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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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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주니어를 탈피하는 법
이득규 용산 맨체스타양복점 대표
기사입력: 2016/05/20 [10:46]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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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뉴스
▲ 주니어들의 맞춤양복 화보   © TIN 뉴스

 

 

신병은 신병 티가 꼭 난다. 매사에 어리버리 대고 어찌할 바를 잘 모른다. 길이 들여지지 않은 군복, 어설프게 찌그러진 군모, 초점을 잃은 퀭한 눈까지. 참들은 그런 신병들을 보며 재미있어 하고 때때로 장난도 친다. PX에서 소총을 사오라는 장난은 수십년간 이어진 레퍼토리다. 내가 일하는 용산에도 종종 군인들이 목격되는데 멀리서 보아도 이등병인지 병장인지 한 눈에 알아챌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대학생 새내기가 있다. 캠퍼스의 수많은 건물 앞에서 머리를 잠망경처럼 휘두르며 목적지를 애타게 찾는 이들은 무조건 새내기다. 대학생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교복을 갓 벗은 티가 팍팍 난다. 고딩 감성을 벗어나지 못한 패션과 어색한 움직임, 과도하게 묵직한 책가방은 새내기만의 정체성이다. 군대의 고참과 마찬가지로 대학교의 고학년 학생들은 새내기를 한 눈에 감지한다.

 

사회 생활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초년생들은 꼭 눈에 띈다. 요새는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서른살 넘어서 입사한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튄다. 물론 회사라는 공간이 처음이라 어색해서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그들의 복장이다.

 

캐주얼 의류에서는 이제 남녀 공통으로 스키니가 대세다. 쫙 빠진 하체를 드러내주는 스키니진이 유행하는가 싶더니 상의도 어느새 슬림핏이 등장했다. 캐주얼에서 시작된 스키니와 슬림핏은 수트에서도 막강한 파워를 발휘했다. 주요 기성복 메이커에서는 몸매를 강조하는 슬림핏 수트를 출시하고 캐주얼과 수트의 차이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자켓 길이가 확 짧아지고 넥타이가 얇아졌으며 드레스 셔츠는 날이 갈수록 화려해졌다. 음식으로 치면 퓨전이라고 불리울만한 정체성을 가진 기성복 업체가 번성하면서 주니어들의 수트는 날로 작아지고 좁아지고 대책없이 화려해진다.

 

하지만 시니어들은 안다. 스키니와 슬림핏은 주니어들의 전유물이라는 것을. 슬림핏은 주니어와 주니어 아닌 이들을 구획하는 핵심 잣대가 되었다. 유행을 많이 타는 화려하지만 조잡한 디자인과 다리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좁은 통의 바지는 수트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 수트의 본고장이라는 이탈리아나 영국에서도 쫄바지 같은 수트를 입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앉으면 터져나갈 것 같은 좁아터진 수트는 내가 바로 사회에 갓 입문한 주니어라고 만방에 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장 팀장의, 임원의, 대표이사의 수트를 보라. 시니어들이 주니어들의 복장을 보고 배시시 웃는 것은 복장의 참신함 때문에 아니라 그 복장이 가진 유치함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주니어의 복장이 나아질 수 있는가. 정답은 바로 맞춤수트가다. 맞춤수트는 기성복과 달리 비교적 유행에 덜 민감한 제품을 만든다. 물론 이 말이 복식의 메가트렌드와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맞춤수트점은 매계절마다 각종 원단회사로부터 수십종의 원단이 담긴 책자를 받아보기 때문에 원단의 변화에 훨씬 민감하다. 다만 천편일률적인 유행을 좇지 않고 수트의 본령을 구현하는데 맞춤수트가 훨씬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과거에 비해 요즘 맞춤수트가 다소 슬림해진 것도 사실이다.

 

주니어가 언제까지 주니어로 남을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제대로 된 선배라면, 제대로 된 시니어라면 주니어에게 충고해주어야 한다. 제대로 된 복식을 갖추라고. 그리고 그 시작의 하나가 맞춤수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제까지 후배들이 삐끼 수트, 폰팔이 수트를 입고 다니도록 내버려 둘텐가. 그것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선배된 도리다.

 

 

▲ 이득규 용산 맨체스타양복점 대표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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