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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김정은에게 맞춤 정장을 선물하고 싶다
이득규 용산 맨체스타양복점 대표
기사입력: 2016/05/20 [11:17]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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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뉴스
▲  2014년 서울대에서 강연하는 시진핑 국가 주석과 노동당 7차 대회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 TIN 뉴스

 

 

김정은의 정장을 보고 두 번 놀랐다. 으레 입었던 인민복이 아닌 정장을 입었다는 데 놀랐고, 구닥다리 디자인의 정장인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그의 정장 차림에 대한 언론의 해석은 분분하다. 생전에 양복을 즐겨 입었던 할아버지 김일성의 후광을 이용하려는 전략이라는 설, 새로운 직위와 정책의 변화를 암시한다는 해석, 여유와 자신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기 위한 연출이라는 분석 등등이 그것이다.

 

맞춤 정장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면 원단 선택은 기본적으로 적절했다고 보인다. 김정은의 슈트는 짙은 남색에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원단을 사용했다. 짧고 굵은 몸매를 가진 그의 입장에서 날씬한 느낌을 주는 스트라이프 원단은 최상의 선택이라고 보인다. 또한 광택이 은은하게 들어간 것으로 보아 양모 100%의 원단이라고 여겨진다. 명색이 북한 최고의 권력자인데 세계 유수의 고급 원단을 사용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전반적인 디자인은 세계의 트렌드에 어긋난다. 요즘 슈트의 기본은 원단이 적절하게 몸을 감싸 날렵하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시진핑 주석의 옷차림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시 주석의 옷은 정장이든 인민복이든 우람한 그의 몸을 적당히 감싸주면서 최고 지도자의 아우라를 잘 드러낸다.

 

반면 김정은의 슈트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상의 길이가 길어 가뜩이나 짧은 그의 다리가 더욱 짧아 보이고, 허리와 팔 부분의 통이 두꺼워 두루마기 같은 느낌을 준다.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생전 정장 사진을 보아도 김정은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셔츠의 경우에도 그의 목이 짧기 때문에 깃을 짧게 하고 가로 쪽으로 깃을 펼쳤다면 더 센스 있게 보였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넥타이. 김정은의 넥타이는 한쪽으로 쏠려 있다. 그가 평소 넥타이를 비롯, 정장 차림을 자주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색은 은색이고 별다른 문양도 없어 다소 심심한 느낌이다. 총평을 하자면 “인민복 같은 정장을 입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하기야 3대가 수십 년간 인민복만 입었으니 정장 디자인과 소재, 복식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는지도 모르겠다.

 

요컨대 그의 정장 차림은 세계와 소통하겠다면서도 그 방식은 고루하기 그지없는 북한의 모습을 대변하는 느낌이다. 새로운 시대를 선언하겠다며 세계의 표준이라고 할법한 정장을 (북한 표현대로라면) “우리 식대로” 입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김정은에게 제대로 된 맞춤 정장을 선물하고 싶다. 그가 세계의 트렌드를 알고 적절한 슈트와 셔츠, 넥타이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세계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패션에 눈에 뜨게 되면 그도, 북한도 “우리 식대로”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정한 소통의 방법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한반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 해법은 없겠지만 나만의 맞춤 정장으로 한반도 평화에 작게나마 이바지하고 싶다.

 

 

▲ 이득규 용산 맨체스타양복점 대표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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