A사는 방위사업청과 12월 15일 보름 후인 12월 30일까지 신형 전투복 11만벌을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납품에 앞서 국방기술품질원에서 품질보증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미지정 공장에서 전투복을 제작했고 총 11만벌 중 5만5천벌을 육군에 납품했다. 이마저도 당초 납기하기로 한 7만벌 중 고작 14%가 납품됐고 나머지는 다음해까지 지연되어 납품됐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방위사업청은 해당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국방부가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군 피복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업체가 납품한 신형 전투복 10만7천벌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전투복 예산 12억원 가운데 2억2천만원을 업체에 변상 조치토록 했지만 불량 전투복은 그해 육군 신병교육대에 보급됐다. 특히 봉제 불량에 단춧구멍과 주머니는 제 위치에 있지도 않는 등 총체적인 부실로 공분을 샀다. 

 

◆ “관피아가 민간기업 진출 길 막는다”

 

민간기업 입장에서도 들쭉날쭉한 피복 단가와 군 내부의 수의 계약으로 인해 방산 시장 진출 길이 막혀있다. 2014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장병에게 지급되는 피복물품 조달 규모는 1천억원. 그동안 7개 보훈복지 단체를 통해 수의 계약으로 조달해왔다. 2014년 9월 방위사업청은 피복물품을 지급하는 7개 보훈복지단체가 허위서류를 만들어 부당이익을 챙긴 사실을 적발해 부당이익금과 가산금 등 281억원을 부과해 국고로 환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순수 민간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좁아진 상황.

 

최근 군납을 진행 중인 모 섬유업체 관계자는 “2014년 방한 피복류와 관련한 납품업체가 방산비리로 적발되면서 당시 군과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2014년까지 100% 수의 계약하던 디지털 무늬 방한복 상의에 대해 2015년부터 전체 수량의 17%를 경쟁 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에는 장병들에게 지급되는 운동복과 겨울 내의, 방한 양말, 러닝셔츠 등 속옷을 비롯해 전투복과 방한복 상의 외피 등 17개 품목이 포함됐다.

 

한국국방연구원이 2014년 실시한 ‘장병 의식 및 생활 조사’ 연구에 따르면 장병들의 50%는 가장 우선적으로 품질 개선이 필요한 품목으로 속옷을 꼽았고, 다음으로 방한복(47.1%), 운동화(35.2%), 전투복(27.7%), 운동복(22.4%) 순으로 꼽았다. 피복류 등 군 일반 물자 보급 사업은 대형 무기 도입 사업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장병들의 기본 생활은 물론 전투력 향상에 직결되는 문제다.

 

한편 국방산업은 무기류로만 간주하는 식의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무기․비무기 체계라는 말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본의 잔재다. 이에 국방부 장․차관은 “무기, 비무기류 체계로 나누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내부 군 조직에서는 여전히 구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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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위 수준의 국방비 30조원 중 3000억원, 고작 1%가 피복․장구류 예산이다. 장병 수로 나눠서 피복․장구류 예산을 빼면 1인당 5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OECD 대비 22위로 최하위다. 더구나 터키의 절반, 36만원인 중국과도 별 차이가 없다.

전체 예산은 높은데도 피복에 투자하는 예산이 너무 형편없다. 턱도 없이 적다.

적은 예산으로도 사병의 개인 전투력 향상과 사기진작, 병영문화개선에 이바지하는바가 큼에도 일인당 국방예산이 너무 적다.

 

더구나 무기․비무기 체계는 분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예산집행의 규모가 달라진다. 즉 군수품목이 무기로 분류되면 국방비로 편성돼 많은 예산을 지원받지만 비무기로 분류되면 2종 군수품으로 분류돼 경상예산으로 편성된다. 이 경우 국회 예산 편성 시 삭감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2종 군수품 예산 항목을 경상예산에서 국방예산으로 전환되어야 예산이 증액될 수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2017년 국방부 예산 40조원 가운데 장병들의 복지와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전력운영비가 올해 27조1597억원에서 4.5% 증가한 28조3952억원으로 늘었다.

2017년 국방부 예산이 40조873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5.3% 증가한 금액이다. 세부적으로 전력운영비는 4.5% 증가한 28조3952억원(병력운영비 17조1726억원, ▲4.7%/전력유지비 11조2226억원, ▲4.4%), 방위력개선비는 7.2% 증가한 12조4780억원이다. 

 

전력운영비는 △열린 병영문화 정착 및 군 복무 여건 조성 등 선진 국방환경 조성 △경계시설 보강, 군수지원 능력 보장, 교육훈련체계 구축 등 국방태세 확립 △사이버전 대응 능력 강화 및 예비전력 정예화 등 방위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집행된다.

 

이 가운데 야전부대 전투력 강화를 위해 대대급 규모의 전투 피복장구류의 보급이 확대된다. 올해 6개 예비사단에서 2017년 6개 기보사단으로 확대해 2020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장병 위생,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하계전투복을 1착에서 2착으로 확대 보급하고, 세면주머니, 귀덮개, 의류대 품질 개선, 병사 출타용 가방 신규 지급 등 병영생활과 밀접한 체감형 군수품 품질 개선안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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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군수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건국대 섬유공학과 박창규 교수에 따르면 “군에는 R&D 예산이 없다, 구매비만 있을 뿐 R&D는 무기체계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군이 수요를 도출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R&D를 지원하고 민간기업은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된 제품을 군이 다시 구매하고, 민간은 민간 브랜드로 만드는 식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피복․장구류 등의 2종 군수품의 구매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무기류는 메인 예산에서 집행되는 건은 방사청에서 구매하지만 피복장구류는 경상예산에 포함되어 있어서 국방부에서 소진하는 구조다.

 

이에 방사청이 국방부를 대신해 위탁 구매하는 것. 이 때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국방부인지 방사청인지 불분명한 상황이 벌어진다. 또 구매절차도 방사청이 국방부의 위임을 받고 있는 구매 대행 형태 일뿐 국방부의 독립기관으로서의 독자적인 구매나 검수를 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이에 피복장구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어려운 이유다.

실례로 군복을 개선해야하는데 담당자가 누구인지조차 혼돈이 온다. 

 

국방부 물자관리관이 필요한 군복의 수량 및 단가를 책정하고 방사청이 구매한다. 여기에 국방부 산하인 국방과학연구소의 모든 R&D 예산 관리는 방사청이 총괄한다. 결국 신형 전투복 개발사업에도 프로세스, 지휘체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방 관련 연구는 방사청이 총괄하는데 군복을 개선한다고 하면 누가 주체자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국방기술품질원은 앞서 언급했던 군수물자에 대한 규격 및 품질 등에 대한 검증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박 교수는 “민간기업의 기술 수준은 높은데 여전히 국방부의 피복장구류는 필요하면 사오면 된다는 식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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