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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비지떡보다 못한 싸구려 수트
이득규 용산 맨체스타양복점 대표
기사입력: 2016/05/20 [11:10]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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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뉴스
▲  20년 넘게 수트를 만들어 팔고 있지만 도대체 10만원대 수트는 어떻게 생겼을까 의구심이 든다.  © TIN 뉴스

 

 

싼 게 비지떡. 값싼 제품은 그만큼 품질도 나쁘다는 뜻이다. 재래시장에서 산 짝퉁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다가 1개월만에 완전히 분해되었다던가, 싸구려 수트를 드라이크리닝 했더니 옷이 줄어들어 두 번 다시 못 입었다던가 싼 맛에 중국산 가전을 샀다가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돈은 돈대로 들었다는 이야기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CJ홈쇼핑이나 신세계몰, GS홈쇼핑 등에서 10만원대 수트를 취급한다. 20년 넘게 수트를 만들어 팔고 있지만 도대체 10만원대 수트는 어떻게 생겼을까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다. 제 딴에는 나름 브랜드를 가진 제품인데 홈쇼핑 업체에 지급하는 마진을 고려하면 한 벌에 10만원 이하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의미이다. 도대체 어떤 원단을 쓰고 어떤 바느질을 하기에 저런 가격이 가능할까 싶고 한편으로 소비자들은 저런 제품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도 하다. 폴로 셔츠 한 장에 10만원이 넘고,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가 20만원이 넘는 경우도 허다한데 어떻게 신사 수트 상하의 한 벌이 10만원대일 수 있을까. 묵은 원단, 조잡한 바느질, 외부 하청이라는 단어가 연상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가격파괴를 표방하는 몇몇 프랜차이즈 맞춤수트집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떤 업체는 소셜커머스 업체와 손잡고 25만원짜리 맞춤수트를 내놓았다. 또다른 업체는 수트 두 벌을 49만원에 공급하겠다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35만원짜리 맞춤수트 구매시 맞춤 드레스 셔츠와 넥타이 등 액세서리를 선물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과연 이것이 가격 거품을 걷어낸 합리적인 맞춤수트의 시장 가격일까. 가산디지털단지의 아울렛에서 유명 기성복 업체들의 수트 한 벌 가격이 통상 35~5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맞춤수트 업체의 가격 정책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 어떻게 기성복보다 싼 맞춤수트가 존재할 수 있으며 어떻게 소셜커머스 업체 마진을 제외하고 10여만원에 불과한 맞춤수트가 가능하며 어떻게 35만원에 맞춤수트와 맞춤셔츠가 동시에 가능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네이버의 유명 여성 전문 커뮤니티에는 ‘맞춤수트가 몸에 맞지 않는다’는 성토글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나 개인적으로도 프랜차이즈 수트집에서 옷을 맞췄다가 도저히 입지 못하겠다며 찾아온 고객을 여럿 만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가를 무리하게 낮추다 보니 조악한 원단을 사용하고, 직접 재단을 하지 않은 채 하청업체에 기성복 만드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고, 맞춤에 걸맞는 고급 바느질을 않고 대충대충 만든 결과다.

 

옷 값은 옷을 만드는데 써야 한다는 한 업체의 광고가 생각난다. 맞춤수트는 아무리 싸도 수십만원 이상이다. 당연히 고객들은 그에 걸맞는 고품질의 제품을 원하며 자신의 소중한 돈이 좋은 원단과 좋은 바느질에 사용되었기를 기대한다. 수트에 들어가야 할 돈의 상당수가 소셜커머스 업체의 마진, 포털사이트의 키워드 광고비, 바이럴 마케팅비 등으로 나간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들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맞춤수트에 대한 인식은 또 어떻게 될까. 맞춤수트인데 몸에 맞지 않는다는 글을 볼 때마다 나는 몸서리친다.

 

얼마 전 외국인들을 만나 맞춤수트 가격을 들은 적이 있다. 나라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돈으로 최소 150만원은 한다고 했다. 오랫동안 기술을 연마한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든 예술작품이 바로 맞춤수트가다. 20~30만원대 맞춤수트는 그런 의미에서 결코 맞춤이라 할 수 없다. 맞춤은 커녕, 비지떡보다도 못한 싸구려라고 부르고 싶다.

 

 

▲ 이득규 용산 맨체스타양복점 대표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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